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더 자이언트] - 힌두신화를 안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쭈니-1 2013. 7. 15. 11:19

 

감독 : 프라파스 콜사라논

더빙 : 김준현, 정범균, 김지민

 

 

뜻밖의 여유, 뜻밖의 공짜 영화

 

토요일. 원래대로라면 아빠, 엄마와 실컷 놀 수 있는 주말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개구쟁이 웅이한테 하루종일 시달리며(?) 부모 노릇을 해야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는 뜻밖의 여유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웅이의 단짝 친구가 저희 집으로 놀러 온 것입니다.

간식거리를 조금 챙겨주고, 둘이 거실에서 놀 공간만 마련해주면 끝. 웅이는 친구와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사이 구피와 저는 안방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예상하지 못한 여유를 즐긴 것입니다. 구피는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다가 짧은 낮잠을 즐겼고, 저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요즘 저는 퍼즐 앤 드래곤에 빠져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영화 다운로드 어플 중에서 hoppi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살때 받은 hoppin의 공짜 적립금도 얼마 남지 않아 별 기대없이 접속했는데, 글쎄 단 하루만 [더 자이언트]라는 최신 애니메이션이 공짜라는 공지가 떠있더군요. '이게 웬 떡이냐'라는 마음으로 냉큼 다운로드받아 혼자 키득거리며 재미있게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애니메이션은 웅이와 함께 봐야 하는데... 혼자 봐도 재미있네요.

 

 

 

사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아이언 자이언트]인줄 알았다.

 

공짜라는 말에 냉큼 다운로드 받았지만 사실 저는 [더 자이언트]와 [아이언 자이언트]를 헷갈리고 다운로드 받은 것입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브래드 버드 감독이 1999년에 연출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브래드 버드, 굉장히 낯익은 이름아닌까요? 맞습니다.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와 최근에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을 연출한 스타 감독입니다. 그렇기에 [아이언 자이언트]는 언젠가는 꼭 봐야할 영화 목록에 제 목록에 올라와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비록 [아이언 자이언트]는 아니었지만 [더 자이언트]도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애니메이션이 아닌 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제겐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본적으로는 [ 더 자이언트]는 숙명의 라이벌 로봇인 토사칸(김준현)과 하누만(정범균)이 기억을 잃고 우정을 쌓았다가 나중에 기억을 되찾은 이후 적으로서의 숙명적인 대결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하누만이 하늘의 라마에 하소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리 힌두 신화에 아는 것이 없다해도 라마는 힌드교의 신 중의 하나인 것을 어렴풋이 기억한 저는 영화가 끝나고나서 영화 속 캐릭터인 토사칸, 하누만, 그리고 라마에 대해 검색을 하였습니다.

 

 

 

인도의 2대 서사시인 '라마야나'

 

검색을 하다보니 인도의 2대 서사시인 '라마야나'가 나오더군요. '라마야나'는 코살라 왕국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계모의 음모로 망명을 하였으나 뛰어난 활약으로 개선하여 왕위에 오르는 내용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라마는 아름다운 아내 시타를 아내로 맞이하지만 라바나에게 아내를 유괴당하고 하누마트와 원숭이 군대의 지원으로 라바나를 무찌르고 시타를 구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작품인 '일라아스'가 떠올랐습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라스의 유혹에 넘어가 트로이로 떠나자, 그리스인들은 아가멤돈의 지휘로 토로이를 공격하죠. 이때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제안한 오디세우스, 그리고 유명한 영웅 아킬레스의 활약등이 '라마야나'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라마야나'는 태국의 건국신화인 라마키안'으로 변형되었는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악마의 왕인 토사칸('라마야나'에서는 라바나)과 라마를 도와 토사칸을 무찌르고 시타를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하누만('라마야나'에서는 하누마트)이 등장합니다.

특히 하누만은 원숭이 형상을 하고 있는 신으로 다른 신과 비교해서 지위가 낮은 신이지만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더 자이언트]에서 하누만의 모습을 생각하니 로봇보다는 원숭이가 더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숙명도 우정으로 이길 수 있다.

 

[더 자이언트]의 오프닝씬을 보면 토사칸과 하누만의 숙명적인 대결을 담은 벽화를 보여주며 '이제 전설이 되어 버린 선과 악의 대결은 10억번이나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입과 귀로 퍼져나갔다. 그럼 이제부터 이 전쟁의 10억번째 환생을 소개하려한다.'라는 자막이 나옵니다.

이렇듯 [더 자이언트]는 힌두의 신화의 순환적 시간관, 즉 우주와 인간의 삶이 무한히 되풀이 된다는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토사칸과 하누만의 대결은 10억번이나 계속되었듯이 죽어서도 결코 끝나지 않은 되풀이되는 숙명적인 관계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억을 잃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우정을 쌓습니다. 덩치에 비해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 토사칸과 작은 몸집임에도 꽤 까칠한 하누만, 그리고 그들의 우정을 연결시켜주는 녹순이(김지민) 등 등장 인물들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하누만을 구하기 위해 태양을 멈춰야 하는 토사칸의 모습, 그리고 토사칸을 공격하는 라마라는 이름을 가진 위성의 핵광선(?) 등 로봇이 등장하는 SF 애니메이션의 재미도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너무 서양의 신화만 좋아하는 자녀들에게 힌두의 신화를 설명하면서 함께 관람한다면 참 좋을 애니메이션 [더 자이언트]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