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드림팀] - 이것은 그들 마음 속의 '드림팀'

쭈니-1 2013. 7. 24. 13:38

 

 

감독 : 올리비에 다한

주연 : 호세 가르시아, 오마 사이

 

 

과거의 화려함, 현재의 초라함

 

한때 프랑스의 축구 영웅으로 떠받들여지던 오베라(호세 가르시아). 하지만 현재 그는 술주정뱅이에 일정한 직업도, 주거공간도 없어서 딸의 양육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판사는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바로 몰렌섬의 축구팀 감독을 맡는 것.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오베라는 어쩔 수 없이 판사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하지만 몰렌섬의 축구 선수들은 선수라기 보다는 어부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선수들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오베라는 자신처럼 왕년에는 잘 나가는 축구 선수였지만, 현재는 은퇴하여 막장 인생을 사는 선수들을 하나씩 몰렌팀으로 끌여 들입니다.

은퇴 후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마란델라, 과대망상증에 빠져 있는 지아니, 아내의 반대로 축구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는 웨케(오마 사이), 배우로서의 새인생을 꿈꾸는 레앙드리, 그리고 폭력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베르다까지. 과연 오베라는 과거의 화려함만 믿고 사는 이 오합지졸들을 끌고 프랑스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너그러움이다.

 

사실 [드림팀]은 애초에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닙니다. 인생의 막장 패배자들이 모여 반전을 이룬다는 너무 흔한 기본 설정과 노골적으로 제 2의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노리는 광고 카피 등이 제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저는 영화다운로드 어플인 'hoppin'에서 공짜 이벤트 공지에 마음이 훅해서 [드림팀]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침대에서 뒹굴며 공짜로 보는 영화이기 때문에 [드림팀]에 대한 제 평가는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드림팀]은 편안하게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너무 뻔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뻔함은 오히려 편안함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는 [드림팀]에 대해서 한없이 너그럽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연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면?'이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제가 [드림팀]을 극장에서 봤고,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애초부터 너그럽지 못했다면... 아마 저는 [드림팀]에 대한 아쉬움을 영화 이야기에 잔뜩 풀어 놓았을 것입니다.

 

 

 

축구 경기 장면의 박진감이 없다.

 

너그러움을 잊고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스포츠 영화 특유의 박진감을 [드림팀]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스포츠 영화는 음악 영화와 더불어 소재 자체가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화면과 약간의 과장을 가미해서 경기 장면의 극적인 재미를 연출해낸다면 스포츠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쉽게 사로 잡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는 [드림팀]에서는 그런 스포츠 영화의 장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과거에는 화려했지만, 현재에는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개과천선을 영화의 주요 설정으로 잡은 탓에 영화 초반의 축구 장면은 과도하게 우스꽝스럽고, 영화 후반의 축구 장면은 너무 인위적인 감동을 담기 위한 연출이 눈에 보입니다.

경기 현장에 잇는 박진감 역시 찾아볼 수 없었는데, 경기 장면을 보며 긴장감을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무런 긴장감 없이 낄낄거리며 화면을 쳐다볼 뿐입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그 어떤 것도 수습하지 못하다.

 

[드림팀]의 최대 강점이라는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입니다. 오베라를 비롯하여 몰렌팀에 합류하는 왕년에 잘 나가던 축구 선수들 캐릭터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쳐 흐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성넘치는 캐릭터를 펼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드림팀]은 제대로 펼쳐 나가지 못합니다.

오베라는 몰렌섬에서 미망인인 안느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오베라와 안느의 관계를 살짝 언급만할뿐 영화의 스토리 라인으로 진행되지 못합니다. 과거의 악연으로 인한 마란델라와 베르다의 불편한 관계, 과대망상증에 빠져 있는 지아니의 정신병 극복, 남편의 심장병이 도질까봐 축구를 못하게 하는 아내를 설득해야 하는 웨케, 배우로서 전혀 자질이 보이지 않지만 배우를 꿈꾸는 레앙드리의 자각 등.

캐릭터들이 다채롭다보니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쏟아 질 수 있었지만, [드림팀]은 1시간 30분이라는 러닝 타임의 제한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다가 말아 버립니다. 그 대신 통조림 공장을 지켜야 하는 섬 사람들의 고군분투가 자리잡고 있는데, 마지막 경기에 의한 극적 반전이 허무맹랑하다보니 그것마저 김빠집니다.

 

 

 

이것은 그들 마음 속의 '드림팀'

 

결국 [드림팀]은 냉정하게 평가해서 제게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은 [드림팀]이 프랑스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난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제게 프랑스 코미디 영화는 전혀 웃기지 않은 썰렁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도 [드림팀]은 영화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었으니 다른 프랑스 코미디 영화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을 듯...

그래도 [드림팀]을 본 후 한가지 여운이 남는 것은 과거의 화려함만 쫓다가 현재의 막장 인생을 살던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비로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현재의 인생을 되찾으며 행복을 느끼는 과정입니다.

만약 몰렌팀이 실제로 있다면 우린 그들을 '드림팀'이라 부룰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드림팀'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최소한 그들 마음 속의 '드림팀'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드림팀]을 재미있는 영화라고 추천할 수는 없지만 혹시 과거의 화려한 기억 속에 빠져 현재의 비참함을 비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드림팀]을 추천합니다. 현재를 빨리 인정하고 그러한 현재 속에 자가 자신을 찾는 것, 그럴 수 있다면 현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화려했던 과거만큼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