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파파] - 그들이 가족일수 밖에 없는 이유

쭈니-1 2013. 7. 9. 09:51

 

 

감독 : 한지승

주연 : 박용우, 고아라

 

 

가족이 전해주는 힘

 

요즘 저는 독수공방중입니다. 구피는 장인어른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병간호 중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구피가 없는 집이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밤에 치킨에 맥주를 시켜 먹을 수도 있고, 침대에 뒹굴거리며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밤 늦게까지 컴퓨터를 해도 잔소리를 할 구피가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텅빈, 너무나도 조용해서 적막하기까지한 집에서 저는 무기력증과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야식은 입맛이 없어서 먹기 싫고, 컴퓨터를 하는 것도 재미없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고 게임 오버가 되면 짜증이 밀려와 하기 싫고, 그저 무기력하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잠이 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함께 있을 때는 소중한 줄을 모르지만,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걱정되고, 무기력하고... 일주일 정도 무기력의 극치를 달리다가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한편 보고 나서야 조금 무기력증이 풀렸습니다. 쭈니의 스마트폰 네번째 영화는 바로 [파파]입니다.

 

 

 

[파파]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

 

[파파]는 2012년 2월 1일에 개봉하여 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친 흥행 실패작입니다. 같은 날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흥행과 비교한다면 더욱 초라해보일 수 밖에 없는 흥행 성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관객의 외면을 받은 것일까요?

사실 저는 이 영화를 한번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인데, 아무래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달리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영화를 보다가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면 끊고, 다음날 다시보는 것을 반복한 것입니다.

결국 제가 [파파]를 한번에 보지 못했다는 것은 이 영화의 초, 중반부가 그만큼 지루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단 박용우의 오버 연기가 조금 짜증났고, 춘섭(박용우)이 얼떨결에 떠맡겨진 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다른 자식들과의 초반 갈등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으며, 준(고아라)이 오디션에 나가 스타가 되는 과정에 너무 억지가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집중력은 괜찮았습니다. 춘섭이 아이들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부터 저는 저는 [파파]에 몰입이 되기 시작했는데, 역시 '아빠'라는 공통분모가 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 장면의 감동 코드는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며 손발이 오글거렸거든요.

 

  

 

고아라는 빛났다.

 

사실 초중반만 해도 제가 [파파]를 본 이유는 고아라라는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고아라는 [페이스 메이커]에 이어 [파파]도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직 스타라고 하기엔 부족한 배우입니다. 하지만 [파파]에서는 감춰진 끼를 맘껏 발휘하더군요.

특히 그녀가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은 약간의 억지가 끼어 있긴 해도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무대가 미국이기에 영어로 노래를 불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래는 꽤 좋았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영화를 보던 제가 고아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 만큼은 상당히 집중해서 보고, 또 들었거든요.  

아마 시간이 지나고 [파파]라는 영화를 이야기할 때 고아라만큼은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흥행작은 없지만, 조만간 연기력을 바탕으로 흥행작을 배출할만한, 눈여겨볼 배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들이 가족일수 밖에 없는 이유

 

[파파]의 초중반만 해도 고아라만 눈에 보이고, 다른 요소들은 너무 진부해서 지루함을 느꼈던 저는 영화의 후반부에 와서야 이 영화에 집중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춘섭이 아빠로서의 자각을 하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춘섭은 필요에 의해 준과 아이들의 아빠 노릇을 한 것입니다. 위장결혼한 여인(심혜진)이 교통 사고로 죽은 상황. 준과 아이들의 아빠가 되지 않는다면 그는 불법체류자로 미국에서 쫓겨납니다. 그것은 준과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춘섭을 아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각자 고아원으로 뿔뿔히 흩어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결국 춘섭과 준, 그리고 다국적 아이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가족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던 춘섭은 그제서야 그들이 진정한 가족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저 필요에 의한 관계가 아닌, 너무 보고 싶고,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결국 가짜 아빠였던 춘섭은 아빠이기를 포기하면서 진짜 아빠가 됩니다. 비록 핏줄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 가족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죠. 구피가 없는 늦은 밤. 가족을 위한 춘섭의 희생을 보며 나도 모르게 찡함을 느낍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