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철의 여인] -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치는 없다.

쭈니-1 2013. 7. 2. 09:47

 

 

감독 : 필리다 로이드

주연 : 메릴 스트립, 짐 브로드벤트

 

 

스마트폰 세번째 영화는 진지한 영화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에 흠뻑 빠진 저는 아무래도 극장의 스크린, TV화면, 컴퓨터 모니터보다 훨씬 작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영화 위주로 영화를 골랐습니다. 그래서 선택했던 영화가 [남자사용설명서]와 [헤어스프레이]였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영화만큼은 조금 진지한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확 들어온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철의 여인]입니다. [철의 여인]은 영국의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 수상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2012년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립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왜 지금 이때 정치 영화, 그것도 여성 수상을 다룬 영화가 땡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TV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외교에 대한 성과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요즘 들어서 부쩍 높아진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한 관심 때문일지도...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영국은 여성이 통치해야 잘 나간다고...

 

제가 대처 수상를 처음 안 것은 학교 다닐때 선생님이 대처 수상을 영국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소개를 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였는지, 중학교 때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했던 이야기는 똑똑히 기억이 납니다.

"영국은 여성이 통치할 때 강대국으로 발돋음했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대처 수상 때가 영국의 전성기였지."

무슨 수업 중에 나온 이야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덕분에 저는 대처 수상을 최고의 여성 정치인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 분은 여성 선생님이셨고, 대처 수상을 이야기할때 굉장히 뿌듯해하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과연 대처 수상은 모두를 만족시킨 훌륭한 정치인이었을까? 

 

1997년 [브래스드 오프]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1992년 영국의 작은 탄광촌을 배경으로한 [브래스드 오프]는 보수당 정부의 폐광 정책으로 인하여 위기를 맞이한 마을 사람들이 탄광 밴드를 만들어 전국대회에 참가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꽤 암울했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반대로 밝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영국 정부의 정책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평생 탄광촌에서 일했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하루 아침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실직자가 되어 모든 희망을 잃어 버립니다. 국민을 지켜줘야할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빼앗아간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폐광 정책을 처음 실행에 옮긴 것은 바로 대처 수상이었습니다.

[브래스드 오프] 외에도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빌리 엘리어트] 역시 정부의 폐광 정책에 반발하여 파업중인 광부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대처 수상의 대표적인 정책인 폐광 정책은 영국의 수 많은 국민들에게 괴로움을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저는 막연하게 좋은 정치인으로 기억하던 대처 수상에 대해 좀 더 관심있게 그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대처 수상이 '철의 여인'이라 불린 이유

 

영화 [철의 여왕]은 마가렛 대처의 노년기로 시작됩니다. 남편인 데니스(짐 브로드벤트)의 죽음 이후에도 그의 허상과 함께 살아가는 노년의 대처(메릴 스트립). 그러면서 영화는 그녀의 회상을 통해 아버지의 식료품점에서 일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시작으로 그녀가 정치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데니스와의 결혼,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 되는 과정 등을 짧게 끊어서 보여줍니다.

2008년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로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었던 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마가렛 대처의 일대기를 다루면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이한 영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영국의 세계적 지위를 회복한 대처 수상의 업적과 그러한 과정 속에 노조와 서민의 반발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태도 등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결국 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마가렛 대처가 '철의 여인'인 이유를 보여줍니다. 그녀를 찬양하지도, 그렇다고 그녀를 비난하지도 않은채, 특별한 배경 하나 없이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장관에 이어 수상까지 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의 모습을 담담하게 따라간 것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치는 없다.

 

영화를 본 후, 마가렛 대처의 일대기에 대해 좀더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졌던 그대로 그녀의 일대기는 '철의 여인'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영국 최고의 정치인의 모습에서 [브래스드 오프], [빌리 엘리어트]에서 그려졌던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악녀의 모습까지...

그런 그녀의 일대기를 생각해보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치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파탄 일보직전까지 온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그녀가 실행한 정책들은 효과적이었지만, 그로인하여 오히려 희생을 강요당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영국 경제는 다시 되살아난 것이겠죠. 

그녀는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영국의 복지정책을 철폐시켰습니다. 그로인하여 서민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정부 재정은 최악의 위기를 모면했고, 노조를 탄압하였지만 그 덕분에 영국의 노동 유연성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 그녀의 정치에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의지. 그녀는 그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정치를 해나갔고, 그것이 1979년 처음 집권한 후 1983년, 1987년 총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20세기 들어서 처음으로 총선 3연패를 기록하는 장기 집권의 토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그녀의 의지. 그것이 마가렛 대처가 '철의 여인'인 이유일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