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원석
주연 :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나도 이제 스마트폰으로 영화본다.
여러분은 영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처음으로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당시만해도 영화를 보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봐야 하고, 극장 상영이 끝나면 비디오로 출시되며, 시간이 조금 흐르면 TV에서 방영하는 순서였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보급이 시작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를 보는 새로운 방법으로 급부상하였습니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는 방법은 극장에서 보는 것을 기본으로, 가끔 TV와 컴퓨터로 영화를 봅니다.(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진 요즘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것도 구세대의 방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굳이 컴퓨터를 켤 필요도 없이, 내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스마트폰을 새롭게 구매한 저는 Play스토어 포인트 3,500점을 확인하고 '이걸로 뭘 할 수 있나?'라는 호기심에 Play스토어에 접속하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제가 극장에서 놓쳤던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렇게도 영화를 볼 수 있구나!' 제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부담없는 로맨틱 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는 일단 로맨틱코미디입니다. 제가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화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로맨틱코미디라는 가볍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장르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집중하면서 봐야 하는 영화의 경우는 아무래도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사용설명서]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리며 봐도 전혀 무리가 없는 그런 내용과 설정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내용의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온갖 궂은 일을 다 도맡아 하는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 그녀는 연이은 야근에 푸석푸석해진 얼굴과 떡진 머리로 남자들의 기피대상 1호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테잎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디오 테잎에 있는 Dr 스왈스키(박영규)의 말대로 하니 거짓말처럼 남자들이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고 하던 일도 술술 잘 풀립니다. 그러는 와중에 최보나는 한류스타 이승재(오정세)와 엮이게 되고, 최보나와 이승재의 알콩달콩, 치고 받는 사랑이 펼쳐집니다.
일부러 유치하게...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일반적인 로맨틱코미디의 전개를 전혀 벗어나지 못합니다. 두 남녀가 처음에 투닥거리며 싸우다가 결국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졌다가, 오해로 인하여 잠시 헤어지고, 결국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는... 지금까지 봐왔던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를 표현하는 방식으 굉장히 새롭습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볼 수 있는 시대에 구식 비디오 테잎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사용설명서'의 화면은 일부러 유치함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CF 조감독과 한류 톱스타라는 주인공의 직업은 감각적인데, 그러한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은 유치한 비디오 테잎의 화면처럼 꾸며져 있으니, 영화를 보던 저는 '뭐 이런게 다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영화 자체가 아예 일부러 '그래, 나 유치하다.'라고 대놓고 말하니 그러한 유치함이 결코 밉지 않더군요.
이시영의 캐스팅은 굉장히 잘 어울렸고, 오정세는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안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점점 이시영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매력적인 유치함(?)을 더해주는 박영규의 연기는 비디오 속의 외국인 남자배우처럼 엄지손가락을 세워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용설명서가 필요한가?
제가 [남자사용설명서]를 만족하며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입니다. 로맨틱코미디의 기본공식에 충실한 익숙함과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 유치함이 잘 조화를 이뤄 결코 어색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에 좀더 충실하다보니 매력적인 유치함이 덜해서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로맨틱코미디라면 이런 해피엔딩은 기본이니, 영화를 보고나서도 나까지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갈 것은 영화의 소재인 '남자사용설명서'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기본적으로 많은 것이 다르다고 하네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 영화의 '남자사용설명서'는 남자들의 기본적인 특성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럼으로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남자사용설명서'로 인하여 가까워졌지만, '남자사용설명서'로 인하여 서로 멀어져야 했던 최보나와 이승재처럼, 모든 것이 책 속의 공식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뻔한 공식이 아닌 진심이 아닐까요? 서로의 진심이 통했기에 결국 사랑을 이룰 수 있었던 최보나와 이승재 커플의 마지막 모습이 그래서 더욱 흐뭇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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