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셰임] - 타인과의 관계가 없는 일상은 얼마나 공허한가!

쭈니-1 2013. 5. 13. 11:34

 

 

감독 : 스티브 맥퀸

주연 :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 멀리건

 

 

공허한 섹스에 중독된 남자.

 

브랜던(마이클 패스벤더)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뉴욕의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없는 그가 몰두하는 것은 의미없는 섹스와 마스터베이션입니다.

[셰임]은 처음부터 마이클 패스벤더의 성기를 노출시킵니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낯익은 배우인 만큼 그의 성기 노출은 꽤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뭔가 굉장히 답답한 느낌입니다. 그러한 이유는 브랜던의 일상이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섹스라는 행위 자체가 타인과의 관계입니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식을 낳고, 가족이라는 또다른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콜걸과의 섹스, 마스터베이션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닙니다. 돈을 지불하고 즐기는 콜걸과의 섹스에 타인과의 관계 따위는 없고, 마스터베이션 역시 혼자만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공허한 삶에 불쑥 찾아온 여자

 

하지만 브랜던의 공허한 삶에 변화가 생깁니다. 바로 그의 여동생인 시시(캐리 멀리건)가 불쑥 찾아온 것입니다. 시시는 브랜던의 일상을 마구 헤집어 버립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쌓아올린 브랜던의 일상은 동생인 시시와의 관계로 인해 서서히 무너집니다.

시시는 브랜던과는 달리 타인과의 관계에 적극적입니다. 사랑에 목말라 있는 그녀는 브랜던의 직장 상사와 관계를 가져 브랜던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브랜던은 분노합니다. 그리고 시시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합니다. 시시가 만들어 놓은 타인과의 관계를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려 하는 브랜던과 타인과의 관계를 애타게 목말라 하는 시시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대립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파국을 맞이합니다.

 

 

브랜던이 지하철을 타는 이유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브랜던은 과연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한 것일까요? 혹시 타인과의 관계가 서투른 것은 아닐까요? 제가 그러한 의문점을 갖게 된 이유는 브랜던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한다면 자신만의 공간인 자가용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브랜던이 자가용을 사지 못할 정도로 경제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는 굳이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어쩔 수 없이 타인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실제로 브랜던은 지하철에서 만난 여인을 무작정 뒤쫓기도 합니다.

가벼운 원나잇스탠드를 위해서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여인의 뒤를 쫓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섹스 상대를 물색하기에 어울리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브랜던이 지하철을 타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싶은 브랜던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서투른 브랜던

 

브랜던이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한 것이 아닌 서투른 것이라는 두번째 증거는 회사 동료인 마리안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브랜던에게 먼저 접근한 마리안. 결국 브랜던은 마리안과 데이트를 하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 놓습니다. 하지만 마리안과 섹스를 하려는 그 순간 브랜던은 갑자기 멈춥니다. 마리안과의 섹스는 콜걸과의 섹스와는 다른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행위입니다. 어쩌면 브랜던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시시와 싸우고, 마리안과의 관계 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브랜던은 거리를 헤매며 더 강한 자극을 느끼려 합니다. 그러한 브랜던의 모습을 보며 저는 타인과의 관계가 서투른 그가 의미없는 섹스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의미없는 섹스로 자신이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죠.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혼자 살아 갈 수가 없습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관계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믿었던 친구한테 배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두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셰임]은 브랜던이라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서투른 한 남자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브랜던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에 더욱 강한 성적 자극을 찾게 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혼자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가족이라는 관계를 형성한 시시와 함께 살아나갈 것이며, 마리안과의 관계 역시 어쩌면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지하철을 이용하는 그는 지하철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요. 타인과의 관계로 인하여 우리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타인과의 관계로 인하여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브랜던의 공허한 삶을 보며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내 주위의 타인들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