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알렌 휴즈
주연 : 마크 월버그, 러셀 크로우, 캐서린 제타 존스, 베리 페퍼, 카일 챈들러
그들은 왜 진실을 외면했을까?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 남자의 밑에는 총에 맞아 숨진 또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총을 들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빌리 타가트(마크 월버그), 뉴욕의 경찰입니다. 총에 맞아 숨진 남자는 16세 소녀를 강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입니다. 빌리는 말합니다. 난 정의를 실현했다고... 그는 죽어 마땅한 자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외칩니다. 그는 아직 법적으로 무죄라고... 그런 그를 쏴 죽인 빌리는 살인자에 불과하다고...
빌리에 대한 재판이 벌어집니다. 빌리의 변호인은 죽은 남자가 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빌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방어였고, 공무수행이라는 변론을 펼칩니다. 결국 빌리는 무죄로 석방됩니다. 하지만 그의 무죄 뒤에는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뉴욕 시장인 니콜라스 호스테들러(러셀 크로우)는 영웅을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빌리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를 제거했고, 빌리가 무죄로 석방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경찰서장은 이를 묵인합니다. 그 댓가로 빌리는 무죄가 되었지만 경찰복을 벗어야합니다.
"맞서 싸울 전쟁과 피해야 할 전쟁이 있는 건데, 이건 싸우면 안되네." 니콜라스 호스테들러 시장의 의미심장한 이 한마디는 빌리에게 더이상의 진실을 파헤치면 다칠 것이라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그렇게 빌리는 진실을 외면했고, 7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그들은 왜 진실을 파헤치려할까?
[브로큰 시티]는 영화의 시작부터 모든 내막을 관객 앞에 펼쳐 보입니다. 겉은 뉴욕 시민을 위하는 완벽한 시장같지만 속은 거짓과 탐욕으로 가득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진실 따위는 쓰레기 취급할 수 있는 니콜라스 호스테들러. 나콜라스 호스테들러 시장에게 불만이 많지만 그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는 경찰서장.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더이상 캐묻지 않은 빌리. 이 세 명의 등장 인물은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마주칩니다.
사건의 시작은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니콜라스 호스테들러가 사립 탐정이 되어 있는 빌리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부인인 캐틀린(캐서린 제타 존스)의 불륜 상대가 누구인지 밝혀달라고 의뢰합니다. 거액의 돈과 함께... 즉시 임무에 착수한 빌리는 캐틀린이 남편의 선거 경쟁자인 잭 발리안트(배리 페퍼)의 선거담당관(카일 챈들러)과 만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자료를 니콜라스 호스테들러에게 넘깁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뉴욕 시장 부인의 불륜 스캔들은 캐틀린의 불륜 상대가 살해되며 이상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게다가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니콜라스 호스테들러를 무너뜨리겠다고 벼릅니다. 빌리는 이 사건의 내막에 뭔가 거대한 진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그는 이번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두 개의 사건. 진실에 접근하는 달라진 입장
흥미로운 것은 7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두고 벌어진 두 개의 사건은 서로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과는 다른 속으로 감춰진 진실의 내막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두 개의 사건에 맞서는 캐릭터들의 행동은 니콜라스 호스테들러를 제외하고는 서로 다릅니다. 7년 전에는 진실을 외면했던 이들이 이번엔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브로큰 시티]는 어쩌면 평범한 스릴러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진실은 그다지 꽁꽁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분위기는 그럴싸하지만 그러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스릴러 영화를 조금이라도 본 관객들에겐 너무 쉽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영화가 감추고 있는 진실이라는 것에 촛점을 맞추었을 때의 일입니다. 감춰진 진실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기에 당연히 그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영화의 쾌감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감춰진 진실을 대하는 캐릭터들의 입장입니다. 7년 전의 사건과 7년 후의 사건. 그 세월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빌리와 경찰서장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요?
니콜라스 호스테들러가 진실을 외면하는 이유
니콜라스 호스테들러가 한결같이 진실을 감추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는 자신의 뉴욕 시장이라는 자리가 가져다주는 부와 명예를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뉴욕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죽였다는 진실보다 뉴욕 경찰이 극악무도한 강간살해범과 용감히 맞서 싸웠고 결국 그를 처치했다는 거짓이 그의 시장으로서의 인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캐틀러의 불륜 사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선거를 며칠 앞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장 자리를 지키는 것 뿐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는 인간이 바로 니콜라스 호스테들러입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닌, 정치 스릴러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그의 캐릭터 덕분입니다.
그것은 7년 전 빌리와 경찰서장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7년 전의 빌리에겐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강간 살해당한 16세 소녀의 언니인 나탈리아가 그의 연인입니다. 그가 물불 안가리고 강간살해범을 총으로 쏴 죽인 이유도 나탈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이며, 7년전의 진실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도 나탈리아와의 삶을 이어나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부분에서 경찰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지키고 싶은 그 무엇이 있었기에 진실을 외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빌리와 경찰서장이 진실을 파헤치는 이유
7년 전, 그렇게 그들은 각자가 지키고 싶은 그 무엇이 있었기에 진실을 외면합니다. 그리고 7년 후,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립니다. 새로운 감춰진 진실에 마주한 빌리와 경찰서장은 적극적으로 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을 겁니다. 그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바꿔 놓은 것일까요?
우선 빌리의 경우를 보죠. 빌리가 니콜라스 호스테들러가 연유된 것이 분명한 살인 사건의 진실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배우인 나탈리아와의 사랑이 끝나면서부터입니다. 동생의 사건 때문에 7년간 당신에게 묶여 살았다는 나탈리아의 외침은 빌리가 그동안 지키고 싶어하던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립니다. 그 순간 빌리는 다시 끊었던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것에 매달립니다. 어쩌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그에겐 실연의 아픔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경찰서장이 진실을 파헤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의 마지막에 공개됩니다. 그에게도 경찰서장이라는 자리보다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생긴 것입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져 자신의 자리를 잃는다고해도 꼭 지키고 싶은 한 사람. 그녀를 위해 경찰서장은 진실을 파헤칩니다.
결국 빌리와 경찰서장이 진실을 파헤치는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빌리는 지키고 싶은 것을 잃었고, 경찰서장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그들은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선택은 같습니다.
지키고 싶은 삶이 있었어도 그는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을까? (스포 포함)
모든 진실을 파헤친 빌리. 그에게 니콜라스 호스테들러는 제안을 합니다. 지금까지 감춰놓았던 7년 전의 진실을 가지고...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면 빌리를 파멸시킬 수 있는 7년 전의 진실도 밝히겠다는 협박입니다.
하지만 니콜라스 호스테들러가 한가지 감안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빌리에게는 지키고 싶었던 사랑하는 여인과의 삶이 무너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는 빌리가 다시 술을 마시는 그 순간 그것을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결국 지키고 싶은 것이 없는 빌리는 그제서야 7년 동안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합니다.
[브로큰 시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빌리라면 과연 나는 내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는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내 삶을 빼앗길 수도 있는, 하지만 결코 거짓이 아닌 진실. 과연 그러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브로큰 시티]는 분명 뛰어난 스릴러 영화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진실을 대하는 빌리의 변화만으로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아주짧은영화평 > 2013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리개] - 이 영화가 제2의 [도가니]가 되지 못한 이유 (0) | 2013.05.16 |
---|---|
[셰임] - 타인과의 관계가 없는 일상은 얼마나 공허한가! (0) | 2013.05.13 |
[끝과 시작] - 의외로 매력적인 이야기 (0) | 2013.04.30 |
[후세 : 말하지 못한 내 사랑] - 가짜라도 최선을 다해 살면 진짜가 된다. (0) | 2013.04.24 |
[여친남친] - 영원할 수 없는 사랑과 우정의 슬픔 (0) | 2013.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