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3년 아짧평

[헤어스프레이] - 세상의 편견에 대한 유쾌한 반란

쭈니-1 2013. 6. 24. 10:39

 

 

감독 : 아담 쉥크만

주연 : 니키 블론스키, 존 트라볼타, 미셸 파이퍼, 퀸 라티파, 잭 애프런

 

 

2007년 겨울, 쭈니는...

 

제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를 한 것은 2007년 가을이었습니다. 당시 웅이는 무럭무럭 커가고 있었지만 저는 잦은 이직으로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2007년 회사를 옮기면서 저는 가장으로서의 의무감과 새로운 회사에 대한 의욕이 넘쳐났었습니다.

입사하자마자 제게 처음으로 떨어진 임무는 가을 야유회를 준비하는 것. 도대체 뭘 어떻게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재미있어하는 야유회를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모든 직원이 즐거워하는 야유회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그해 겨울, 저희 회사의 송년회가 다가왔습니다. 송년회는 공연을 관람한다고해서 이번만큼은 모든 직원들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찾기 위해 저는 단체 예매가 가능한 모든 공연을 검색한 후 리스트를 만들었고,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까지 했습니다. 제가 내심 전 연령층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으로 꼽아 놓은 것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와 <맘마미아>였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에서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결국 저희 회사 송년회 공연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로 결정되었는데, 직원들이 그 공연을 선택한 이유는 회사에서 가까워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후에 알게 되고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6년만에 다시 만난 [헤어스프레이]

 

[남자사용설명서] 이후 스마트폰으로 볼 두번째 영화를 고르던 저는 리스트에서 [헤어스프레이]라는 뮤지컬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6년 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비록 6년 전에는 썰렁한 분위기에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봤지만 (상상해보세요. 30,40대 양복쟁이들이 홍대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관람하는 광경을...) 6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날의 인연으로 [헤어스프레이]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당시 십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던 TV쇼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하기 위한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라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공부 따위는 필요없어. 신나게 노는 거야.'를 외치는 '코니 콜린스 쇼'. 하지만 이 영화의 소재는 십대 청소년들의 가벼운 한바탕 놀음이 아닙니다. 사회의 편견에 격변의 시대인 60년대. 사회의 편견에 맞서 유쾌한 반란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60년대풍의 흥겨운 락앤롤과 복고풍 댄스와 더불어 진행되는 사회의 편견에 대한 반란. 이렇게 상반된 두 요소가 꽤나 잘 어울렸던 영화입니다.

 

 

 

트레이시가 맞서야 했던 편견

 

뚱뚱한 몸을 가졌지만 낙천적인 소녀 트레이시. 그녀의 꿈은 '코니 콜린스 쇼'에 나가는 것. 하지만 뚱뚱한 몸과는 달리 날렵한 춤 솜씨를 가진 트레이시가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과거 미인 대회 출신인 방송국장 벨마(미셸 파이퍼)와 그녀의 딸인 앰버(브리타니 스노우)가 사사건건 방해를 놓기 때문입니다.

결국 트레이시가 맞서 싸워야 했던 편견은 뚱뚱함에 대한 사회의 편견입니다. 사실 저 역시 2007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지금까지 외면했던 이유가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걸린 니키 블론스키라는 배우의 모습에서 별다른 매력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니 트레이시는 낙천적인 미소를 띄며 노래와 춤을 하며 매력을 맘껏 발산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춤과 노래에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느끼며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아이스크림 아르바이트생에서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할리우드에 데뷔하였다는 니키 블론스키. 그녀는 완벽한 트레이시였습니다.

 

 

 

뜻밖의 배우들을 찾는 재미

 

트레이시는 뚱뚱함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움과 동시에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에도 함께 싸워 나갑니다. 꽤 심각할 수도 있는 이러한 소재들은, 그러나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가볍게 버무러져있습니다. 

[헤어스프레이]의 또다른 재미는 배우들의 매력입니다. 주인공은 신인 배우인 니키 블론스키가 맡았지만, 그녀를 뒷받침해주는 조연 배우들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특히 트레이시의 엄마, 아빠를 주목해 주세요.

트레이시와 얼굴에서부터 사이즈까지 똑같은 엄마 역은 놀랍게도 존 트라볼타가 맡았습니다. [토요일밤의 열기], [그리스] 등 70년대 최고의 뮤지컬 영화 배우였던 존 트라볼타는 여장 분장을 하는 파격으로 [헤어스프레이]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 영화로 그는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여성 캐릭터로 남우조연상이라니.... ^^)

트레이시의 아빠 역은 크리스토퍼 월켄입니다. 강력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는 [헤어스프레이]에서는 장난감 가게의 순진한 주인으로, 벨마의 치명적인 유혹에도 무감각한 순박함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미셸 파이퍼와 흑인 여배우중 최고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퀸 라티파, 그리고 [엑스맨]에서 싸이클롭을 연기한 제임스 마스던과 이제는 스타 배우가 된 잭 애프런의 초창기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