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시즌은 극장가의 최고 성수기로 손꼽힙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더위를 쫓기 위해 시원한 극장으로 값싼 피서를 오시는 분들도 많고, 여름 방학을 맞이한 학생 관객들과 여름 휴가를 맞이한 성인 관객들 역시 극장으로 대거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 방학 시즌은 제작비가 많이 투여된 흥행이 절실한 영화들, 즉 블록버스터들이 거의 매주 개봉 대기 중이며,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틈새 시장을 노리는 공포 영화들도 물 만난 고기처럼 몰려듭니다.
하지만 이들 장르의 영화 외에도 여름 극장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손님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름 방학을 맞이한 학생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특히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은 블록버스터 규모의 제작비를 토대로 매년 놀라운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던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에게 바톤터치를 하고, 드림웍스가 '타도 디즈니'를 외치며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후발 주자인 폭스 계열의 블루 스카이가 [아이스 에이지]의 흥행 성공으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장은 3파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나이 마흔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의 격전이 즐겁기만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삼국지. 그 첫번째 주자는 바로 픽사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의 혁명 [토이 스토리 3부작]
1989년 [인어공주]의 흥행 성공 이후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은 [미녀와 야수], [알라딘]을 거쳐 1994년 [라이온 킹]으로 최절정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디즈니는 1991년 픽사라는 아주 작은 3D 애니메이션 회사와 2,600만 달러에 3D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을 맺습니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것이 1995년에 개봉한 [토이 스토리]입니다.
카우보이 인형인 우디(톰 행크스)가 새로운 장난감인 버즈(팀 앨런)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하지만 함께 힘을 합쳐 주인의 사랑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토이 스토리]는 당시에는 조금 낯선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토이 스토리]의 흥행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라이온 킹]에 이은 새로운 셀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가 [라이온 킹]의 신화를 넘어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기대와는 달리 [포카혼타스]는 [라이온 킹]의 기록을 넘어서기는 커녕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흥행 성적에도 뒤쳐지는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와는 달리 [토이 스토리]는 1995년 북미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러한 [토이 스토리]의 흥행은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은 삼국지에서 한나라가 몰락하듯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픽사는 점점 위력을 떨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1999년 [토이 스토리 2]와 2010년 완결편인 [토이 스토리 3]가 개봉하며 픽사 애니메이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토이 스토리 3]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흥행 1위를 차지함으로서 전 세계의 영화팬들이 3D 애니메이션의 혁명을 이룬 이 시리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증명해 보였습니다.
내부, 혹은 외부의 적과의 힘겨운 싸움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제국은 그렇게 단숨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디즈니가 이룩해 놓은 셀 애니메이션의 제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포카혼타스]가 듣보잡(?)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게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디즈니는 그것을 애니메이션의 대세가 셀에서 3D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오히려 관객에게 친숙하지 않은 소재인 인디언 여성의 이야기 탓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디즈니의 선택은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고전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노틀담의 곱추]였습니다. 하지만 [노틀담의 곱추] 역시 셀 애니메이션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디즈니는 고전이 가지고 있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 탓이라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한 가벼운 영웅담 [헤라클레스]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러도 넘지 못하는 충격적인 흥행 실패만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설화를 소재로 삼은 [뮬란] 마저도 미지근한 흥행을 기록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타도 디즈니'를 외치며 야심차게 닿을 올린 드림웍스가 [개미]와 [이집트의 왕자]로 디즈니를 더욱 몰아부쳤습니다. 디즈니로서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때 등장하여 디즈니의 자존심을 세운 것이 바로 [벅스 라이프]입니다.
메뚜기떼의 폭력에 시달리던 개미들이 곤충 서커스단을 영웅 집단이라 착각하고 도움을 청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벅스 라이프]는 1998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여 디즈니에게 더이상 3D 애니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증명해보였습니다.
[벅스 라이프]가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내부의 적과의 힘겨운 싸움 속에서 3D 애니메이션의 대세를 확인시켜준 영화라면 [몬스터 주식회사]는 드림웍스라는 외부의 적과의 싸움에서 안타까운 패배를 겪어야 했던 영화입니다.
1998년 [개미]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닿을 올린 드림웍스는 2001년 드디어 그들 최고의 브랜드인 [슈렉]을 내놓습니다. 이렇게 [슈렉]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 2001년은 드림웍스와 픽사의 본격적인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그 차이는 불과 1천만 달러였음을 감안한다면 픽사로서는 극장가의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한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들의 비명을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는 몬스터 세계에서 밤마다 벽장에 숨어 아이들에게 겁을 줌으로서 비명을 모으던 설리(존 굿맨)와 마이크(빌리 크리스탈)가 그만 실수로 인간 아이인 부를 몬스터 세계로 데려오며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비록 [몬스터 주식회사]는 [슈렉]과의 흥행 전쟁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이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의 성수기엔 5월에 개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픽사의 전성시대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몬스터 주식회사] VS [슈렉]의 흥행 대결에서 [몬스터 주식회사]의 아쉬운 패배 때문이었을까요? [니모를 찾아서]는 그동안 11월에 개봉하던 픽사 애니메이션들과는 달리 극장가의 성수기인 썸머시즌의 시작인 5월 말일에 개봉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 흥행 1위는 2010년에 개봉한 [토이 스토리 3]입니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3]에 이은 2위가 바로 [니모를 찾아서]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흥행 기록은 [슈렉 2], [라이온 킹], [토이 스토리 3]에 이은 북미 애니메이션 사상 역대 흥행 4위에 해당됩니다.
2003년 북미 흥행만 놓고 봐도 [니모를 찾아서]의 기록은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에 뒤이은 2위입니다. 2003년은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를 비롯,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엑스맨 2], [터미네이터 3] 등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대거 개봉했지만 이들 영화 모두 아들을 찾아 나선 작은 물고기의 모험을 당해내지 못한 것입니다.
2004년에 개봉한 [인크레더블]도 '역시 픽사'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영화입니다. 2004년 당시에는 마블과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요즘처럼 큰 인기를 얻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DC 코믹스의 영웅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이미 영화화 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마블 코믹스 역시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달아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픽사는 슈퍼 히어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인크레더블]을 만듭니다. 사실 그것은 위험한 모험이었습니다. 슈퍼 히어로 소재의 애니메이션이라면 TV 애니메이션을 먼저 생각하는 관객의 선입견 속에서 픽사는 슈퍼 히어로 애니메이션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매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세계 최강의 슈퍼 히어로였지만 이제는 은퇴한 미스터 인크레더블(크레이그 넬슨). 그의 앞에 새로운 특명이 떨어집니다. 어쩌면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임무. 하지만 인크레더블은 다시 빛나는 영웅으로 복귀하여 가족들과 함께 임무를 완수해냅니다.
물론 2004년 북미 박스오피스 흥행 1위는 안전한 선택을 한 드림웍스의 [슈렉 2]가 차지했지만 픽사의 놀라운 도전 정신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러한 도전 정신이야 말로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전세계 영화팬들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아닐까요?
픽사의 도전은 계속된다. [카], [라따뚜이]
[인크레더블]을 통해 슈퍼 히어로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은 픽사의 도전 정신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이번에 픽사가 도전한 것은 바로 스피드의 세계입니다. 스피드의 세계는 실사 영화에서 매력을 발휘합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이나 [폭풍의 질주], 그리고 어느덧 시리즈의 6편까지 나온 [분노의 질주] 등이 스피드의 세계를 할리우드 특수효과로 잡아낸 매력적인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픽사는 그러한 스피드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자동차를 의인화하여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픽사는 그러한 위험 요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카]를 완성해냅니다. [카]는 화려한 레이싱의 세계의 스타 라이트닝 맥퀸(오웬 윌슨)이 지도에조차 표시되지 않은 래디에이터 스프링스라는 한적한 시골에 가게 되면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비록 [카]의 흥행 성적은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중위권인 7위에 불과하고, [니모를 찾아서] 이후 픽사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은 점점 하락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것이 픽사의 위기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픽사의 도전 정신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임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러한 도전 정신은 2007년 [라따뚜이]로 이어집니다.
[카]가 스피드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 냈다면 [라따뚜이]는 맛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 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맛의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생쥐를 주인공으로 삼는 파격적인 모험을 감행합니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패튼 오스왈트). 그는 생쥐라는 신분 때문에 주방에 갈 수 없게 되자 재능없는 견습생 요리사 링귀니(루 로마노)와 의기투합하여 환상적인 요리 실력 발휘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라따뚜이]의 성패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라따뚜이] 속의 음식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며 '맛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입니다. 이는 스피드를 애니메이션화한 [카]보다도 오히려 고난도의 어려운 미션입니다. 하지만 [라따뚜이]는 이 어려운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더이상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없음을 선언하였습니다.
이제는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월-E], [업]
도저히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부적격할 것 같았던 스피드의 세계와 맛의 세계를 완벽하게 애니메이션화하여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픽사는 이번엔 감성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시도의 애니메이션을 잇따라 만들어 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의 주관객은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재미위주의 시끌벅적한 애니메이션이 흥행에서 더 유리한 것이 당연합니다. 드림웍스의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팬더]가 대표적이고, 애니메이션의 후발주자인 블루 스카이도 [아이스 에이지]라는 시끌벅적한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픽사는 오히려 조용한 애니메이션을 개봉시킵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월-E]입니다. [월-E]는 환경오염으로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에서 홀로 남아 자신의 임무인 폐기물 수거를 하던 로봇 '월-E'(벤 버트). 그런 그가 탐사 로봇인 이브(엘리사 나이트)와 만나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지구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우주를 방랑하던 인간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이 보잘것 없는 폐기물 수거 로봇의 사랑. [월-E]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충분히 감동적인 눈물을 흘릴 수 있음을 보여준 위대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 [월-E]를 가장 좋아합니다. 하지만 [월-E] 의 북미 흥행은 픽사 애니메이션 14편의 영화 중에서 10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부진했습니다. 확실히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에 [월-E]는 너무 정적이고 감동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009년에 개봉한 [업]은 흥행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업]은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 [토이 스토리 3], [니모를 찾아서]에 이은 전체 3위를 흥행을 기록하였습니다.
[업]은 수천개의 풍선을 집에 매달아 남아메리카로 모험을 떠나는 칼(에드워드 에스너)과 우연히 이 여행에 동참한 러셀(조던 나가이)의 모험을 담은 영화입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고집불통 할아버지라니... 상당히 흥행에 불리한 조건처럼 보이지만, 관객들은 젊은 시절 꿈꾸었던 모험을 이뤄내는 이 노인에게 박수와 감동의 눈물을 보냈습니다. 어쩌면 [업]의 흥행 성공은 이미 [월-E]를 통해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아이 관객 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들도 즐기며 감동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던 흥행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픽사의 위기? [카 2], [메리다와 마법의 숲]
2006년 디즈니는 픽사를 약 74억 달러어치의 주식으로 인수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흥행불패를 이어나가며 이제는 더이상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은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디즈니가 픽사를 놓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일이죠. 그리고 픽사는 2010년 [토이 스토리 3]를 통해 최고의 전성기에 접어 듭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픽사의 위기는 최고의 전성기에 접어든 2010년 이후부터 발생됩니다. 드림웍스나 블루 스카이와는 달리 [토이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시리즈보다는 새로운 모험에 주력하던 픽사는 어느 순간부터 모험 대신 안전을 택하기 시작합니다. [토이 스토리 3]의 전세계적 흥행은 픽사가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는 신호탄이 됩니다.
2011년 개봉한 [카 2]는 2006년에 개봉하여 스피드의 세계를 애니메이션화한 [카]의 속편입니다. 하지만 [카 2]는 더이상 스피드의 애니메이션화보다는 인기 캐릭터인 메이터(래리 더 케이블 가이)의 영웅담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코믹한 메이터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은 안전한 흥행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카 2]는 오히려 1998년 [벅스 라이프] 이후 13년만에 북미흥행 2억 달러를 넘지 못한 애니메이션이 되고 맙니다.
[카 2]의 흥행 부진으로 제기된 픽사의 위기는 2012년에 개봉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동화 속 공주의 성장담을 주로 그렸던 디즈니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영화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전통깊은 왕국의 공주 메리다(켈리 맥도날드)는 드레스와 구두보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을 좋아하는 말괄량이입니다. 그런 메리다를 아름다운 공주로 만들기 위해 공주 수업을 강요하는 메리다의 어머니인 엘리노어 왕비(엠마 톰슨). 그러한 어머니에게 화가난 메리다는 마녀에게 엄마를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마법에 걸린 엘리노어 왕비는 곰으로 변하고 맙니다.
새롭고 모험적인 소재를 주로 하던 픽사. 동화 속 공주 이야기를 주로 하던 디즈니. 이 둘의 만남이 [메리다와 마법의 숲]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문제는 픽사의 모험적인 정신이 디즈니와 합병을 하며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위기는 현재도 진행중입니다.
픽사는 예전처럼 모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까? [몬스터 대학교], [도리를 찾아서]
북미에서는 이미 지난 6월 21일에 개봉하여 2억2천4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개봉 에정인 [몬스터 대학교]는 어쩌면 향후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어디로 흘러 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일지도 모릅니다.
[토이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주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어오던 픽사가 [토이 스토리 3]의 엄청난 흥행 성공과 함께 [카 2]에 이어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퀼인 [몬스터 대학교]를 신작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앞으로 픽사의 흥행 전략이 안전을 위한 속편 위주가 아닐지 의심이 되는 대목입니다.
그러한 의심은 2015년 개봉 예정작인 [도리를 찾아서]로 더욱 확실히집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인기 캐릭터인 단기기억상실증 물고기 도리(엘렌 드제너스)를 내세운 [도리를 찾아서]는 메이터를 내세운 [카 2]와 비슷한 흥행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최근 미국의 소셜 미디어 뉴스 사이트인 '버즈피드'는 픽사의 사장인 에드 캣멀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앞으로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속편보다는 후진양성을 위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버즈피드'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픽사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3D 애니메이션의 혁명을 일으켰던 시절로 회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애니메이션의 최강자 픽사. 픽사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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