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생각에 꼬리를 무는 영화

내가 히스 레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일곱가지 이유

쭈니-1 2013. 7. 19. 18:05

 

 

며칠 전에 [론 레인저]를 본 후 톤토를 연기한 조니 뎁의 독특한 분장이 인상 깊어서 독특한 분장이 인상 깊었던 영화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다수 포함되더군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중에서 독특한 분장의 영화들을 정리하다보니 이번엔 [배트맨]이 툭 하고 튀어 나왔습니다. [배트맨]은 제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입니다.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의 분장을 보다보니 이번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히스 레저가 새롭게 탄생시킨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튀어 나왔고, [배트맨]의 조커와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비교하다보니 2008년 1월 22일 처방약 과용으로 안타깝게 숨진 히스 레저의 영화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느닷없이 히스 레저의 영화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목하여 내가 히스 레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일곱가지 이유.

 

 

 

첫번째 이유... 고독한 아웃사이더, 하지만 사랑하고싶은 남자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히스 레저의 데뷔작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청춘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고교 졸업 전까지 이성교제 금지라는 명령을 내린 아버지에 맞서 비앙카(라리사 올리닉)는 아버지를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비앙카의 언니인 캣(줄리아 스타일스)이 남자 친구를 사귄다면 비앙카 역시 이성교제를 허락하겠다고 한걸음 뒤로 물러섭니다.

문제는 캣은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비앙카는 자신을 좋아하는 카메론(조셉 고든 래빗)과 함께 캣이 좋아할만한 남자를 찾아 나서고 결국 독특한 매력의 아웃사이더 패트릭(히스 레저)를 점찍습니다.

결국 캣과 패트릭은 서로의 참모습을 알게 되면서 점차 가까워지지만 패트릭이 비앙카에 의해 매수되었다는 사실에 알게 되는 캣. 그로 인하여 캣과 패트릭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사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흔한 청춘 로맨스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히스 레저는 물론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래벳 등 명배우로 무럭무럭 자라날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아웃사이더 히스 레저의 매력은 더욱 빛이 납니다.

 

 

 

두번째 이유... 누군가의 아들역.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당당한 연기 [몬스터 볼], [패트리어트 : 숲 속의 여우]

 

 

엄밀하게 따지자면 [몬스터 볼]은 할리 베리의 영화입니다. [몬스터 볼]을 통해 할리 베리는 5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 74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 등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레티샤(할리 베리)는 사형수인 남편을 뒷바라지한지 11년째. 결국 남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뺑소니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버릴 것도 없이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린 레티샤. 그런 그녀에게 행크(빌리 밥 손튼)는 희망의 손을 뻗어 줍니다. 이제 그녀는 그늘진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행크가 바로 남편의 사형 집행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몬스터 볼]에서 히스 레저는 행크의 아들인 소니로 출연합니다. 그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형집행관입니다. 하지만 차가운 행크와는 달리 소니는 여리고 착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니는 행크를 변화시킵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 앞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이렇듯 할리 베리와 빌리 밥 손튼의 미친(!) 연기력 가운데에서도 젊은 배우에 불과한 히스 레저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존재감은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로 이어집니다.

 

 

 

1776년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쟁탈전쟁 동안 '늪속의 여우'라 불리우며 프랑스군이나 인디언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전설적인 전쟁 영웅 벤자민 마틴(멜 깁슨). 그는 이제 피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가족과의 평화로운 삶기로 합니다. 아내가 산고로 죽고 일곱 아이들을 키우며 살던 벤자민. 하지만 그의 평화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영국의 폭정 속에 미국은 독립 전쟁을 시작하고 식민지 개척자들은 전쟁 영웅인 벤자민이 독립 전쟁에 참가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벤자민은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죠. 그 와중에 벤자민의 큰 아들인 가브리엘(히스 레저)은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고 독립 전쟁에 참가합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시대극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는 여지 없이 멜 깁슨의 영화입니다. 젊은 혈기로 전쟁에 뛰어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미국의 독립 전쟁에 뛰어든 벤자민 마틴의 영웅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히스 레저는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 잡힌 반항아 아들 연기로 결코 멜 깁슨에 뒤쳐지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세번째 이유... 밝은 분위기의 시대극에서도 그의 매력은 변함없다. [기사 윌리엄], [카사노바]

 

 

솔직히 제가 히스 레저에 본격적으로 매료되기 시작한 것은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코믹 시대극 [기사 윌리엄]부터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밝고 쾌활한 매력을 맘껏 발산합니다.

[기사 윌리엄]은 14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지붕 수리공의 아들 윌리엄(히스 레저)는 자신이 모시던 기사가 어느날 마창 대회 도중 심장마비로 죽자 그를 대신해서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회는 귀족 신분을 가진 자만이 참가가 가능하다는 사실. 결국 윌리엄은 가짜 기사 신분 증명서를 만들어 마창 대회가 열리는 도시를 찾아 대장정을 펼친 끝에 승승장구하며 인기와 찬사를 한 몸에 받습니다. 하지만 그가 귀족이 아닌 미천한 신분임이 밝혀지고 윌리엄은 대회참가 자격을 박탈당함과 동시에 참수형에 처할 위기에 빠지는데...

[기사 윌리엄]은 히스 레저 주연의 영화치고는 드물게 매우 밝은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는 낙천적인 성격의 밝은 영웅 윌리엄을 연기하며 윌리엄의 동료 초서를 연기한 폴 베타니와 찰떡 호흡을 펼치며 유쾌한 웃음을 안겨줍니다.

 

 

히스 레저의 밝은 분위기의 매력은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카사노바]에서도 빛이 납니다. [카사노바]에서 히스 레저는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를 연기합니다. [개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을 연출한 명감독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히스 레저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견한 것입니다.

[카사노바]는 과연 '카사노바'는 희대의 바람둥이, 그것 하나만으로 현대의 가장 유명한 신화가 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18세기 베니스 최고의 남자. 수많은 여자들의 정조를 유린하고 방탕한 생황을 하던 카사노바는 프란체스카 브루니(시에나 밀러)룰 만나게 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 과연 히스 레저가 연기한 '카사노바'의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될 정도로 [기사 윌리엄]과 함께 히스 레저의 밝은 매력을 볼 수 있는 유이한 영화입니다.

 

 

 

네번째 이유... 암울한 시대, 하지만 히스 레저는 한줄기 빛이었다. [씬], [네드 켈리]

 

 

[기사 윌리엄]을 연출했던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이 다시 히스 레저를 캐스팅하여 완성한 영화가 [씬]입니다. [씬]은 [기사 윌리엄]과는 달리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히스 레저의 밝은 매력을 처음 발견한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이지만 역시나 두번째 선택에서는 그의 어두운 매력을 활용한 것이죠.

[씬]은 뉴욕의 젊은 신부 알렉스(히스 레저)는 친아버지와도 같았던 도미닉 신부가 로마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로마로 향합니다. 도미닉의 시신을 살펴보던 알렉스는 도미닉의 가슴의 상처와 시신 주변에서 고대 문자로 쓰여진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의 죽음이 중세 시대 이단종교집단에서 행했던 '씬이터', 즉 죄를 먹는 사람에게 죄를 사면받는 의식과 매우 흡사함을 알게 됩니다. 알렉스는 베일에 가려진 이단종교집단의 도움을 받아 '씬이터'의 행방을 찾아 나서며 감당하기 어려운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씬]은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분위기의 종교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위험에 빠져드는 알렉스 신부는 결국 사랑하는 마라마저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하지만 진실을 향한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습니다.

 

 

 

[네드 켈리]는 호주가 영국 식민지였던 1800년대를 배경으로 실존인물인 '네드 켈리'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아일랜드계 빈민 가정 켈리 가문 형제들은 영국 경찰과 자주 마찰을 일으킵니다. 그러던 중 경찰의 모함으로 큰아들 네드(히스 레저)는 살인미수 누명을 쓰게 되고 어머니가 대신 감옥데 들어갑니다. 사건 당시 네드는 영국인 귀족 부인 줄리아(나오미 왓츠)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가정이 있는 줄리아는 네드의 알리바이를 증언해주지 못하고, 결국 네드와 그의 형제들은 살인무명과 함께 도주하는 운명에 놓입니다.

영국 본토에서는 네드 형제를 잡기 위해 총경(제프리 러쉬)을 파견하는 등 이들의 체포를 강화하지만 네드 형제는 은행을 털며 은행에 빚진 가난한 농부들의 채권을 태워버리는 등 오히려 가난한 자들의 지지를 얻게 됩니다.

부당한 박해를 받아야 했던 호주의 식민지 시대. 히스 레저는 이 암울한 시대의 유일한 희망인 네드 켈리가 되어 한줄기 빛과도 같은 연기를 품어냅니다.

 

 

 

다섯번째 이유... 금지된 사랑도 그가 하면 아름답다. [브로큰백 마운틴], [캔디]

 

 

저는 이미 2001년 [기사 윌리엄]을 통해 히스 레저의 매력을 발견했지만, 아마도 히스 레저의 이름이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부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62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78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이안)등을 수상하였고, 주연을 맡은 히스 레저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갓 스물의 이 두 청년은 푸른 초원 위에 수천마리 양떼가 장관인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우정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만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4년후,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한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재확인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상당히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성간의 동성애를 다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안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아름답고 광할한 자연, 그리고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이 합쳐져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로 재탄생됩니다.

 

 

 

[캔디]는 마약 중독에 빠진 어느 커플의 위험한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자칭 시인이라 일컫는 댄(히스 레저)은 캔디(애비 코니쉬)와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하는 캔디와 영혼까지 공유하는 댄은 '캔디'(heroine)를 통해 천국을 맛 봅니다. 이미 천국을 경험한 댄과 캔디에게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고통은 커져가고 버겁기는 하지만 현실과 벽을 쌓으려는 몸부림을 치던 어느 날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캔디]에서 댄과 캔디는 마약인 히로인의 악마적 유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더욱 깊이 빠져듭니다. 그로 인하여 서로를 향한 끝없는 사랑이 점점 서로를 파괴하게 되고 마침내 이들은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은 뒤 이들은 한걸음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트레인 스포팅], [레퀴엠]과 같이 마약에 의해 파괴되는 청춘의 단면을 그렸지만, 대니 보일 감독식의 경쾌한 분위기인 [트레인 스포팅]과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식의 암울한 분위기인 [레퀴엠]과는 달리 히스 레저 특유의 매력이 잘 살려져 있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섯번째 이유... 세계적인 명감독 테리 길리엄이 사랑한 배우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몬티파이튼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SF 세계를 완성한 테리 길리엄 감독. 그의 영화를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립니다. 제 경우는 [12 몽키스]를 통해 그의 영화 세계에 흠뻑 빠졌었습니다. 그러한 테리 길리엄 감독 역시 히스 레저의 매력에 빠져 자신의 영화에 연달아 히스 레저를 캐스팅합니다.

테리 길리엄 감독과 히스 레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입니다. 유럽의 동화 작가로 유명한 그림 형제. 만약 그들의 동화가 그들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라면?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윌 그림(맷 데이먼)과 제이크 그림(히스 레저)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영화입니다.

비록 할리우드 영화답게 테리 길리엄의 분위기는 거의 사라지고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윌 그림과 제이크 그림 형제의 모험을 담은 테리 길리엄의 독특한 상상력은 최고였습니다. 특히 거울여왕을 연기한 모니카 벨루치의 신비로운 매력도 볼거리였던 영화입니다.

 

 

 

너무 할리우드적인 틀에 맞춰 히스 레저의 캐릭터를 완성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요? 테리 길리엄 감독은 할리우드의 답답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영화 세게를 펼칠 수 있었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 다시한번 히스 레저에게 러브콜을 보냅니다.

영화의 내용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악마와의 거래로 젊음을 얻게된 파르나서스 박사(크리스토퍼 플로머).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16번째 생일날 악마에게 바쳐야 합니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파르나서스 박사는 악마와 또 한번의 내기를 합니다. 바로 5명의 영혼을 먼저 사로 잡는 것. 이때 등장한 정체불명의 매력적인 사기꾼 토니(히스 레저)는 파르나서스 박사와 딸을 구하기 위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안타깝게도 히스 레저의 유작입니다. 이 영화를 촬영 당시 히스 레저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히스 레저를 대신하여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토니 역을 대신 연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일곱번째 이유... 영화 사상 최고의 악역 조커를 탄생시키다. [다크 나이트]

 

이제 제가 히스 레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이유까지 왔습니다. 모두들 예상하시겠지만, 제가 이 글을 쓰게된 원인을 제공한 바로 그 영화 [다크 나이트]입니다.

사실 [배트맨]은 완벽하게 팀 버튼의 영화였습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이 도전했다가 철저하게 망신만 당한 이유는 팀 버튼이 만들어 놓은 [배트맨]의 세계가 워낙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러한 팀 버튼의 세게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그리고 아예 처음부터 '배트맨'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갔고 [배트맨 비긴스]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스]는 잘 만든 영화이기는 했지만 결코 팀 버튼의 [배트맨]을 뛰어 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시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과감한 도전을 합니다. [배트맨 비긴스]의 2편인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메인 악당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조커는 팀 버튼의 [배트맨]을 대표할 정도의 악당입니다. 당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할리우드 사상 최고의 악당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러한 조커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놀랍게도 히스 레저입니다.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기 전까지 히스 레저의 조커가 과연 잭 니콜슨의 조커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히스 레저는 해냈습니다. 잭 니콜슨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악당 조커가 아닌, 영웅 '배트맨'조차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악당 조커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완벽한 악당을 만들어 낸 히스 레저는 마치 자신의 모든 열정을 조커에 쏟아 냈는지, 얼마되지 않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다크 나이트]를 보며 히스 레저의 연기와 위험한 매력에 환호를 보내던 전세계 관객들을 뒤로 하고...

 

 

 

이제 우리는 더이상 히스 레저의 새로운 매력적인 연기를 볼 수 없습니다. 그가 남긴 매력적인 영화들을 통해 그의 연기를 회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왜 하늘은 그를 이렇게도 빨리 데려갔는지... 비록 [다크 나이트]로 히스 레저의 영화들을 회상하였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제 기억 속에 잠시 잊혀졌던 그의 또다른 매력들이 자꾸 떠올라 더욱 가슴이 아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