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저스틴 린
주연 : 빈 디젤, 폴 워커, 드웨인 존슨, 미셸 로드리게즈, 루크 에반스
개봉 : 2013년 5월 23일
관람 : 2013년 5월 23일
등급 : 15세 관람가
저예산 액션영화로 시작한 [분노의 질주]도 어느덧 12년
롭 코헨 감독의 [분노의 질주]가 처음 개봉한 것이 2001년입니다. 당시 [분노의 질주]는 제작비 3천8백만 달러의 비교적 저예산 액션 영화였으며, 주연을 맡은 빈 디젤과 폴 워커 역시 스타급 배우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는 북미 흥행 성적만으로도 1억4천4백만 달러를 벌어 들였습니다. 월드와이드 성적까지 포함한다면 2억7백만 달러라는 제작비 대비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분노의 질주]라는 새로운 노다지를 발견한 제작사인 유니버셜은 곧바로 2편 제작에 착수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빈 디젤이었습니다. [분노의 질주]와 [트리플 엑스]의 연이은 흥행 대박을 기록한 빈 디젤은 할리우드의 차세대 액션 스타로 발돋음했고, 결국 빈 디젤의 [분노의 질주] 속편의 출연은 무산되었습니다.
그 결과 [분노의 질주]의 속편인 [패스트 & 퓨리어스 2]는 빈 디젤 없이 폴 워커만 출연하였습니다. [패스트 & 퓨리어스 2]의 제작비는 7천6백만 달러, 북미 흥행 성적은 1억2천7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흥행 성적은 2억3천6백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제작비는 두배로 올랐지만 북미 흥행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고, 월드와이드 흥행 성적만 소폭으로 오른 결과를 맞이한 것이죠.
이에 유니버셜은 중대 결정을 내립니다. 시리즈의 3편이라 할 수 있는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에서는 아예 폴 워커마저 제외시킴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빈 디젤을 캐스팅할 수 없다면 아예 1편의 색깔을 모두 벗겨 버리겠다는 계산이죠.
하지만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의 흥행 성적은 처참했니다. 북미 6천2백만 달러, 월드 와이도 1억5천8백만 달러로 시리즈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맙니다.
결국 유니버셜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다시 예전으로 되돌렸습니다. 때마침 [빈 디젤의 디아볼로],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 [바빌론 A.D.]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차세대 액션 스타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빈 디젤도 자신의 출세작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복귀하길 희망했고, 그 결과 탄생한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은 8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 흥행 1억5천5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3억6천3백만 달러라는 시리즈 최고의 성적을 기록합니다.
2011년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는 1억2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며, 북미 2억9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6억2천6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합니다. 이렇듯 저예산 액션영화로 시작한 [분노의 질주]는 점차 규모를 키우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시리즈 최고의 제작비, 시리즈 최강의 액션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여섯번째 영화인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제작비는 1억6천만 달러라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가 월드와이드 6억 달러를 훌쩍 넘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올렸으니 유니버셜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규모를 더 키워서 더 높은 흥행 성적을 기대하는 것이죠.
북미에서는 5월 24일 개봉이라 유니버셜의 바람이 뜻대로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국내 개봉 첫 날 제 눈으로 확인한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은 분명 입이 쩍하고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액션을 자랑하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저는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지만, 저는 어렸을 적에 차멀미를 굉장히 심하게 했기 때문인지, 자동차가 동경의 대상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제가 운전면허를 남들보다 늦게 딴 이유도, 운전면허를 딴 이후에도 10년 동안이나 장롱 면허를 유지했던 이유도 그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제게 [분노의 질주]는 애초에 싫어하는 장르의 영화였습니다. [분노의 질주]는 기본적으로 길거리 레이싱 영화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길거리 레이싱이라는 영화의 소재보다는 범죄집단에 위장 잠입했다가 범죄집단의 두목인 도미닉(빈 디젤)의 카리스마에 매료되는 경찰 브라이언(폴 워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분노의 질주]는 저 역시 빈 디젤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그렇기에 빈 디젤이 빠진 [패스트 & 퓨리어스 2]가 굉장히 실망스러웠고, 폴 워커마저 빠진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는 아예 보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다시 [분노의 질주]의 재미에 푹 빠진 것은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부터였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을 보면서는 빈 디젤이 다시 복귀한 것에 만족했고,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를 봤을 때에는 영화 후반에 터진 막강 액션에 매료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은 완전 다릅니다. 빈 디젤이 복귀한 것에 대한 반가움만으로 영화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까지였고,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처럼 영화 후반부에만 만족했다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즐기러 극장에 온 제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은 마치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지막지한 액션을 쏟아붓습니다. [분노의 질주]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길거리 레이싱 장면은 최소화 되었지만, 그대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체이싱 장면과, 영화의 막판에는 탱크까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제 끝났겠지.'라고 마음을 놓는 그 순간 이번엔 거대한 화물 비행기까지 동원한 액션으로 제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듭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속이 뻥하고 뚫린 기분이었습니다.
기계 부품 VS 가족의 대결
하지만 그저 단순한 액션의 연속이라면 이렇게까지 저를 흥분시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부터 메가폰을 잡은 저스틴 린 감독은 [분노의 질주]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족입니다.
[분노의 질주]에서 브라이언이 도미닉에게 매료된 이유는 그의 카리스마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동료들을 가족으로 대하는 그의 진심 때문이었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맴시멈]은 가족을 중요시하는 도미닉의 성향으로 시작합니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즈)가 거대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도미닉. 그는 안정적으로 조용한 삶을 뒤로 하고 다시 위험천만한 범죄의 세계에 뛰어 듭니다. 가족과도 같은 레티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서...
재미있는 것은 도미닉은 물론 도미닉의 동료들 역시 군말 없이 도미닉의 위험한 모험에 기꺼이 달려온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브라이언은 이제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삶을 추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레티를 되찾기위한 도미닉의 여정에 동참합니다. 도미닉의 동생이자 브라이언의 부인인 미아 역시 그러한 브라이언의 선택에 그 어떤 불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도미닉이 대결해야하는 오웬 쇼(루크 에반스)는 도미닉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동료들을 기계의 부품으로 봅니다. 기계가 잘 돌아가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부품을 새로 갈아줘야 하듯이 그의 팀 구성 역시 자꾸 바뀝니다.
자신의 동료를 기계 부품 취급하는 오웬 쇼에 맞서 도미닉은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그러한 도미닉에게 오웬 쇼는 말합니다. '너의 약점은 너무 감성적이라는 점이다.'라고... 팀 동료가 가족처럼 언제나 한정되어 있으니 그의 계획, 전술 역시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와는 달리 변화무쌍한 전술을 자랑하는 오웬 쇼는 궁지에 몰리자 도미닉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위기를 모면하기도 합니다.
기계 부품과 가족의 대결. 이것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대결이 됩니다. 동료가 죽어도 조금의 슬픔이나 아쉬움을 표현하지 않고 새로운 팀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작전을 세우는 오웬 쇼. 그와는 달리 끈끈한 가족애로 뭉친 도미닉의 팀. 이 승부의 결판은 영화의 후반, 결정적일 때 드러납니다.
작전 중 사고로 인하여 기억을 잃은 레티. 그녀는 오웬 쇼의 팀 일원으로 도미닉을 위기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도미닉은 섣부르게 반격을 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가족인 레티가 다칠까봐 두려운 것이죠. 기계는 분명 인간보다 강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기계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움직이기에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최대한의 확률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적입니다. 자신이 불리하더라도 감정적인 선택을 하곤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동료를 위한 지젤의 희생처럼 말이죠. 하지만 가족을 지키겠다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어쩌면 도미닉의 팀은 오웬 쇼의 팀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이죠.
판을 얼마나 더 벌일 셈인가?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판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분노의 질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관계에 주목했던 [분노의 질주]는 시리즈가 진행되며 점점 팀원을 늘려 나갔고,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에서부터는 정부 요원으로 홉스(드웨인 존슨)을 투입시켜 판을 더욱 크게 벌렸습니다.
사실 저는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판이 부제 그대로 '맥시멈(maximun)'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시리즈의 7번째 영화를 잠시 보여주는 히든 영상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7편에서는 판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글쎄요. 제 개인적으로 1편인 [분노의 질주]가 보여준 사나이들의 끈끈한 우정도 재미있지만, 이렇듯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점차 규모를 키우고, 액션도 강해지며,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로써 저는 또 한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7편도 기대해봅니다.
영화를 보고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올라 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영화에서처럼 빠르고 거칠게 운전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화면을 가득채운 경고 문구를...
철 없는 어른들은 따라하지 말라는...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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