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크루즈 패밀리] - 생존 의지... 그것으로 인류 문명은 시작되다.

쭈니-1 2013. 5. 22. 13:12

 

 

감독 : 커크 드 미코, 크리스 샌더스

더빙 : 엠마 스톤, 니콜라스 케이지, 라이언 레이놀즈, 캐서린 키너

개봉 : 2013년 5월 16일

관람 : 2013년 5월 1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와 오랜만의 영화 데이트

 

지난 3월 9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후 무려 70여일 만입니다. 웅이와 극장 데이트에 나선 것이... 웅이도 "아빠,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가는 것 같아요."라며 들뜬 표정을 짓더군요.

그동안 웅이와 함께 볼만한 영화도 없었고, 제 개인적으로도 주말 마다 약속이 있었거나, 감기 기운으로 고생했기에 영화를 좋아하는 웅이를 극장에 데려가지 못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루즈 패밀리]는 오랜만에 웅이와 영화 데이트를 할 딱 알맞은 영화였습니다. 웅이는 [아이언맨 3]를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이제 11살인 웅이를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전체 관람가인 [크루즈 패밀리]를 보여 주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이미 [아이언맨 3]를 봤기 때문에 [크루즈 패밀리]를 선택한 것입니다. ^^)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인지 한껏 들뜬 웅이는 "2D로 볼래? 3D로 볼래?"라는 제 물음에 "당연히 3D로 봐야죠."라며 대답합니다.

3D영화는 3D로만 상영했던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본 이후 4개월 만의 관람입니다. 그만큼 [크루즈 패밀리]는 저와 웅이에게 모든 것이 참 오랜만인 그런 영화였습니다.

[크루즈 패밀리]는 [슈렉] 시리즈로 유명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입니다. 드림웍스는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 팬더]를 히트시킨 애니메이션의 명가입니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라면 선남선녀를 내세우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못생긴 주인공을 내세운다는 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슈렉] 시리즈입니다. 그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피오나 공주처럼 못생긴 공주는 없었습니다. [슈렉]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크루즈 패밀리]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프(엠마 스톤)는 아무리 원시인이라고 할지라도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못생긴 여주인공이 아닐런지...

 

 

비호감 외모의 주인공 이프가 탄생하기까지...

 

[크루즈 패밀리]는 지구의 지각변화가 시작되자 동굴에서만 생활하던 그루그(니콜라스 케이지) 가족이 안전한 땅을 찾아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는 기본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설정만 놓고 본다면 블루 스카이의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가 맘모스, 검치 호랑이, 나무늘보 등 빙하시대에 살았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데 반에 [크루즈 패밀리]는 원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원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크루즈 패밀리]는 단점과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우선 단점은 캐릭터들이 비호감일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동물 캐릭터는 귀엽기라도 할테지만, 아무래도 원시인 캐릭터는 관객의 호감을 사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에 대한 [크루즈 패밀리]의 대응은 정공법입니다. 관객의 호감을 얻기위해 주인공들을 선남선녀로 그린다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도 리얼리티가 떨어질 것입니다. 결국 [크루즈 패밀리]는 그루그 가족을 비호감 외모로 표현한 대신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확보한 셈입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이프입니다. 피오나 공주와 비견될만한 비호감 외모를 지닌 이프. 하지만 이미 [슈렉]의 흥행 성공으로 비호감 외모라도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드림웍스는 가이(라이언 레이놀즈)와의  로맨스까지 펼쳐야 하는 이프를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비호감 외모를 완성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크루즈 패밀리]가 그러한 단점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을만큼 원시인을 주인공으로 하며 생긴 장점 역시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귀여운 동물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가족애가 원시인을 주인공으로 삼으며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가족애가 부상된다는 것은 가족 단위 관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대의 강점입니다.

게다가 그루그의 부성애는 감동까지 안겨줍니다. 물론 [아이스 에이지]에서도 맘모스인 맨프리드의 부성애가 나오지만, 주인공이 동물이다보니 그에 따른 감동도 덜 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크루즈 패밀리]가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와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스 에이지]보다 [크루즈 패밀리]가 더 재미있었던 이유입니다.

 

 

동굴족이 동굴 밖으로 나온 이유.

 

비록 [크루즈 패밀리]의 주인공은 이프이지만, 영화를 보던 제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루그였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루그는 동굴 안에 있는 것만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아빠입니다.

새로운 것은 모두 나쁘고 위험하다는 그루그. 처음엔 그러한 그루그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이프를 억누르며, 살고 싶으면 호기심을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분명 현대 사회에서 그루그의 그러한 가르침은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한다면 원시시대에서 그루그의 가르침은 타당합니다. 인간이 놀라운 과학 문명을 가지기 이전, 인간의 신체적인 능력만 놓고 따진다면 인간은 먹이사슬에서 아래쪽에 위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맹수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한 맹수들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루그는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살고 싶다는 아주 기본적인 욕망. 그것이 그루그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만약 지각 변동으로 인하여 그루그 가족의 동굴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동굴이 가장 안전하다는 그루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각 변동으로 동굴이 무너집니다. 이제 그루그는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동굴 안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동굴족 그루그. 하지만 이제 동굴 안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한 사실은 그루그를 변하게 만듭니다.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이 적응해야 합니다. 그루그가 가이와 함께 가족들을 이끌고 새로운 땅을 찾는 것도 살기 위해서이고, 맹수인 앵무호랑이를 길들이는 것도 살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신체적으로 약한 인간은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러한 노력이 인류 문명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처음엔 너무 보수적이고 꽉 막힌 가장에 불과한 그루그가 살기 위해서 점차 변화하는 과정은 제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두루 갖추다.

 

[크루즈 패밀리]가 원시시대보다 더 치열한 현대라는 정글에 살고 있는 아빠들에게 많은 생각을 전해 주는 동안 영화를 보는 아이들은 [크루즈 패밀리] 속에 펼쳐지는 화려한 볼거리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사실 [크루즈 패밀리]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이상 고증에 신경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영화의 화면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가득 펼쳐져 있고, 그루그 가족을 위협하는 맹수들 역시 화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앵무 호랑이의 캐릭터는 캐릭터 인형이 있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도 [크루즈 패밀리]를 재미있게 합니다. 원시시대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돌판에 얼굴 내리찍기는 만약 현실이었다면 두개골이 으스러져 즉사했을지도... 영화의 후반 안전한 곳으로 가족을 던져 버리는 설정 역시 실사 영화였다면 '말도 안돼!'라며 피식 웃었을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장은 오히려 [크루즈 패밀리]를 즐겁게 합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즐거움인 셈입니다.

 

결국 [크루즈 패밀리]는 어른도, 아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빠의 입장에서 [크루즈 패밀리]를 본다면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그루그의 노력, 희생이 가볍지만은 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웅이의 입장에서 [크루즈 패밀리]를 본다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화면과 형무 앵무새, 가이의 애완동물인 벨트 등 귀여운 캐릭터와 원시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험에 신나는 영화적 재미를 느낍니다.

특히 오랜만에 3D 효과도 꽤 만족스러운 편이었는데, 동굴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마치 내 앞으로 먼지가 밀려 들어오는 듯한 장면은 3D 영화의 장점을 확연히 느끼게 해줍니다.

영화를 본 후 일기장에 [크루즈 패밀리]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적어 놓는 웅이를 보며, 아무리 바빠도 웅이와 함께 극장 데이트는 자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웅이에게 집은 이프의 동굴이고, 극장과 야외 나들이는 이프의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일테니 말입니다. 

 

 

이프가 가이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듯이

언젠가 웅이도 내 곁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날 것이다.

내가 해야할 일은 웅이가 새로운 세상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일이 아닐까?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