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아이언맨 3] - 스스로 만든 악마를 없애고 진정한 영웅이 되다.

쭈니-1 2013. 4. 26. 13:07

 

 

감독 : 쉐인 블랙

주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가이 피어스, 벤 킹슬리, 돈 치들, 레베카 홀

개봉 : 2013년 4월 25일

관람 : 2013년 4월 25일

등급 : 12세 관람가

 

 

꿈 속에서 영화 이야기를 쓰다.

 

요즘 저는 심각한 기침 감기로 인하여 고생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저희 어머니께서 걸리셔서 병원에 입원하시는 등 고생하시더니, 그 다음에는 구피가 걸려서 한동안 골골거리며 누워 지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제 여동생이 어머니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가, 이젠 제가 덜컥 기침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저희 식구가 돌아가면서 기침 감기에 걸리고 있는 셈입니다.

병원에도 안가고, 약도 안먹고, 기침 감기를 스스로 이겨내겠다며 버티고 있지만, 기침을 계속 해대니 나중에는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밥맛도 없고, 암튼 컨디션이 아주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주중에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지 못한 이유입니다. 감기에 걸리니 극장에 가는 것조차 귀찮아지더군요. 주중에 [노리개]를 볼 계획이었는데, 결국 저는 기침 감기를 이기지 못하고 극장 가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사무실에서 하도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자 참다 못한 부하 여직원이 약국에 가서 기침 감기약을 사다줬습니다. 그래도 약을 먹고 나니 기침이 조금은 줄어 들긴 했습니다. 40대가 되니 약 없이 감기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는 슬픈 현실. 이 참에 집에서 푹 잠을 자면 기침 감기가 뚝 하고 떨어져 나갈텐데,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언맨 3]가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아이언맨 3]를 예매 해놓고, 구피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기침을 심하게 해서 다른 관객들이 영화보는데 방해할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신기하게도 기침이 뚝하고 멈췄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볼땐 역시 감기 바이러스도 제겐 어쩔 수 없나봅니다. 

[아이언맨 3]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너무 집중해서 보느라 기침하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슈퍼 히어로와는 달리 유쾌하기만 하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3]에서 조금은 심각하게 캐릭터의 옷을 새로 입었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아이언맨' 슈트는 그저 놀랍다는 말 밖에 다른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히든 영상까지 챙겨본 후에 집에 도착하니 새벽 12시 30분. 그제서야 기침이 다시 시작하며 잠시 숨 죽여 있던 감기 바이러스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다음 날을 위해 침대에 누웠지만 [아이언맨 3]가 자꾸 제 머릿속에 맴돌더군요. 결국 저는 감기약을 먹고 나서야 뒤늦은 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언맨 3]의 영화 이야기를 열심히 쓰는 꿈을 꿨습니다. 아마 감기약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잠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사실 이렇게 꿈 속에서 영화 이야기를 쓰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재미있었던 영화를 본 후 그 여운을 안고 잠이 들면 가끔 영화 이야기를 쓰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만큼 제게 [아이언맨 3]는 깊은 여운이 남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1999년 토니 스타크는 악마를 만들다.

 

[아이언맨 3]는 토니 스타크의 나래이션과 함께 1999년 스위스에서의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이 펼쳐집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바람둥이 억만 장자에 불과한 토니 스타크는 그곳에서 스스로 악마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바로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아이언맨 3]의 악당은 만다린(벤 킹슬리)입니다. 최악의 테러리스트인 만다린은 '아이언맨'의 원작인 코믹북 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악당입니다. 원작에 따르면 만다린은 칭기스칸의 후예로 알려졌으며, 지구로 추락하여 사망한 외계인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들의 과학 기술을 독학으로 배워 막강한 힘을 가진 10개의 반지를 획득한다고 합니다. 반지의 힘을 통해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된 만다린은 세계 정복의 꿈을 위해 토니 스타크와 맞서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언맨 3]는 그러한 만다린을 놔두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알드리치 킬리언을 보여주며 '내가 스스로 악마를 만들어냈다.'라고 자책하는 토니 스타크의 나래이션을 내보낸 것입니다. 도대체 만다린과 알드리치 킬리언은 어떤 관계이길래, 쉐인 블랙 감독은 만다린이 아닌 알드리치 킬리언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일까요?

이것은 [아이언맨 3]를 즐기는 첫번째 키워드가 됩니다. 토니 스타크는 단순히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는 악당과 싸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탕하고 오만한 삶이 만들어낸 과거의 잘못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입니다. 알드리치 킬리언이 악마라면 그러한 악마를 만들어낸 것은 토니 스타크의 잘못된 과거의 삶인 셈입니다.

 

1999년 스위스에서 토니 스타크와 관계를 맺은 또 한명의 주요 인물 마야 한센(레베카 홀)은 이런 말을 합니다. 독일 나찌의 로켓 담당자는 이상주의자였고, 그는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로켓 기술은 나찌에 의해 영국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에 그는 '내 로켓 기술은 완벽한데 엉뚱한 행성에 떨어지고 말았다.'라며 슬퍼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의 과학 기술은 잘 쓰면 엄청난 인류의 문화의 발전을 이룰 수 있지만, 이처럼 잘 못쓰면 인류의 재앙이 됩니다.

알드리치 킬리언과 마야 한센의 연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를 개발합니다.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는 잘 이용한다면 장애로 괴로워하는 인류에 큰 희망을 줄 수 있지만, 잘 못사용한다면 죽여도 죽지 않는 막강한 테러리스트 전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1999년 그때, 만약 토니 스타크가 알드리치 킬리언과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 마야 한센을 단순한 하룻밤 상대가 아닌, 그녀의 연구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방탕하고 오만했던 삶의 댓가를 치루고 있는 셈입니다.

[아이언맨 3]는 토니 스타크가 저질렀던 과거의 과오에 대한 스스로의 싸움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아이언맨'의 주적은 원작팬들이 기다렸던 만다린이 아닌, 토니 스타크 스스로가 만들어낸 악마, 알드리치 킬리언이 됩니다. (원작팬들은 그 부분에서 분노하게 될지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토니 스타크는 악마를 창조하다.

 

토니 스타크는 슈퍼 히어로로는 드물게 트라우마가 없는 영웅입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리스트에게 인질로 잡힌 후,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팔려 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스스로 '아이언맨'이 되어 영웅이 됩니다.

그는 다른 슈퍼 히어로처럼 자신의 신분을 감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고 일반인들의 환호와 관심을 즐깁니다. 그렇기에 [아이언맨 1, 2]편은 활기차고 흥겨운 영화였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트라우마가 생깁니다. 그것은 [어벤져스]에서의 활약 이후에 생긴 것인데 뉴욕 상공에 생긴 거대한 웜홀에서 끝도 없이 쏟아지던 외계인과의 힘겨운 사투는 그에겐 트라우마가 된 것입니다. 이후 토니 스타크는 더욱 막강한 '아이언맨' 슈트 개발에 매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토니 스타크에겐 또 하나의 악마를 만들어낸 것과 같습니다.

사실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들어낸 마크 1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이언맨' 슈트를 업그레이드시키며 점점 슈트 안에 숨게됩니다. [아이언맨 3]에서 슈트는 마치 토니 스타크와는 별도의 인격체를 가진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토니 스타크가 연인인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와의 잠자리에서 마크 42가 스스로 침대에 와서 페퍼 포츠가 놀라는 장면은 그러한 상황을 잘 대변합니다.

[어벤져스]에서의 경험으로 인하여 생겨난 토니 스타크의 트라우마는 '아이언맨' 슈트 개발에 더욱 매달리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외톨이가 됩니다. 결국 '아이언맨' 슈트는 토니 스타크가 창조해낸 또다른 악마인 셈입니다.

 

[아이언맨 3]의 예고편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토니 스타크의 말리부 저택 폭격 장면은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이 시련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만다린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읽은 토니 스타크는 이제 고철덩어리나 다른 없는 마크 42를 입고 테네시주 로즈힐 외곡에 불시착합니다. 동력이 떨어져 마크 42 역시 작동할 수 없는 상황.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 없이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가 없다면 그저 중년의 괴짜 억만장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모든 과학 기술을 동원하여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냈고, 그 슈트 속에서 그 어떤 적도 두렵지 않은 막강한 슈퍼 히어로가 된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아이언맨' 슈트가 없다면?

실제로 [아이언맨 3]에서는 토니 스타크가 슈트 없이 맨몸으로 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만다린의 은신처를 습격하는 장면에서는 그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 날렵한 토니 스타크 만의 액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언맨' 슈트는 또 다른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의 처지가 됩니다. 좋은 쪽으로 이용하며 영웅의 무기가 되지만, 나쁜 쪽으로 이용하면 악당의 무기가 되는 것이죠. 만다린이 토니 스타크의 절친인 제임스 로디(돈 치들)의 슈트인 아이언 패트리엇(워 머신)을 이용하여 미국 대통령을 납치는 하는 장면은 '아이언맨' 슈트가 악마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토니 스타크가 악마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아이언맨 3]가 시리즈중 최고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토니 스타크가 맞서 싸워야할 상대가 최강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단 만다린과 알드리치 킬리언의 악당으로서의 능력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의 최대 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의 과거 과오가 만든 악마와 싸워야 하고, [어벤져스]의 경험으로 인한 낯선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며, 무엇보다도 '아이언맨' 슈트 없이 홀로 서기를 해야 합니다. 그가 이 모든 것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페퍼 포츠를 지키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페퍼 포츠... 사실 [아이언맨]에서 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보다 기네스 팰트로를 더 기대했습니다. [세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기네스 팰트로. 그녀는 이후 기나긴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아이언맨]이 개봉하던 2008년 당시에도 저는 여전히 기네스 팰트로의 팬이었거든요. 

하지만 [아이언맨]에서 보여준 페퍼 포츠의 활약은 제 기대에 한참 못미쳤습니다. 기네스 팰트로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연기하기엔 그저 토니 스타크의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녀의 역할은 점점 커지더니 [아이언맨 3]에서는 토니 스타크 못지 않은 멋진 활약을 펼칩니다. [아이언맨 3]에서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페퍼 포츠의 마지막 반격 장면이었을 정도입니다.

 

결국 [아이언맨 3]는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영화입니다. '아이언맨' 슈트의 힘을 빌려 악당과 싸우던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3]를 통해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입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수 많은 '아이언맨' 슈트들이 만다린 일당과 맞서 싸우는 장면은 시리즈 최강의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 이후 새출발 프로젝트에 의해 슈트들이 폭죽이 되어 폭파되는 장면은 영화적 재미 그 이상으로 의미심장했습니다.

한때 철없는 방탕한 천재 억만장자였고, 그 이후에는 자기 과시형 영웅이었다면, 토니 스타크는 이제 과거를 청산하고, 사랑하는 페퍼 포츠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과시하던 멍청한 짓을 그만둘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아이언맨' 슈트에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며,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아크 원자로를 떼어 냄으로서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언맨'을 영영 다시 못보는 것은 아니냐고요? 솔직히 저도 영화가 끝날 때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히든 영상까지 나온 이후 자막으로 '아이언맨은 다시 돌아옵니다.'라는 선언합니다. 그 이후에서야 저는 안심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좌충우돌 미숙한 영웅이 아닌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아이언맨'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P.S.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히든 영상입니다. [아이언맨 4] 혹은 [어벤져스 2]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었는데... 그저 반가운 브루스 배너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는 점점 진화되고 있다.

단순하게 유쾌한 재미를 안겨주던 '아이언맨'마저

이렇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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