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뷰티풀 크리처스] - 무시무시한 마녀의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들다.

쭈니-1 2013. 4. 19. 14:15

 

 

감독 : 리차드 라그라브네스

주연 : 앨리스 엔글레르트, 엘든 이렌리치, 제레미 아이언스, 엠마 톰슨, 에미 로섬

개봉 : 2013년 4월 18일

관람 : 2013년 4월 18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나는 이런 류의 영화가 좋더라.

 

지난 월요일, 이번 주에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가 리스트를 보면서 제가 단연 '이 영화 재미있겠다.'라고 꼽은 기대작 1순위는 [뷰티풀 크리처스]였습니다. 마녀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 리나(앨리스 엔글레르트)와 그녀를 사랑하는 소년 이단(엘든 이렌리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판타지 멜로 영화로 제가 딱 좋아하는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뷰티풀 크리처스]를 예매하기 위해 집근처 멀티플렉스 시간표를 보던 저는 좌절해야 했습니다. 메가박스에서는 아예 상영조차 하지 않았고, CGV에서는 교차 상영을 하는 바람에 저와 맞는 시간대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롯데시네마에서 교차 상영이 아닌 제대로된 상영으로 저와 맞는 시간대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이 영화의 배급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입니다.) 

왜일까요? 저는 분명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흥행에 민감한 멀티플렉스에서 [뷰티풀 크리처스]를 상영하지 않거나, 혹은 교차 상영을 한다는 것은 멀티플렉스에서는 이 영화의 흥행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 취향이 독특한 것일까요? 아니면 멀티플렉스가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며칠 전에만 해도 저는 인간의 몸을 강탈하고 정신을 지배하는 외계 생명체와 인간 반군의 사랑을 담은 [호스트]를 보며 '우와! 재미있다.'라고 만족했었습니다. 하지만 [호스트]는 개봉 첫주 동원관객 3만명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7위에 머무르더니, 현재까지 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완전히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호스트]와 [뷰티풀 크리처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SF 혹은 판타지물이라는 점입니다. 외계 생명체와 마녀라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하더라도 일반인들은 그 존재를 모르는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눈에 띄는 공통점은 이들 영화가 SF, 판타지 장르를 가지고 청춘 로맨스물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SF, 판타지와 청춘 로맨스의 조합은 [트와일라잇] 3부작의 흥행 성공이후 할리우드 영화의 트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2013년 외국영화로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첫 1위를 차지한 [웜 바디스]가 [트와일라잇]의 흥행을 이어받았고, [호스트], [뷰티풀 크리처스]도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트와일라잇]을 봤을 때에는 '조금은 독특한 뱀파이어물이다.' 라는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클립스], [뉴 문]을 거치며 손발이 오글거리는 재미를 느꼈고, 결국 [브레이킹 던 PART 1]와 [브레이킹 던 PART 2]에서는 판타지 청춘 로맨스 영화에 열광하고 있는 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제 열광은 [웜 바디스]와 [호스트]에서도 결코 식지 않았는데, 그 대상이 좀비이건, 인간의 몸을 강탈한 외계 생명체이건, 저는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 치며 재미있게 영화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열광은 [뷰티풀 크리처스]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마녀와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이라니... 하지만 저는 그들의 사랑에 가슴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저와 같지 않나봅니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개봉 첫 날 9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7위. 결국 [호스트]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또다시 계속된 흥행 부진 속에 조용히 사라지겠네요.

 

 

우리는 다른 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미국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인 개틀린에 살고 있는 이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개틀린의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어머니가 죽은 이후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아버지와 퇴쇄적이고 보수적인 마을의 분위기. 이단은 그런 답답한 개틀린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지루한 일상은 리나라는 신비한 소녀가 새롭게 전학오며 잔잔한 파도를 일으킵니다. 개틀린의 유지이자, 악마를 숭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메이컨 레이븐우드(제레미 아이언스)의 조카인 리나. 리나의 등장은 이단은 물론 개틀린의 조용한 일상을 술렁이게 만듭니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단과 리나의 첫 대화였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상을 꿈꾸던 이단은 새로운 존재인 리나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리고 길에서 우연히 리나를 차에 태운 이단은 리나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미국 남부를 전전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개틀린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단은 당연히 그러한 리나를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녀야 했던 리나는 오히려 개틀린에 정착하고 있는 이단을 부러워합니다.

우리는 가끔 삶의 일탈을 꿈꿉니다. 너무 반복되는 삶의 지루함을 느낄 때, 그러한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움을 원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지루한 삶을 부러워하는 주인공들을 만납니다. 너무 특별한 삶을 살기에 오히려 지루한 삶을 부러워하는 그들. 그렇기에 이단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면, 리나는 평범한 삶을 부러워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 하는 삶을 사는 이단과 리나.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단과 리나의 감정은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쉽게 보면 안됩니다. 그것도 죽음을 넘어설 사랑이라면 더욱더 그러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영화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영화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가장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둔갑하는 함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웜 바디스]도 좀비인 R(니콜라스 홀트)과 줄리(테레사 팔머)의 사랑을 공감한 관객에겐 최고의 재미를 안겨줬지만, 공감하지 못한 관객에겐 '이게 뭐야?'라는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그것은 [뷰티풀 크리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이단과 리나의 사랑을 공감하게 된다면 좀 더 쉽게 관객을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할 수 있지만, 공감에 실패한다면 [뷰티풀 크리처스]의 영화적 재미는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을 관객에게 공감시키는 방법은 배우의 매력이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특히 뱀파이어인 에드워드 역의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은 일취월장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의 사랑을 현실에서도 이룬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로맨스도 [트와일라잇]의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외도로 그들의 사랑은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뷰티풀 크리처스]는? 솔직히 [뷰티풀 크리처스]는 배우들의 매력으로 별로입니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앨리스 엔글레르트와 엘든 이렌리치를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뷰티풀 크리처스]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생의 사랑입니다.

 

 

리나와 이단의 사랑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이단과 리나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세세하게 잡아내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잡아내기엔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시간적 제한이 너무 큽니다.

그렇다고 신예인 앨리스 앤글레르트와 엘든 이렌리치의 매력이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 잡을 정도로 막강하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뷰티풀 크리처스]를 보기 전, 영화의 예고편과 포스터, 스틸을 보며 주인공의 무매력에 불안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 대신 [뷰티풀 크리처스]가 꺼내든 것은 전생의 사랑입니다. 영화의 시작이 이단의 꿈으로 시작하는 것은 그러한 노림수에 의한 것입니다. 전생에서부터 알 수 없는 강한 끈에 이끌려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는 이단과 리나. [뷰티풀 크리처스]는 바로 그러한 전생의 비밀을 영화에서 세세하게 잡아냅니다. 그것은 이단과 리나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잡아내는 것보다 [뷰티풀 크리처스]에서는 더 중요한 작업인 셈입니다.

남북전쟁 중에 벌어진 이단과 리나의 전생의 비밀. 그러한 비밀이 벗겨지면서 더욱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간절함에 빠져드는 이단과 리나. 그리고 그러한 전생의 비밀을 통해 리나를 어둠의 마녀로 만드려는 리나의 어머니 세라핀(엠머 톰슨)과 리나를 지켜내려는 메이컨의 노력. 이 모든 것이 이단과 리나의 사랑을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뷰티풀 크리처스]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랑에 빠져들며 영화를 보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뷰티풀 크리처스]는 영화를 보던 제가 이단과 리나의 사랑에 푹 빠져들 수 있게끔 효과적으로 유도한 것입니다. 전생부터 이어진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이단과 리나의 사랑에 빠져들고나니, 영화를 보기 전에는 별로 매력없이 느껴졌던 앨리스 앤글레르트와 엘든 이렌리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엘든 이렌리치는 미소가 꽤 귀엽더군요. 영화가 끝나고나서 구피도 '남자 주인공, 귀엽더라.'라고 했으니 엘든 이렌리치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최소한 저 혼자만은 아닙니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그 누구보다 강력한 마력을 지닌 리나가 16세의 생일이면 빛과 어둠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설정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만약 리나가 세라핀이 원하듯이 어둠을 선택하게 된다면 인류는 큰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죠. 인간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원하는 메이컨은 리나가 어둠이 아닌 빛을 선택하도록 이끌려고 합니다.

그러한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 리나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이단의 사랑입니다. 이단과의 사랑이 행복할지, 불행할지에 따라 리나의 빛과 어둠의 선택이 달려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뷰티풀 크리처스]는 이단과 리나의 사랑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입니다. 그리고 리차드 라그라브네스 감독은 전생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둘의 사랑을 제게 이해시켰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뷰티풀 크리처스]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판타지한 세계관...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

 

하지만 [뷰티풀 크리처스]가 리나와 이단의 사랑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정말 두 캐릭터간의 사랑만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일반 로맨스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의 장점을 잘 살려내지 못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마녀와 인간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인 만큼 판타지적인 영화 속 배경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 중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개틀린은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실제 마을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과 마법이 공존하는 판타지적인 공간이 됩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허니힐 언덕 장면은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레이븐우드 저택은 이 영화의 판타지적 매력을 잘 이끌어낸 장소인데, 이곳에서 벌어지는 이단을 사이에 둔 리나와 리들리(에미 로섬)의 신경전은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를 잘 살려낸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마법의 도서관 장면이 조금 밋밋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판타지 멜로의 장점을 잘 살려낸 셈입니다.

제가 [뷰티풀 크리처스]에서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명 배우들의 명 연기입니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제레미 아이언스와 엠마 톰슨이 교회에서 리나의 정학을 두고 맞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두 배우의 연기력이 가져다주는 카리스마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미 로섬이라는 의외의 배우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리나하고는 친자매처럼 지내던 리들리를 연기한 에미 로섬. 하지만 리들리는 운명적으로 어둠의 마녀가 되며 리나의 곁을 떠납니다.

그런 그녀가 세라핀을 돕기 위해 리나의 곁에 나타납니다. 첫 등장씬에서부터 전신 시스룩을 입은 치명적인 섹시함을 선보이는 리들리. 그녀는 리나를 불행에 빠뜨릴 치명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오페라의 유령], [포세이돈] 등에서 가녀린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녀는 [뷰티풀 크리처스]를 통해 섹시한 마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합니다. 비록 영화의 후반부에는 리나의 위력에 맞서 제대로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영화 중반까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습니다.

전생을 뛰어 넘어 영원히 기억될 사랑. 마치 [이터널 선샤인]을 연상시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가 끝날 때쯤 저는 [뷰티풀 크리처스]에 흠뻑 빠져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구피는 '사실 나도 마녀야!'하며 장난을 겁니다. 그런데 구피라는 마녀는 맨날 감기 몸살을 달고 사는 것을 보면 그리 강력한 힘이 있는 마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단을 뛰어 넘는 내 사랑으로 구피의 마력을 더욱 강력하게 해야 겠습니다. 이얍~ ^^;

 

사랑이라는 것...

그 대상이 뱀파이어이건, 좀비이건, 외계 생명체이건, 그리고 마녀이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 같다.

다음 번엔 어떤 존재와 사랑에 빠질까?

그 새로운 대상이 기다려지는 것은 과연 나뿐일까?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