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비보 버거론, 비키 잰슨
주연 : 윌 스미스, 잭 블랙, 르네 젤위거, 로버트 드 니로, 안젤리나 졸리
개봉 : 2005년 1월 7일
관람 : 2004년 12월 19일
지난 10월 미국에서 개봉하여 3주간이나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제작비 7천만 달러의 2배가 넘는 1억5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샤크]가 국내에서는 내년 1월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여름 [슈렉 2]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만끽한 분들이라면 당연히 기대할만한 소식이죠. 게다가 드림윅스의 애니메이션이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윌 스미스, 로버트 드 니로, 르네 젤위거, 안젤리나 졸리 등 헐리우드의 스타급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을 위해 모였다니 그야말로 드림윅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엄청난 애니메이션이 다가오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시사회로 먼저 본 저는 이 영화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샤크]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한것은 [슈렉]으로 상상력의 진가를 발휘했던 드림윅스가 [샤크]에서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미국에서처럼 [샤크]가 [인크레더블]보다 먼저 개봉했다면 그러한 사실을 느끼지 못했을텐데, 하필 [인크레더블]을 본 후 바로 며칠 후 [샤크]를 보고나니 [인크레더블]과 비교해서 상상력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지더군요. [슈렉]으로 디즈니를 넘어선 드림윅스이지만 아직 픽사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제프리 카젠버그가 파워게임에서 밀려 디즈니를 떠나 드림윅스에 합류했을때 그는 호언장담했습니다. 기필코 디즈니를 넘어서겠다고... 그가 '타도! 디즈니'카드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주력한 디즈니와는 차별화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그러한 제프리 카젠버그의 전략은 드림윅스의 첫번째 애니메이션 [이집트의 왕자]에서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동화와 설화에 집착하던 디즈니와는 달리 성경의 모세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선택한 [이집트의 왕자]는 비록 흥행면에서 디즈니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드림윅스의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와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제프리 카젠버그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드림윅스의 새로운 3D애니메이션 [슈렉]은 놀라운 흥행을 기록하며 디즈니의 자존심을 어김없이 짓밟았습니다. 디즈니가 그토록 사랑하던 동화속 주인공들을 사정없이 패러디했던 [슈렉]은 제프리 카젠버그의 디즈니를 향한 회심의 일격이었던겁니다.
하지만 제프리 카젠버그의 앞에 새로운 강적이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픽사입니다. 발빠른 디즈니와 계약을 맺은 이 자그마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토이 스토리]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더니 이후로 승승장구하며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했습니다. 제프리 카젠버그의 드림윅스로서는 디즈니라는 산을 넘어섰더니만 픽사라는 더욱 거대한 산이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드림윅스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싸움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픽사는 [벅스 라이프]를 준비중이었고, 드림윅스는 [벅스 라이프]보다 몇주전 [개미]를 개봉시키며 선제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사실 [벅스 라이프]와 [개미]는 개미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외엔 전혀 닮은 점이 없었지만 드림윅스와 픽사의 자존심 대결은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독창성면에서는 [개미]의 완승이었지만, 영화적인 재미와 흥행면에서는 픽사의 완벽한 승리였죠.
[샤크]는 픽사에 대한 드림윅스의 반격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작년 개봉되어 빅히트를 기록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개미]와 [벅스 라이프]가 그러했듯이 [샤크]역시 [니모를 찾아서]와 별반 비슷한 점이 없지만 그 바닷속 배경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샤크]는 [니모를 찾아서]와 피할 수 없는 비교대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샤크]앞에 놓인 더 큰 문제는 [니모를 찾아서]가 아닙니다. [샤크]는 [니모를 찾아서]와 비교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리 뒤떨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게다가 [샤크]에는 헐리우드의 초특급 스타급 배우들이 뒤를 받치고 있으며, 갱스터 무비를 패러디한 스토리 라인과 교훈적인 라스트씬은 온 가족이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샤크]가 개봉된지 한달후에 개봉된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은 [샤크]에겐 치유할수 없는 패배를 안겨주었습니다.
개봉 3주만에 [샤크]의 전체흥행수입을 거뜬히 넘어버린 [인크레더블]은 픽사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샤크]는 이미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을 쫓아한 영화라는 오명을 써버림으로써 스스로 영화의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갱스터 무비 패러디는 초반엔 신선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힘이 딸려보이며, 교훈적인 라스트씬은 디즈니와 차별화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제프리 카젠버그의 약속이 서서히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샤크]의 라스트씬이야말로 얼마나 디즈니적이던지...)
물론 그렇다고해서 [샤크]가 장점이라고는 단 한가지도 없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샤크]의 환상적인 색체는 [니모를 찾아서]와 비교해서 분명 진일보했습니다. 게다가 윌 스미스, 로버트 드 니로 등 스타급 배우들의 이미지에 맞춘 영화속 캐릭터들은 헐리우드의 장점을 애니메이션속에 완벽하게 스며들게한 드림윅스다운 마케팅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힘은 바로 상상력입니다. 언제나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블럭버스터급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디즈니가 서서히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상상력의 부재탓입니다. 조그만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가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강자로 거듭난 것은 바로 상상력의 힘입니다. 디즈니와 픽사의 상반된 처지에서 알 수 있듯이 드림윅스가 가야할 길은 분명 상상력을 동반한 재치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샤크]를 통해서본 드림윅스는 자꾸만 디즈니의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의 스타 캐스팅... 이것은 디즈니의 초기 전략입니다. 물론 드림윅스도 [이집트의 왕자]에서부터 이 전략을 따라하기는 했지만 분명 디즈니가 원조죠. 이 스타 캐스팅은 분명 관객들을 유혹할만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보다는 영화속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 캐스팅에 주력했지만 언제나 흥행에는 성공한 픽사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 캐스팅은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뿐 애니메이션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런데 [샤크]는 마치 스타 캐스팅이 전부인양 스타들에 맞춰 영화속 캐릭터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샤크]의 선택은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라는 영예를 안겨줬지만 결국 흥행면에서는 [인크레더블]에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관객들은 스타를 좋아하지만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스타가 아닌 상상력의 차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저는 드림윅스를 믿습니다. [슈렉]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분명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정말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드림윅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스타 캐스팅도 아니며, 디즈니 따라하기도 아닌, 바로 상상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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