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블레이드 3] - 어쩌다가 이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쭈니-1 2009. 12. 8. 17:39

 



감독 : 데이빗 S. 고이어
주연 : 웨슬리 스나입스, 라이언 레이놀즈, 제시카 빌
개봉 : 2004년 12월 15일
관람 : 2004년 12월 18일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특히 12월 15일에 개봉되는 4편의 영화중 3편이 기대작이다보니 일주일에 1편정도밖에 영화를 보지 못하는 저로써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넘쳐나는 기대작들 중에서 도대체 어떤 영화를 봐야할지...
12월 15일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날... 저는 영화 예매하는데 정확하게 1시간이 걸렸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아서 어떤 영화를 예매해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영화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다른 네티즌들의 영화평들을 샅샅이 섭렵하기도 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예매했다가 취소하고, [블레이드 3]를 예매했다가 다시 취소하고, 결국 그날은 [인크레더블]로 결정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며칠후 다시 영화 약속이 생겼습니다. 처남 커플과 처음으로 영화를 같이 보기로 한겁니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다는 처남 커플을 위해 정말 재미난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매를 하기위해 컴퓨터에 앉은 저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과 [블레이드 3], [역도산], 이 3편의 영화가 여전히 절 헷갈리게 했으며 도대체 이 중 어떤 영화를 봐야할지 저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은 재미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한편의 웅장한 오페라라는 평이 지배적이었기에 제외되었고, [역도산]은 송해성 감독의 전작인 [파이란]을 생각한다면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무거운 감동이 우선시될것 같아 역시 제외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낙점된 영화가 화끈한 액션이 돋보인다는 [블레이드 3]입니다.
[블레이드]와 [블레이드 2]를 재미있게 본 저로써는 [블레이드 3]는 최적의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독특할것 같지도 않고, [역도산]처럼 무거운 영화도 아닐것임이 분명한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에 빠져. '우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담없이 볼만한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저는 제 선택이 최악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재미없어'라는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올줄 제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왜? 어쩌다가 이 매력적인 액션 시리즈가 이렇게 망가져 버린걸까요?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는 암울한 영웅의 고향인 마블 출신의 영웅입니다. 마블 출신의 영웅들이 그렇듯이 블레이드 역시 악당을 쳐부수는 활기찬 영웅이라기 보다는 어둡고 무뚝뚝한 영웅입니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피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는 뱀파이어의 피덕분에 강인한 전사가 되었으면서도 뱀파이어에 대한 분노때문에 뱀파이어 사냥꾼이 되어 버린 이중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블레이드는 뱀파이어를 처치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른 마블의 영웅들처럼 암울하지만, 다른 마블의 영웅들과는 달리 블레이드에게 인간적인 고뇌를 덮어씌우지는 않습니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화끈한 액션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스티븐 노링턴 감독의 [블레이드]는 바로 이러한 점을 적절하게 활용한 영화였습니다. 출산 직전 뱀파이어에게 물린 어머니에게 태어난 블레이드는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방황할만도 한데 스티븐 노링턴 감독은 그런 블레이드의 약한 모습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완벽한 카리스마로 뭉친 블레이드의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다른 마블의 영웅들과는 달리 골치아픈 고뇌가 사라진 이 영화는 말그대로 시원시원한 액션 영화가 되었습니다.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블레이드 2]는 제 개인적으로는 [블레이드 시리즈]중에서 가장 완벽한 영화였습니다. 여전히 블레이드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뱀파이어를 처치하는 냉혈한 사냥꾼이지만 변종 뱀파이어 리퍼를 처치하기위해 뱀파이어 정예부대인 블레드 팩과 손을 잡아야 하며, 뱀파이어 왕의 딸인 나이사(레오노르 베일레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블레이드 2]에서 블레이드의 캐릭터는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블레이드가 느낄 인간적인 고뇌를 리퍼와 나이사에게 느끼게 함으로써 [블레이드 시리즈]중에서 가장 완벽한 영화로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블레이드 3]는 [블레이드]의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빗 S. 고이어에게로 메가폰이 넘어왔습니다. 데이빗 S. 고이어 감독은 [블레이드]의 시나리오 작가답게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블레이드 2]를 다시 전편인 [블레이드]형식의 영화로 환원시킵니다. 비록 블레이드가 아닌 리퍼와 나이사에 의한 고뇌였지만 데이빗 S. 고이어 감독은 [블레이드 2]의 고뇌를 다시 깡그리 삭제시킵니다. 그리고 시원시원한 액션을 위해 블레이드에게 새로운 동료를 짝지워주고, 원조 뱀파이어인 드레이크(도미닉 퍼셀)를 부활시킵니다. '전편보다 쎄고, 전편보다 많게' 라는 속편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죠. 그러나 여러모로보나 [블레이드 3]는 [블레이드 2]보다 영화적인 재미가 현저히 떨어지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블레이드 3]의 재미가 [블레이드 2]보다 못한 첫번째 이유는 바로 블레이드의 새로운 조력자인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과 아비게일 휘슬러(제시카 빌)때문입니다. 이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배트맨 앤 로빈]의 로빈(크리스 오도넬)과 배트걸(알리시아 실버스톤)이후로 가장 최악의 조력자라고 칭할만 합니다.
먼저 한니발 킹을 보죠. 한니발 킹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약해빠진 인물입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는 없었던 유머감각일 뿐입니다. 분명 그의 유머는 강하기만 했던 이 시리즈에 약간의 부드러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그는 블레이드가 말한 것처럼 얼뜨기일 뿐입니다.
처음 한니발 킹이 블레이드를 구해줬을때 저는 그의 멋진 활약상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활약을 펼치기는 커녕 드레이크에게 인질로 잡혀갈뿐 별다른 활약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에 뱀파이어 일당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우드와 대니카를 무찌름으로써 그나마 체면을 살렸지만 그 장면 역시 한니발의 활약보다는 유머스러운 부분이 많아 최강의 액션 히어로 블레이드의 동료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블레이드의 오랜 동료인 아브라함 휘슬러(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숨겨진 딸인 아비게일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편과 2편에서 블레이드의 든든한 조력자로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던 아브라함은 3편의 초반에 SWAT의 습격에 어이없는 죽음을 당합니다. 인간을 위해 뱀파이어와의 싸움에 모든것을 걸었던 그가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의 손에 죽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겠죠. 그런데 그의 죽음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그의 딸인 아비게일이 나타나 블레이드의 든든한 동료가 될것임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보다 든든하지 못합니다. 단지 섹시함이 강조된 여성 동료일뿐 그 이상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데이빗 S. 고이어 감독은 속편의 법칙에 따라 한나발 킹과 아비게일이라는 새로운 동료를 블레이드에게 안겨줬지만 모든 것이 역부족입니다. 한니발 킹과 아비게일이 제 성에 차지 못한 이유는 바로 [블레이드 2]의 블레드 팩과 나이사가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적인 리퍼를 쓰러뜨리기 위해 블레이드와 손을 잡은 블레드 팩, 그리고 블레드 팩의 일원인 나이사. 적임과 동시에 동료이기도한 블레드 팩과 블레이드의 관계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약해빠진 한니발 킹과 아비게일은 모든 면에서 부족해 보였던 겁니다. 속편에 법칙에 충실하려면 전편보다 더욱 강한 캐릭터를 준비했어야만 했습니다. 아마도 데이빗 S. 고이어 감독은 [블레이드 2]를 너무 우습게 봤는지도 모릅니다. 겨우 한니발 킹과 아비게일로 [블레이드 2]를 넘으려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니발 킹과 아비게일은 [블레이드 3]의 새로운 뱀파이어인 드레이크에 비한다면 차라리 나은 편입니다. 원조 뱀파이어로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멋지게 부활한 드레이크는 아마도 [블레이드 시리즈]를 통털어 가장 최악의 악당일 것입니다.
1편인 [블레이드]의 악당은 프로스트(스티븐 도프)라는 혼혈종 뱀파이어입니다. 그는 인간과 더불어 살고 있는 뱀파이어 사회의 법칙을 깨고 세상을 뱀파이어의 왕국으로 만들기위한 위험한 계획을 시도합니다. 뱀파이어 지도부의 순수 혈통의 뱀파이어들과는 달리 인간이었으나 뱀파이어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프로스트는 완벽하게 블레이드와는 상반된 캐릭터입니다. 블레이드는 인간이기를 선택했지만 프로스트는 뱀파이어이기를 선택한 것 뿐이죠. [블레이드]는 이러한 점을 적절하게 이용했으며 결국 외형적으로 가장 약한 프로스트를 가장 인상적인 악당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2편인 [블레이드 2]의 리퍼는 역시 시리즈 사상 최고의 악당입니다. 뱀파이어 세계의 왕자였으나 아버지의 실험에 이용되어 리퍼라는 끔찍한 돌연변이가 된 그는 아버지와 동족에 대한 분노로 뱀파이어에게도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됩니다. 결국 리퍼는 고뇌라는 것을 가져본적도 없는 무뚝뚝한 블레이드와는 달리 아버지와 동족에 대한 사랑과 분노로 고민하는 매력적인 악당이 됩니다.
하지만 [블레이드 3]의 드레이크는 외형만 최고의 악당일뿐 모든 것이 최악의 악당과 걸맞은 짓거리만 할뿐입니다. 그는 원조 뱀파이어 즉 드라큘라입니다. 뱀파이어의 최대 약점인 햇빛에도 강한 그는 블레이드에게 수세에 밀린 뱀파이어들이 불러낸 최강의 뱀파이어입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짓이라고는 뱀파이어 물품 전문점을 터는 일이라거나, 블레이드에게 쫓기다가 갓난아기나 인질로 잡고 블레이드를 협박하는 그런 3류 악당들이나 할 짓을 서슴치않고 자행합니다. 게다가 블레이드의 본거지를 습격했으면서도 고작 한니발 킹과 어린 아이를 인질로 잡아오는 성과밖에 이루지 못합니다. 그는 뱀파이어의 원조라기 보다는 자신을 깨운 뱀파이어의 한심한 하수인으로밖에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입니다. 최강의 뱀파이어가 겨우 인질이나 잡는 짓거리를 하다니 믿기지가 않더군요. 게다가 마지막 블레이드와의 결투에서 허무하게 쓰러지는 모습이라니... 이런 최악의 악당을 가지고 전편을 능가하겠다고 선언한 데이시 S. 고이어의 속내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블레이드]는 여러모로보나 이 매력적인 액션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영화입니다. 어쩌면 제가 워낙 [블레이드 2]를 재미있게 봐서 제 눈높이가 높아진 까닭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속편 영화라면 전편을 넘어서야죠.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요? 아뇨.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렇다면 데이빗 S. 고이어 감독도 이룰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못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그토록 [블레이드 3]에 실망한 이유입니다. '올시즌 끝장을 보러왔다'더니만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올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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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우스
어쩐지.. 제가일하는 상암-_-;;에서는 7관에 돌리고 있답니다.. 110석정도밖에 안되는데말이죠.. (덕분에 개속매진입니다.;;)
좀 쓸만하다 싶으면.. 대관으로 돌렸을텐데.. 그게 아니라고 생각됬나봅니다..(역도산과 오페라때문에 자리가없어요..ㅠ_ㅠ)
그래도 시리즈의 마지막? 이니.. 한번쯤은 봐야겠군요 ^^bb
 2004/12/22   
쭈니 끝이 좋아야하는법인데...
제가 좋아하던 시리즈인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도 액션 팬이라면 한번쯤 볼만하죠. ^^
 200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