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룩앳미] - 타인의 취향...

쭈니-1 2009. 12. 8. 17:37

 



감독 : 아네스 자우이
주연 : 마릴루 베리, 장-삐에르 바크리, 아네스 자우이
개봉 : 2004년 12월 24일
관람 : 2004년 12월 13일


요즘은 아주 습관적으로 영화 사이트에서 시사회 신청 버튼을 클릭합니다. 시사회 일정과 제 개인 스케쥴이 맞는지도 확인해야하며, 이 영화를 정말 보고 싶은지도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도 없이 무조건 시사회 신청 버튼을 클릭하고 보는거죠. 그러다보니 시간이 되지 않아 못가는 시사회도 있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는데 억지로 가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전부 시사회에 자주 당첨이 될 경우의 일이지만 올해 제 시사회 운수는 대통이기에 시사회에 어렵게 당첨되어 놓고 이런 어이없는 고민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룩앳미]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시사회에 신청해놓고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시사회에 당첨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지만 영화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조차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제가 [룩앳미]에 대해서 알아낸 정보라고는 고작 [타인의 취향]을 만든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두번째 영화라는 것과 뚱뚱한 여주인공과 완고한 아버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음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흠! 음악 영화인가보구나' 결국 저는 [룩앳미]에 대해서 영화를 보기전에 이렇게 정의를 내렸습니다. '최소한 음악 영화일테니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귀는 즐겁겠구나.'
시사회 시작은 7시... 퇴근하고 저녁식사도 굶고 부랴부랴 시사회장에 도착하여 영화를 봤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물론 음악 영화도 아니고, 귀가 즐거운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제 기대와는 다르게 영화가 진행되어서인지 영화를 보는내내 지루함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저는 [타인의 취향]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가 단관 개봉하여 5만이라는 경이로운 관객을 동원했다고는 하지만 유럽 영화와는 친하지 못한 제겐 머나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타인의 취향]을 보신 분들의 극찬에 가까운 영화평은 읽어 보았습니다. 모두들 한결같이 재치있는 영화라고 하시더군요. 지루할것 같지만 영화의 유머감각이 상당하다고... 그리고 그러한 유머감각은 [룩앳미]에서도 여전하다는 글도 [룩앳미]를 보기전에 읽었습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타인의 취향]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룩앳미]는 생각보다는 무겁지 않고, 영화속 캐릭터들도 요즘 유럽 영화답지 않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하지도 않습니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은 대화가 단절된 가족과 그 가족사이에 끼어버린 무명의 소설가 부부를 통해 가식적인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센스있는 유머로 관객을 웃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이 영화는 가식적인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할뿐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롤리타(마릴루 베리)는 결국 아버지의 관심을 받아내는데 실패하고, 고집불통 아버지 에티앤(장-삐에르 바크리)은 여전히 독불장군같은 성격을 버리지 못합니다. 소심한 소설가 피에르는 에티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단지 롤리타는 세바스티앙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실비아(아네스 자우이)가 위선적인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분명 롤리타와 실비아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상태에서 끝을 냅니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이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느껴지지만 그래서 어땠다는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이 끝같지 않은 영화의 끝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그러나 제가 이 영화의 지루한 스토리라인과 생뚱맞은 라스트에 투덜거리고 있을때 영화 광고지 상단에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수상 내역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이 영화가 2004년 깐느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자랑스러운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그 순간 저는 기가 죽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깐느영화제 수상작은 필수로 봐야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던 저로써는 깐느 영화제에서 다른 상도 아니고 각본상을 수여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충격이었습니다.
그렇담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깐느 영화제에서 보증을 했다는 소리인데... 저는 거기에 대고 이 영화의 끝이 이상하다는둥,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는둥, 지껄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깐느 영화제가 아니고 깐느 영화제 할아버지가 각본상을 줬다해도 제게 재미없는 것은 어쩔수없이 재미없는 것일뿐이니...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타인의 취향'이었습니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첫번째 영화 제목이기도한 '타인의 취향'은 묘하게도 [룩앳미]를 본 지금 현재의 제 상황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이 영화는 분명 제 취향의 영화가 아닌 단지 타인의 취향적인 영화일 뿐입니다.
타인의 취향이라... 이해안되는 영화에 대한 변명치고는 꽤 그럴듯한 변명이군요. '타인의 취향'이라는 멋진 말을 제게 안겨준 아네스 자우이 감독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어려워서 이해안되는 영화들은 모두 타인의 취향적인 영화라고 우기면 될테니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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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수
쭈니님이 지루하시다고 하신건 별루 없었던것같은데 이 영화는 무척 지루하셨나 보군요 ㅎㅎ
저도 사실 보고싶지는 않지만 24,25,26일중에 영화관람을 하면 O.S.T를 준다고 하길래 무지 고민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ㅋㅋㅋ
쭈니님이 지루하다고 하셔서 더 고민되는데요?
 2004/12/21   
쭈니 글쎄요. 시각의 차이겠죠. 제가 원래 이렇게 잔잔한 영화를 싫어해서일수도 있으니 제 글은 그냥 무시하고 백윤수님의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하세요. 괜히 저때문에 좋은 영화 놓칠 수도 있습니다. ^^  200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