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발레 교습소] - 젊음,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매력적이다.

쭈니-1 2009. 12. 8. 17:15

 



감독 : 변영주
주연 : 윤계상, 김민정, 도지원
개봉 : 2004년 12월 3일
관람 : 2004년 11월 29일


수능부정행위로 떠들석한 요즘 [발레 교습소]라는 오랜만에 괜찮은 십대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발레 교습소]는 젊음... 그 하나만으로도 풋풋함이 느껴져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방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마음을 졸여야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난후에는 10여년전 그때의 시간여행을 하고온듯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처음부터 기대하며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하지 않았던 첫번째 이유는 바로 영화의 소재인 발레때문이었습니다. 발레라는 소재만으로도 저는 어렵지않게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렸으며,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판 아류작이라는 섣부른 판정을 내리고 말았던 겁니다. 하지만 막상 이 영화를 보고나니 [발레 교습소]와 [빌리 엘리어트]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남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아버지때문에 어쩔수없이 권투를 배우던 빌리(제이미 벨)가 발레라는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에 매료됨으로써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오히려 남성스러움을 깨우치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담은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를 통해 영국에서의 소시민의 삶과 끈끈한 가족애를 담아냅니다.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발레는 그 자체가 주제이며 주인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해냅니다.  
하지만 [발레 교습소]에서의 발레는 단지 영화의 재미를 위한 하나의 볼거리에 불과합니다. 민재(윤계상)는 어쩔수없는 상황에서 발레를 배우게 되지만 발레는 단지 친구들과 함께 10대의 불안함을 해소하는 탈출구중 하나일 뿐입니다. 변영주 감독은 우스꽝스러운 발레복을 입고 어설픈 발레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젊음이라는 것은 저렇게 망가져도 아름다운 거야'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발레는 주인공들의 젊음의 풋풋함을 강변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다른 영화가 나올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편의 영화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매번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할때마다 저는 섣부른 판단을 하며 영화를 보기전부터 실망을 하곤 합니다. [발레 교습소]가 그 대표적인 경우죠. [발레 교습소]를 계기로 그러한 나쁜 버릇을 빨리 버려야겠습니다. ^^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하지 않았던 두번째 이유는 변영주 감독의 영화 [밀애]때문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명성을 쌓은 변영주 감독은 2002년 [밀애]라는 장편 영화를 통해 야심차게 상업 영화에 한발자욱을 들여 놓았습니다. 저는 비록 [낮은 목소리]는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영화계에서는 드문 여성 감독으로써의 대성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변영주 감독에 대한 기대감때문에 [밀애]가 개봉되자마자 친구들을 우르르 끌고 극장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망이었습니다. 많은 여성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호평을 했지만 저는 전혀 이 영화를 동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남성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밀애]는 제게 있어서 미흔(김윤진)과 인규(이종원)라는 이상한 캐릭터들의 의미없는 섹스 게임일 뿐이었습니다. 왜 미흔이 인규와의 불륜을 통해 박제된 삶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인지 저로써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밀애]를 통해 저는 변영주 감독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여성 감독이다 보니 지나치게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편견이 [밀애] 이 단한편의 영화로 생겨나고 말았던 겁니다.
그러나 변영주 감독은 [발레 교습소]에서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낮은 목소리]에서 시대에 희생당한 여성들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아냈으며, [밀애]에서는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가정이라는 새장안에 갇혀 자유를 갈망하는 미흔을 통해 여성의 삶과 자유를 이야기했던 변영주 감독이 갑자기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겁니다. 물론 여성 감독이라고해서 여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라는 법은 없지만 [낮은 목소리]와 [밀애]로 연결되는 변영주 감독의 행보속에서 저는 당연히 여성 이야기를 계속 할 것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일단 변영주 감독의 의외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밀애]를 통해 비록 상업 영화의 첫 시작을 고배를 마셨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약이 되어 [발레 교습소]라는 결과물을 낳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발레 교습소]는 상업 영화로써 상당한 재미를 갖추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영화의 주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상업 감독으로써의 변영주 감독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하지 않았던 세번째 이유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윤계상과 김민정때문이었습니다. 영화엔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듬직한 배우들이 출연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게 연기자보다는 가수 이미지가 아직은 더욱 강한 윤계상과 이름조차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민정의 주연 캐스팅은 아무래도 불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 윤계상의 캐스팅은 불안을 넘어서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의 캐스팅은 십대 관객들을 겨냥한 이벤트성 캐스팅으로 보였습니다. '연기 경력이라고는 이제 겨우 드라마 한편뿐인 그가 과연 영화를 이끌어나갈 주연으로 적합한 것일까?' 이것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전에 가졌던 의문점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가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젊음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젊음이라는 것은 서투름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이 영화에서 윤계상의 연기는 서툴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젊었습니다. 그의 미소엔 아직 젊음의 풋풋함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그러한 젊음의 풋풋함은 윤계상의 서투른 연기를 오히려 매력적인 젊음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서투름은 변영주 감독의 의도였는지도 모릅니다. 사투르기 때문에 매력적인 연기. 아마 젊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윤계상과 함께 주연을 맡은 김민정은 변영주 감독의 안목이 빛을 발한 경우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전 '아일랜드'로 김민정의 연기가 그토록 물이 오를줄 그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이제 겨우 아역 탤런트와 [버스, 정류장]에서의 연기 경력만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아일랜드'를 통해 오히려 이나영보다 튀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그러한 그녀의 매력은 [발레 교습소]에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과연 변영주 감독은 그녀의 대성할 가능성을 미리 엿보았을까요?


 



가끔 기대하지도 않았던 영화가 기대이상의 재미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발레 교습소]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만약 우연한 기회에 [발레 교습소]의 시사회를 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저는 결코 [발레 교습소]를 보지 않았을 겁니다. [발레 교습소]가 아니더라도 보고 싶은 영화는 너무나도 많고 시간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결국 별다른 기대없이 참석한 시사회에서 저는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잔뜩 안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영화적인 재미만 내세운 나머지  십대의 고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분명 그것은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변영주라는 이름의 무게덕분에 진지한 십대 영화를 기대한 분들에게 이 영화는 함량미달의 진지함만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영화속 민재(윤계상)는 말합니다. 우린 이제 겨우 스무살인걸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살아가며 배우면 된다고... 분명 이 영화를 통해 영화속 주인공들의 문제는 별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수진(김민정)은 동물을 싫어하면서도 제주대 수의학과에서 그토록 끔찍한 동물들을 만져야하며, 민재는 여전히 무심한 아버지곁에서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조경학과에서 미래를 설계해야합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들은 이제 겨우 스무살인걸요. 시행착오를 해도 그 시행착오를 바르게 고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젊음이 있는 것을... 이 영화가 너무 진지하지 못하다고요? 어쩌면 그렇게 진지할 필요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들은 스무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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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수
저도 이영화는 별로 안땡기네요..
역도산개봉하면 볼려구요 ㅋㅋㅋ 설경구가 나오니깐 꼭 볼려고 마음 먹었는데, 영화예매권2매 꽁짜루 받아서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ㅋㅋㅋ
 2004/12/03   
쭈니 공짜라... 좋겠습니다. ^^
사실 저는 아직까지 [역도산]이 그리 끌리지 않습니다.
이미 [바람의 파이터]를 봐서...
왠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가 될듯...
하지만 모르죠. 또 맘이 변할지... ^^;
 2004/12/03   
바이올렛
저도 이 영화는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다만, 발레 공연하는 모습이 넘 평범하고 착하게 표현되어서 아쉽긴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10대 영화 중에서는 꽤 괜찮은 축에 속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2007/07/11   
쭈니 그렇죠?
이상하게 10대 영화는 우리가 약하더라고요.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윤계상의 연기도 의외로 좋았던 영화도 기억되네요. ^^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