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엘프] - 동심으로 돌아가자!

쭈니-1 2009. 12. 8. 17:15

 



감독 : 존 파브로우
주연 : 윌 페렐, 제임스 칸, 주이 드샤넬
개봉 : 2004년 12월 15일
관람 : 2004년 12월 9일


[엘프]는 완벽한 크리스마스용 영화입니다. 미국에선 2003년 11월에 개봉하여 개봉 2주차에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파란을 일으켰던 이 영화는 국내에는 알려진 스타급 배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1년이 지나서야 개봉작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과연 미국에서 이미 검증받은 흥행력을 국내에서도 발휘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폴라 익스프레스]와 더불어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완연하게 느끼게 해줄만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갓난아기시절부터 북극에서 엘프들과 함께 살아온 버디(윌 페렐)가 자신이 엘프가 아니고 인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 후 인간세계의 아버지를 찾아 뉴욕으로 떠난다는 지극히 환타지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뉴욕이라는 복잡한 인간 세계에 온 버디가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이며, 후반부는 버디의 친아버지인 월터(제임스 칸)가 버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 나간다는 드라마입니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조화... 엘프와 산타 할아버지라는 환타지적인 캐릭터들의 등장...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교과서적인 교훈... 이 모든 것이 오랜만에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극장 나들이를 나서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실제로 시사회장엔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어른들과 함께 온 어린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맘껏 웃으며 즐기더군요.


 



그러나 문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온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외에 [엘프]에는 성인 관객을 위한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인들끼리 시사회장에 찾은 관객들은 너무 뻔하게 흘러가는 영화의 진행이 지루했는지 영화는 보지 않고 계속 딴짓을 하더군요.(제 앞에 앉은 젊은 여성분은 영화의 중반부부터 영화는 보지 않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열심히 문자 메세지를 날리더군요. 덕분에 저도 영화는 보지 못하고 그 분이 날리는 문자 메세지를 열심히 읽었답니다. 컴컴한 극장에서 문자 메세지를 날리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달라고 애원하는 격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영화는 어린 관객들에겐 웃고 즐길만한 영화지만 성인 관객에겐 뻔해도 너무 뻔한 가족 드라마일 뿐입니다.
그러한 [엘프]의 단점은 이 영화가 관객층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것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엘프]와 함께 올시즌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크리스마스용 영화인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벤 에플렉을 내세우며 성인용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크리스마스용 가족 코미디를 지향했고, [폴라 익스프레스]는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린이용 크리스마스 영화임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엘프]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온가족이 즐길만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였으나 막상 영화 자체는 어린 관객층이 즐길만한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일요일 정오에 해주는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미 보았던 웃기는 장면들이 전부인 이 영화를 보며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였습니다. 게다가 월터의 변화는 그야말로 생뚱맞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 영화는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아무리 크리스마스용 가족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어린 관객들을 이끌고 극장을 온 성인 관객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줬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이 영화의 마지막에 공원에 몰려든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함께 부르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제가 이 영화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은 아닌가하는... 언제부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들은 믿지 않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우린 순수함을 잃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버디는 사람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말도 안돼'라며 경악합니다. 이 영화의 이렇듯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시작하며, 이 영화의 재미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버디가 동심과 믿음을 되돌려주는 것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조금이라도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어린 관객들에겐 유쾌한 영화이지만 그렇지못한 성인 관객에겐 유치한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물론 과학적으로도 산타 아버지는 없는 존재입니다. 북극에서 일년내내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든다는 엘프 역시 상상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실만을 믿으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들을 유치한 상상력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하나만으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언제부턴가 동심이 말라버린 제 마음속에서 현실의 팍팍한 생활에 가득 찌든 제 머리에 대고 이야기합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보는 거야. 까짓거 손해볼건 없잖아'
올해 크리스마스는 우리 웅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캐롤을 목청껏 불러보며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려볼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언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는지 기억이 까마득하지만 웅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의 동심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생각입니다. [엘프]는 비록 영화적인 재미는 없었지만 제게 소중한 것을 깨닫게해준 영화입니다. 아마 그것이 크리스마스용 가족 영화의 힘이겠죠?


 





IP Address : 221.139.41.41 
아랑
우아.. 멋진 영화평감사합니다. 영화다 봤다 ㅋㅋ  2004/12/14   
쭈니 저런... 멋진 영화평이라는 칭찬은 감사한데... 제 글만으로 영화 다봤다고 그러시니 왠지 TV영화소개프로그램이 된 느낌입니다. ^^;  2004/12/14   
정말 너무 크더군요 ㅎ  2006/05/08   
쭈니 월 페렐이요??? ^^;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