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지.아이.조 2] - 사연이 없는 캐릭터는 액션에 파묻힌다.

쭈니-1 2013. 4. 2. 10:29

 

 

감독 : 존 추

주연 : 드웨인 존슨, 애드리앤 팰리키, 이병헌, 브루스 윌리스

개봉 : 2013년 3월 28일

관람 : 2013년 3월 31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일주일간 감기로 고생하다.

 

지난주 월요일, 늦은 밤까지 [장고 : 분노의 추적자]를 본 이후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갔습니다. [장고 : 분노의 추적자]를 보고 나오며 느꼈던 두통이 단순히 공항 CGV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목이 아프더니 결국 꼬박 일주일동안 감기 기운으로 골골거려야 했습니다.

그로인하여 [링컨]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목요일에는 [지.아이.조 2]를 보러갈 계획이었지만 일요일로 미뤄야 했습니다. 감기 기운에 금요일 회식까지 하고나니 주말이 되었어도 컨디션은 최악이었지만, 더이상 [지.아이.조 2]를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일요일 밤에 무리해가며 [지.아이.조 2]를 보고 왔습니다.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이후 꼬박 일주일만에 보는 영화라서 [지.아이.조 2]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2009년에 개봉했던 [자.아이.조 : 전쟁의 서막]도 나름 재미있게 본 편이고, 제가 이런 류의 블록버스터에서 그다지 많은 것을 기대하는 편은 아니기에 볼거리가 충만했던 1편보다 조금 업그레이드된 (아니 최소한 비슷한) 볼거리만 제공된다면 아무런 불만없이 만족할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일주일 내내 저를 괴롭혔던 감기를 잊을만한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 것입니다. 게다가 1편에 비해 스톰 쉐도우를 연기한 이병헌의 비중이 높다고 하니 기왕이면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배우에 대한 뿌듯함까지 느낀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에 [지.아이.조 2]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쉽게도 [지.아이.조 2]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감기로 인한 최악의 컨디션이 영화를 관람하는데 방해를 줬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안좋으면 영화 역시 재미있게 볼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 최악의 컨디션을 감안하더라도 [지.아이.조 2]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은 영화였습니다.

듀크(채닝 테이텀)와 로드블럭(드웨인 존슨)의 주인공의 교체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고,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가장 큰 볼거리였던 각종 신기한 신무기들로 인한 재미도 이번엔 그다지 특출나지 못했습니다. 조 콜튼(브루스 윌리스), 플린트(D.J. 코트로나), 징스(에로디 영) 등 새로운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이끌어내지 못한채 단순히 소모된 느낌입니다.

그나마 영화 보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스톰 쉐도우(이병헌)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원동력이었지만, 만약 스톰 쉐도우를 연기한 배우가 이병헌이 아니었다면 그마저도 너무 가볍게 처리된 스톰 쉐도우의 과거 장면으로 인하여 실망했을 듯합니다.

물론 1시간 50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지루해하지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킬링타임용 블록버스터는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과 비교해서 업그레이드는 커녕 오히려 적어진 영화적 재미는 [지.아이.조 2]에 대한 아쉬움만 키웠습니다.

 

 

듀크에서 로드블럭에게 억지로 바톤을 넘긴 듯한...

 

사실 저는 [지.아이.조 2]의 영화 이야기를 어제, 그러니까 월요일 오후 3시에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view 발행에서 자꾸 에러가 발생하더군요. 두 세번 view 발행에 실패한 저는 홧김에 [지.아이.조 2] 영화 이야기를 임시저장만 해놨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월요일 밤, 잠들기 전에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던 저는 채널CGV에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이 방영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 극장에서 봤지만 4년이 흐른 뒤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저는 결국 일찍 잠자리에 들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지.아이.조 2]에서 느꼈던 제 아쉬움의 실체를 더욱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주인공은 듀크였습니다. 듀크는 나노마이트 탄두를 운반 도중 정체모를 공격을 받고 부대원들을 모두 잃습니다.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립코드(마론 웨이언스)와 겨우 살아남아 특수군단 '지.아이.조'에 합류한 듀크는 나노마이트를 이용해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악당의 음모를 막아냅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듀크는 꽤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 그가 '지.아이.조'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부대를 공격한 정체불명의 악당 중에 옛 연인인 베로니스(시에나 밀러)가 소속되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듀크는 베로니스의 유일한 혈육인 그녀의 오빠(조셉 고든 레빗)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베로니스를 떠났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베로니스를 적이 되어 만난 것입니다. 나노마이트에 의한 인류의 위기 속에서 적으로 만난 옛 연인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듀크.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그러한 듀크의 캐릭터를 제법 잘 잡아낸 것입니다.

 

[지.아이.조 2]는 1편의 주인공인 듀크를 로드블럭으로 교체합니다. 듀크의 부하이기도한 로드블럭은 영화의 초반부터 듀크와 형제와도 같은 끈끈한 사이임을 여러 장면에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듀크에서 로드블럭으로 주인공이 교체되었지만, 로드블럭에 의한 새로운 재미는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옛 연인을 적으로 만난 베로니스와의 관계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던 듀크와는 달리 로드블럭은 근육질의 몸에서 나오는 액션 연기외에는 캐릭터에 의한 재미는 전혀 없습니다. 초반에 너무 허무하게 죽어버린 듀크가 그리워질 정도였습니다.

[지.아이.조 2]의 캐릭터들은 이렇듯 사연이 없습니다. 사연이 없으니 캐릭터는 액션에 파묻혀버립니다. 예를 들어서 영화의 오프닝에서 돌아이 기질을 발휘한 플린트는 중반 이후 존재감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끊임없는 입담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업(UP)시키던 립코드의 역할을 플린트가 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러한 제 기대는 완전히 엇나간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군인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던 레이디 제이(애드리앤 팰리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레이디 제이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립코드와 티격태격하며 달달한 러브 라인을 만들어나간 스칼렛(레이첼 니콜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레이디 제이는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백악관 파티에 잠입하는 것 외에는 그녀만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합니다. 아버지에게 군인으로 인정받고 싶다던 그녀의 사연 역시 콜튼의 경례 한방에 급마무리됩니다. 이렇듯 [지.아이.조 2]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과 비교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캐릭터가 액션에 파묻혔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톰 쉐도우의 사연

 

그래도 [지.아이.조 2]가 최악은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톰 쉐도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톰 쉐도우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베로니스의 역할을 합니다. 베로니스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절대악에 속해 있으면서도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였다면 [지.아이.조 2]에서는 스톰 쉐도우가 그 역할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사실 스톰 쉐도우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도 그저 악으로만 치부하기엔 뭔가 애매한 캐릭터였습니다. '지.아이.조'의 멤버인 스네이크 아이와 어린 시절 같은 스승 밑에 있었던 스톰 쉐도우의 과거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공개되며 스톰 쉐도우는 베로니스 이상으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의 발전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비췄던 것입니다.

비록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는 듀크와 베로니스의 사연에 가려져 스톰 쉐도우의 사연이 나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감독인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스톰 쉐도우의 과거를 틈틈히 보여줌으로서 결국 스톰 쉐도우의 사연을 2편으로 넘긴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스톰 쉐도우의 사연 역시 100% 저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스톰 쉐도우의 사연과 함께 연쇄 반응을 보일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베로니스의 사연은 듀크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영화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왜 그녀가 악당이 되었을까?'라는 의문 뿐만이 아닌, 악당이 된 베로니스를 통해서 주인공인 듀크의 캐릭터를 더욱 살려낸 것입니다.  

 

분명 스네이크 아이가 스톰 쉐도우의 사연을 받쳐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톰 쉐도우의 동생인 징스가 새롭게 가세하며 스톰 쉐도우의 사연이 캐릭터 간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네이크 아이와 징스는 암벽에서의 인상적인 액션을 제외하고는 스톰 쉐도우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대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결국 스톰 쉐도우는 매력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연은 후반에 서둘러서 미지근하게 마무리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지.아이.조 2]에서 가장 매력적이라 할 수 있는 스톰 쉐도우의 사연이 서둘러 마무리되자 영화의 후반부는 더욱 단순해집니다. 그저 스톰 쉐도우와 조 콜튼, 징스가 새롭게 가세한 '지.아이.조'와 백악관을 장악한 코브라 군단의 단순 대결이 이어진 것입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는 후반부의 스토리 라인도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나노마이트를 연구하던 닥터의 정체가 밝혀지며 나름 반전도 보여줬고, 닥터의 야심이 드러나며 그가 코브라 커멘더가 되는 과정도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후반부의 반전 역시도 베로니스가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습니다. 스톰 쉐도우의 사연은 분명 [지.아이.조 2]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지만 아쉽게도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베로니스의 사연과 비교했을때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시리즈를 시작한 스티븐 소머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보며 재미있었던 점은 이 영화의 시작이 중세 시대의 프랑스라는 점입니다. 맥켈렌이라는 성을 가진 무기상인이 프랑스와 적국에 모두 무기를 팔다가 잡힙니다. 그는 그 벌로 평생 철가면을 쓰는 형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로 배경이 바뀝니다. 마스라는 무기 제조업체에서 나노마이트의 개발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마스의 회장이 바로 맥켈렌(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입니다. 중세 시대 철가면의 형벌을 당하던 무기상의 자손이죠. 그는 이후에 코브라 커멘더가 되는 닥터에 의해 자신의 조상과 마찬가지로 철가면을 쓰게 되고 데스트로로 재탄생합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오프닝에서 데스트로의 조상을 보여준 것은, 그만큼 데스트로의 역할이 이 시리즈 전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비록 데스트로는 '지.아이.조'에 붙잡혔지만, 코브라 커멘더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악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던 것입니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코브라 커멘더를 탄생시키면서도 데스트로도 함께 탄생시킴으로서 2편에서 악당 캐릭터의 다양성을 물려준 것입니다.

하지만 존 추 감독은 데스트로를 제거해버립니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오프닝을 데스트로의 탄생 비화에 바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를 간단하게 폐기처분한 것입니다. 존 추 감독이 폐기처분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머리 속에 심어진 나노마이트를 제거하지 못한 베로니스 마저도 지워버립니다. 물론 주인공이 듀크에서 로드블럭으로 바뀌어야 하는 상황에 베로니스의 이야기까지 꺼낼 여력이 부족했겠지만,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2편을 위해 소중하게 남겨준 유산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셈입니다.

 

존 추 감독이 1편에서 챙겨 온 것은 미대통령(조나단 프라이스)으로 변한 자탄의 음모 뿐입니다. 영화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캐릭터들을 모두 폐기함으로서 존 추 감독은 최대한 [지.아이.조 2]를 단순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단순함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최고 볼거리인 새로운 무기에 의한 재미마저도 단순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하이라이트인 나노마이트가 프랑스의 에펠탑을 순식간에 먹어버리는 장면은 [지.아이.조 2]에서 인공위성의 제우스 마사일이 런던을 초토화시키는 장면으로 변경됩니다. 나노마이트가 에펠탑을 먹어치우기 전에 정지 버튼을 눌러야 하는 1편의 듀크와 립코드의 손에 땀을 쥐는 복잡한 액션은, 그저 미사일 한방으로 초토화되는 런던으로 대체된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최대화시키는 델타6 가속슈트 등 새로운 볼거리는 코브라 군단과 정면 대치하는 '지.아이.조'의 단순한 액션으로 바뀝니다. 나노마이트, 델타6 가속슈트 등 새로운 볼거리들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한 SF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아이.조 2]는 근육질의 주인공을 내세운 단순 액션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30회 골든라즈베리에서 불명예스러운 후보에 올랐고(수상은 시에나 밀러가 최악의 여우주연상만 탓습니다.) 1억7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와 비교해서 실망스러운 북미 1억5천만 달러, 월드와이드 3억2백만 달러의 흥행수입만 올렸습니다. 결국 제작사는 [지.아이.조 2]를 만들며 스티븐 소머즈가 구축해 놓은 것을 거의 폐기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편을 재미있게 본 저로서는 그러한 [지.아이.조 2]의 변화가 아쉽게만 느껴졌습니다. 

 

 

만약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어제 보지 않았다면

[지.아이.조 2]의 영화 이야기는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편을 넘어야 하는 것이 속편의 임무가 아니던가.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