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

쭈니-1 2013. 3. 11. 13:54

 

 

감독 : 샘 레이미

주연 : 제임스 프랭코, 미셸 윌리엄스, 레이첼 와이즈, 밀라 쿠니스

개봉 : 2013년 3월 7일

관람 : 2013년 3월 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환상의 나라 오즈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미국 작가 프랭크 바움이 1900년에 출간한 <오즈의 마법사>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동화입니다. 특히 1939년 빅터 플래밍 감독에 의해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만들어지며 더욱 유명해졌고, 영화와 더불어 영화의 주제곡인 <Over the Rainbow>는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명작, 명곡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그것 아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캔자스의 소녀 도로시의 모험은 <오즈의 마법사>의 제1편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이며 <오즈의 마법사>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이후 무려 13편의 후속작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제2편인 <환상의 나라 오즈>는 오즈의 북쪽 길리킨의 나라에 살고 있는 팁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모험을 담고 있으며, 제3편인 <오즈의 오즈마 공주>는 도로시가 다시 오즈의 나라를 여행하며 에머랄드시의 공주인 오즈마를 만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오즈의 마법사>는 14편의 시리즈를 통해 오즈라는 환상의 나라를 차곡 차곡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과연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는 없었을까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바로 그러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영화입니다.

과연 캔자스의 평범한 3류 마술사 오즈는 어쩌다가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된 것일까요? 과연 남쪽의 착한 마녀 글란다는 그러한 오즈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을까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나쁜 마녀들은 왜 오즈를 두려워한 것일까요?

비록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프랭크 바움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아니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했을 이야기를 할리우드다운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이룩해 놓은 영화입니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자체가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어요?'라며 프랭크 바움에게 보낸 어린이 독자들의 편지에 의해 14편까지 이어진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런데 그 이전엔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죠?'라는 호기심에 의한 프리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등장이 무리는 아닌 셈입니다.

자! 그렇다면 프랭크 바움에 의한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닌, 할리우드의 흥행 마술사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오즈에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까요? 지금부터 여러분을 환상의 나라 오즈로 초대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적자(嫡子)임을 선언하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는 훗날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되는 오스카라는 평범한 서커스 마술사의 이야기를 펼쳐 놓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오스카가 서커스 마술을 펼쳐 보이는 부분이 흑백으로 처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화면 비율 역시 4:3 비율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빅터 플래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 역시 그러한 기법을 썼었습니다. 도로시의 캔자스에서의 일상은 흑백으로, 도로시가 오즈에 오게 되면서 화면은 칼라로 바뀝니다. 당시에는 그러한 빅터 플래밍 감독의 선택은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할리우드 최초의 장편 칼라(천연색)영화는 1935년 루벤 마물리언 감독의 [베키 샤프]라는 영화였습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만들어진 것이 1939년이니 당시에는 아직 칼라영화보다는 흑백영화에 익숙하던 시절인 셈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빅터 플래밍 감독은 캔자스를 흑백으로, 오즈를 칼라로 표현함으로서 관객에게 환상의 나라인 오즈의 놀라운 풍경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샘 레이미 감독 역시 같은 선택을 한 셈입니다. 오스카(제임스 프랭코)의 캔자스 시절의 장면은 흑백에다가 답답한 4:3 화면비율로 보여주고, 오스카가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오즈에 도착하면서부터는 화려한 칼라와 와이드한 스크린으로 바뀝니다. 그러한 영화의 설정은 마치 "내가 [오즈의 마법사]의 적자이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프랭크 바움에 의해 태어난 이야기가 아닌 만큼 <오즈의 마법사>의 적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샘 레이미 감독은 프랭크 바움 원작의 적자는 될 수 없어도 빅터 플래밍 감독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적자의 자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이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오프닝을 [오즈의 마법사]가 연상되게끔 만들어 냈습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이 도로시에서 오스카로 바뀌었을 뿐, 영화의 진행 방식은 [오즈의 마법사]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로시는 오즈를 만나야 했고, 서쪽의 나쁜 마녀를 죽여야 한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받게 됩니다. 오스카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는 에메랄드성 창고에 가득한 황금을 얻기 위해 글린다(미셸 윌리엄스)를 만나야 했고, 나쁜 마녀인 에바노라(레이첼 와이즈)를 에메랄드성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불가능한 미션을 받게 됩니다.

도로시가 오즈를 만나기 위해 나서는 길에서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을 만나듯이 오즈는 날개달린 원숭이 핀리와 도자기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빅터 플래밍 감독은 현실의 세계 캔자스와 환상의 세계 오즈를 연결하기 위해 도로시의 농장 일꾼과 오즈에서 만난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을 연기한 배우들을 1인 2역으로 묶었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 역시 마찬가지인데, 핀리의 목소리는 캔자스에서 오스카의 조수로 출연한 배우 잭 브래프가 더빙을 맡았고, 도자기 소녀의 목소리는 캔자스의 마술쇼 도중 오스카에게 다리를 고쳐 달라고 애원하던 소녀를 연기한 조이 킹이 더빙을 맡음으로서 캔자스와 오즈를 연결시킵니다. 미셸 윌리엄스는 캔자스에서 오스카의 연인으로, 오즈에서는 착한 마녀 글린다로 1인 2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3류 마술사 오스카가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되기까지...

 

이렇듯 빅터 플래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 적자임을 직접적으로 선언한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캔자스의 3류 마술사 오스카가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충실하게 영화 속에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역시 [오즈의 마법사]와 겹치는 절묘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합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와 그녀의 친구들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떠는 여정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소원은 거의 불가능한 것뿐입니다.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오즈에 온 도로시는 고향인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신비스러운 힘으로 환상의 세계에 온 그녀가 다시 현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선 또 한번의 신비스러운 힘이 필요합니다. 지혜로움을 얻고 싶은 허수아비, 용기를 얻고 싶은 겁쟁이 사자, 따뜻한 심장을 얻고 싶은 양철 나무꾼의 소원 역시 불가능해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그들의 소원이 사실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해결책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도로시는 신고 있던 은구두를 세 번만 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고, 허수아비와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의 소원 역시 스스로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음이 드러납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소원은 모험을 통해 그들 스스로가 이미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오스카 역시 불가능한 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캔자스에서 애니가 오스카에게 다른 남자에게 청혼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오스카는 '평범한 삶 보다는 위대한 삶을 살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3류 서커스 마술사가 위대한 삶을 꿈 꾸다니, 그것은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도로시의 꿈보다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오스카는 오즈에서 그러한 불가능한 꿈을 이룹니다. 에메랄드성에 가득찬 황금을 통해? 아닙니다. 그가 누구보다도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상상력 덕분입니다.

날개달린 원숭이 핀리가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게 맹세하게끔 만드는 장면과 도자기 소녀의 다리를 고쳐주는 장면 등에서 오스카의 능력은 이미 발휘됩니다. 결국 오스카는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해 승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에바노라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끕니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자기 자신의 힘을 깨닫는다면 얼마든지 위대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도로시와 허수아비, 사자와 양철 나무꾼이 모험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깨닫 듯, 오스카 역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상상력의 힘을 깨달으며 그가 그토록 원하던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 그것은 1939년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2013년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에서도,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됩니다.   

 

 

세 마녀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다.

 

[오즈 그레이트 파워풀]은 기본적으로 오스카가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샘 레이미 감독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 마녀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특히 에바노라의 동생인 테오도라(밀라 쿠니스)의 캐릭터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오스카를 사랑했지만 그가 글린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을 보며 질투심에 의해 사악한 마녀가 되는 테오도라는 영화의 초반부터 바람둥이로 그려진 오스카의 원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것'이라며 사랑을 쉽게 생각했던 오스카는 테오도라의 분노를 통해 자신이 캔자스에서 벌인 죄에 대한 댓가를 치루게 되는 것이죠.

아름답고 섹시한 테오도라가 추악한 마녀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샘 레이미 감독은 악당의 사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한 부분은 그로테스크한 온갖 악당이 출연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전작 [스파이더맨]에서도 연출되던 부분입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악당의 사연에 귀를 기울임으로서 오히려 영웅을 부각시키고는 했는데,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에서도 그러한 그의 주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또 한가지 [오즈 그레이트 파워풀]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에 대한 찬가입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홀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했던 오즈.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그러한 홀로그램을 통해 오스카가 에바노라를 물리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오스카가 활동사진을 발명한 에디슨을 찬양하듯,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힘에 찬사를 보낸 셈입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에서 보여줬던 상상력의 힘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의 집에 깔려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한 동쪽 마녀는 과연 에바노라였을까요? 테오도라였을까요? 도로시를 끝까지 괴롭히던 서쪽 마녀 역시 에바노라와 테오도라 중 누구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동쪽 마녀가 테오도라, 서쪽 마녀가 에바노라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고전 걸작인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이 확장되고, [오즈의 마법사]에서 해주지 않은 이야기에 대한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발휘된다는 점. 그러한 상상력의 힘이 있기에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제게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

그러한 상상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가 진정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