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성룡
주연 : 성룡, 권상우, 요범, 장람심, 요성동
개봉 : 2013년 2월 27일
관람 : 2013년 3월 4일
등급 : 12세 관람가
웅이와 성룡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다.
지난 주말 웅이와의 극장 데이트를 계획하며 그 후보 영화로 저는 두 편의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하나는 동화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잭 더 자이언트 킬러]와 또 다른 하나는 성룡의 액션 활극 [차이니즈 조디악]입니다.
물론 당연히 웅이의 선택은 [잭 더 자이언트 킬러]였습니다. 웅이에게 액션 활극보다는 동화를 소재로한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저는 내심 웅이가 [차이니즈 조디악]도 보고 싶다고 해주길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웅이와 성룡 영화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영화를 좋아했을 당시 성룡 영화는 최고의 오락 영화였고, 그러한 성룡 영화의 짜릿한 재미를 웅이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던 것이죠.
그렇게 [차이니즈 조디악]을 뒤로하고 [잭 더 자이언트 킬러]를 웅이와 봤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웅이와 제가 꼭 챙겨보는 TV 예능 <런닝맨>에 성룡이 게스트로 출연을 한 것입니다. 주말의 마지막을 저와 함께 <런닝맨>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웅이는 <런닝맨>에서 맹활약하는 성룡의 모습을 보더니 [차이니즈 조디악]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주중에 웅이와 [차이니즈 조디악]을 보러 가려고 했지만 구피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신학기를 맞이한 웅이를 위해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신학기 준비를 해야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아쉽지만 웅이와 성룡에 대한 추억의 공유는 다음 기회에...
그래도 웅이와의 영화 감상을 방해한 구피를 응징안하고 넘어갈 제가 아니죠. 피곤하다며 하품을 연신해대는 구피를 억지로 끌고 [차이니즈 조디악]을 보고 왔습니다.
직장인들에겐 가장 무서운 불치의 병인 월요병이 도진 월요일 밤. 제게 억지로 끌려가 눈이 벌겋게 충혈되면서 [차이니즈 조디악]을 본 구피. 영화를 보자마자 구피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아무래도 성룡에 대한 추억이 남자인 저보다 약한 여자이기에 그런가봅니다.
저는 초반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성룡식 액션이 반가웠고, 중반엔 약간 불안불안하더니 후반에 가서는 갑작스러운 교훈적 마무리로 인하여 살짝 지루했습니다. 기왕이면 100% 만족하면서 [차이니즈 조디악]을 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그러기에 이 영화는 짜임새가 상당히 헐거웠습니다. 그저 반가운 성룡에 만족하는 수 밖에요.
성룡의 귀환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차이니즈 조디악]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약탈당한 원명원의 십이지신 청동상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보급 보물인 십이지신 청동상이 국제 경매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거래되는 현실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서슴치않는 악덕기업 MP그룹의 회장 로렌스(올리버 플랫)는 보물 사냥꾼 JC(성룡)에게 십이지신 청동상의 나머지 부분도 찾아달라고 의뢰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성룡의 온몸 액션이 펼쳐집니다. 버기 롤링(갑옷형 스케이트)을 입고 종횡무진 활약하며 군인들이 무장한채 막고 있는 도로를 유유히 빠져 나가는 성룡의 모습은 아직도 그가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1954년생인 성룡은 어느덧 환갑을 눈 앞에 둔 나이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전의 성룡 액션을 그리워하지만, 환갑을 앞둔 배우에게 예전의 격한 액션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룡은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아찔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버기 롤링 액션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프랑스의 고풍적인 성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난투극 등, 성룡 영화 고유의 재미를 맛 볼 수 있는 갖가지 액션들이 종합 선물세트처럼 관객 앞에 쏟아져 나옵니다.
사실 저는 성룡의 영화 중에서 [용형호제]를 가장 좋아합니다. 물론 그의 최고 히트작은 [취권]이고, 제가 DVD로 소장하고 있는 성룡 영화는 [프로젝트 A] 뿐이며, 성룡의 대표작은 [폴리스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용형호제]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보물 사냥꾼이라는 소재 자체가 성룡의 코믹 액션을 담는 그릇으로 가장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차이니즈 조디악]은 [용형호제]의 3편격인 영화입니다. 물론 [용형호제]와 [차이니즈 조디악]의 접점은 성룡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과 주인공의 직업이 보물 사냥꾼이라는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차이니즈 조디악]을 [용형호제] 3편으로 봐도 무방한 것은 [용형호제]에서 보여줬던 성룡 특유의 코믹 액션이 [차이니즈 조디악]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도 느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성룡의 영화는 한껏 진지해졌습니다. 코믹 액션으로 기억되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가 [뉴 폴리스 스토리]로 재탄생되며 웃음대신 눈물을 흘리는 성룡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러한 경향은 [신화 : 진시황릉의 비밀], [신주쿠 사건], [신해혁명], [샤오린 : 최후의 결전]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차이니즈 조디악]의 초반을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진지해진 최근의 성룡과는 달리 [차이니즈 조디악]에서의 성룡은 [용형호제]에서의 유쾌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차이니즈 조디악]의 초반이 눈물겹도록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후반
하지만 저는 [차이니즈 조디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는 없었습니다. 십이지신 청동상을 찾아나선 JC의 모험담이 중반으로 가면 갈수록 짜임새가 헐거워지더니, 급기야 무인도씬에서는 유치한 CG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난파된 배를 찾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지만, 우스꽝스러운 해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코믹한 모험 액션극이라고 할지라도 실소가 터져 나올만큼 그 부분만큼은 영화가 아닌 코믹 단막극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JC 일행이 통나무를 타고 섬을 탈출하는 장면은 70년대 추억의 CG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역시나 통나무에 튕겨 날아가는 장면까지 70년대 풍으로 마무리되더군요. 그 당시만해도 저는 유치하지만 그래도 나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차이니즈 조디악]을 만족하려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망의 끝이 아닌 시작이었습니다. 강대국에 약탈당한 각국의 문화재의 모국 반환에 앞장서는 유학생 코코(요성동). 그녀가 십이지신 청동상을 찾아 MP그룹에 고액으로 넘기려는 JC의 의도를 눈치채면서 [차이니즈 조디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최대한 가벼운 분위기로 이어지던 [차이니즈 조디악]은 JC와 코코가 서로 의견 충돌을 하면서 갑자기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차이니즈 조디악]은 영화가 가지고 있던 주제를 겉으로 드러냅니다. 문제는 그러한 주제 의식이 초반의 코믹한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다라는 점입니다.
사실 성룡이 [차이니즈 조디악]을 만들게 된 계기는 후반부의 주제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원명원은 동양의 아테네라 불렸던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1860년 영국, 프랑스의 연합군에 의해 이곳의 문화재 대부분이 강탈당하고 방화로 인해 소실되었습니다.
그러던중 2009년 파리 크리스티 경매에 원명원의 십이지신 청동상 중 토끼와 쥐 머리 조각상이 나오게 됩니다. 중국 정부는 즉각 경매를 취소하고 원명원에 반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는 프랑스와 중국의 외교 분쟁까지 번졌습니다. 당시 성룡은 인터뷰에서 "반드시 원명원에 청동상을 돌려줘야 한다."며 "약탈된 중국 문물의 조국 반환 필요성을 강조한 영화를 촬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한 성룡의 의지가 [차이니즈 조디악]에 고스란히 담겨진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성룡의 의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성룡의 의도가 [차이니즈 조디악]과 충돌을 일으켜 영화의 초반과 후반의 괴리감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차이니즈 조디악]의 후반부가 특히 아쉬운 것은 영화의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서툰 방식 때문입니다. 코코가 JC에게 설교를 하듯이, 영화는 관객에게 문화재의 모국 반환의 필요성을 아예 직접적으로 설교하려합니다. 애국심 운운하며 설교하는 이 영화에서 제가 느낀 것은 주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공익 영화의 촌스러움입니다.
성룡의 한국 사랑.
결국 주제의식에 대한 너무 직접적인 표현으로 인하여 [차이니즈 조디악]의 후반부는 촌스러워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주제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렇게 촌스러운 형식으로 관객에게 설교하듯이 주제를 드러내면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렇게 [차이니즈 조디악]은 눈물겹도록 반가운 성룡의 귀환과 그럼에두 불구하고 아쉬운 후반으로 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성룡의 한국 사랑만큼은 영화의 초, 후반을 막론하고 즐거웠습니다.
성룡의 한국 사랑은 비단 그의 내한에 그치지 않습니다. 권상우의 캐스팅에서도 그의 한국 사랑은 엿보입니다. 권상우는 JC의 동료인 사이먼으로 출연하여, 역시 JC의 동료인 보니(장람심)와 부부 관계로 나옵니다. 사이먼과 보니의 비중이 좀 더 컸다라면 영화의 드라마가 살아났을텐데, [차이니즈 조디악]은 JC의 모험과 후반의 주제 의식으로 인하여 다른 캐릭터를 생략했기에 아쉽지만 사이먼과 보니의 캐릭터 역시 그다지 생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성룡 영화에서 우리나라 배우를 보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제 기억을 더듬어보니 [엑시덴탈 스파이]에서 김민이 출연했었고, [신화 : 진시황릉의 비밀]에서는 김희선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대병소장]에서는 비록 우리나라 국적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가수로도 활동했던 유승준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승준은 [차이니즈 조디악]에서도 무인도에서의 우스꽝스러운 해적으로 다시한번 우정출연을 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유승준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의 마지막에 서기의 우정 출연을 볼 수 있으며, 히든 카드로 성룡의 실제 부인인 임봉교가 잠시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대만의 유명 배우라는 임봉교는 그러나 국내에선 낯설었기에 영화를 볼 당시 저는 '도대체 누구야? 차라리 장만옥이 출연하지.'라고 굉장히 아쉬워 했었답니다. (나중에야 그녀가 성룡의 실제 부인임을 알았답니다.)
성룡 영화의 전매특허인 엔딩 크레딧의 NG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저런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것자체가 굉장히 신기했었습니다. 한때는 본 영화보다 NG 장면이 더 재미있다고 정평이 난 성룡 영화인데, 젊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앞 다퉈 밖으로 나가더군요. 이렇듯 [차이니즈 조디악]은 결코 만족스러운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성룡의 유쾌한 모습을 영화의 초중반에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환갑을 앞둔 성룡. 과연 잔소리꾼 할아버지가 될 모양이다.
진심으로 이 영화에서의 설교는 너무 낯 간지러웠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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