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 팀 버튼 전> - 그의 독특한 상상 속으로...

쭈니-1 2013. 1. 27. 09:53

 

 

 

제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당시 저를 사로 잡았던 감독이 몇 있습니다. 한국영화 감독 중에서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의 강우석 감독과, 홍콩영화 감독 중에서는 [영웅본색]의 오우삼 감독, [천녀유혼], [동방불패]의 정소동 감독, 그리고 미국영화 감독 중에서는 [쥬라기 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그리고 [배트맨]의 팀 버튼 감독입니다.

특히 팀 버튼 감독의 경우는 [배트맨]도 좋았고, [배트맨 2]는 최고였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점점 그가 창조해낸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영상미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유령수업]을 보면서 느꼈던 흥겨움, [가위손]의 애틋함, [화성 침공]의 어이없는 발랄함, [슬리피 할로우],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에서의 섬뜩함, 그리고 [크리스 마스의 악몽]과 [유령신부]에서 느낄 수 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에드 우드]에서의 진지함까지.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는 다양한 재미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빅 피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통해 착한 영화의 재미까지 선보일 정도이니 이 정도면 다재다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그러한 다양한 영화 속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독특함, 그리고 스산한 공포적 분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09 : 팀 버튼 전>(이후 <팀 버튼 전>)은 그러한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함과 공포적 분위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처음엔 겨울 방학을 맞이한 웅이의 체험 학습을 위해 <팀 버튼 전>을 찜했습니다. 이미 2012년에 개봉한 [프랑켄위니]를 통해 웅이도 팀 버튼 감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을 좋아하는 저 역시도 <팀 버튼 전>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주말에는 관람객이 너무 많아 <팀 버튼 전>을 온전히 관람하기 힘들다고 해서 평일에 연차 휴가를 내고 <팀 버튼 전>을 보고 왔습니다.

 

 

1월 24일 목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평일이라고는 하지만 늦으면 대기표를 받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죠. 서울시립미술관의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이 꽤 많이 보이더군요.

 

 

서울시립미술관 안에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조금 여유롭게 팀 버튼의 작품 세계를 관람하고 싶었지만 저 수 많은 인파 속에서 여유로운 관람은 물 건너갔습니다. 결국 사람들에 밀리며 <팀 버튼 전>을 볼 수밖에 없었던... 그래도 웅이와 구피와 함께 흥미롭게 팀 버튼의 그로테스크한 작품 세계를 들여보았습니다.

<팀 버튼 전>은 크게 3개의 전시로 나뉘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제 1시기를 '버뱅크 시기'로, 제 2시기를 '성숙기'로, 제 3시기를 '전성기'로 구분했습니다. 

제 1시기는 내성적이지만 유별난 상상력을 가졌던 소년 팀 버튼의 어린 시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팀 버튼 특유의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멋이 한껏 살려 있는 그림들입니다.

제 2시기는 18세에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월트 디즈니 영화사에 일하는 동안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팀 버튼 스타일'에 근접한 작품들이 이 시기에 탄생되었다고 하네요. 

제 3시기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게 된 팀 버튼이 비로소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면서 탄생한 각종 스케치와 캐릭터 모형, 실제 영여화 속에 등장한 소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저는 3층에 전시된 영화 소품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캣우먼의 의상, 가위손의 손 등 젊은 시절 재미있게 본 영화 소품들을 직접 가까이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아쉽지만 전시회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복도에서만 인상적인 그림 몇 컷을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팀 버튼의 그림들과 영화 소품들을 사진에 듬쁙 담아 오고 싶었지만,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팀 버튼 감독의 소중한 보물을 훼손시킬 수 없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중의 하나는 바로 위의 작품입니다. 혹시 위의 사진에 담긴 포스터의 제목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네, 맞습니다. 세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죠. 팀 버튼 감독은 로미오를 땅으로, 줄리엣을 바다로 형상시켰습니다. 어쩌면 팀 버튼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일지도...

 

 

전시회를 보다 보니 전시회 한 켠에서 어느 커플이 다툼을 하고 있더군요. 남자 친구를 따라 <팀 버튼 전>에 온 어느 여성 분이 '이런 전시회인줄 몰랐다.'며 '뭐 이런 이상한 그림만 전시한 곳에 자신을 데려왔냐?'며 남자 친구에게 따지고 있습니다. 아마 팀 버튼 감독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팀 버튼>전이 정신이 이상한 공포영화광의 전시회로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전시회를 보며 무섭다고 우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연인과, 어린 자녀들과 <팀 버튼 전>을 관람하시는 분들은 꼭 팀 버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함께 오셔야 할 것입니다. 안 그랬다가는 제가 본 커플처럼 다툼을 하게 될지도...

 

 

관람객이 많아 스크리닝 룸에서 상영 중인 팀 버튼 감독의 단편 영화들을 볼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팀 버튼 전>에는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의 전신인 29분 길이의 흑백영화 1984년작 [프랑켄위니]와 1982년작인 중편영화 [헨젤과 그레텔] 등을 상영합니다. 조금 시간이 넉넉하신 분이라면 이들 영화를 모두 관람하신다면 최소한 본전을 뽑으신 듯...

저는 이들 영화를 관람하는 대신 기념품샵에서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유령수업] DVD를 구매했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의 악몽] DVD에는 <팀 버튼 전>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프랑켄위니]와 1982년에 만들어진 6분짜리 단편 [빈센트]도 담겨져 있어서 제 만족도가 굉장히 컸답니다. 

<팀 버튼 전>를 보고와서 웅이와 함께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팀 버튼 전>에서 구매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보며 팀 버튼의 영화가 주는 그로테스크한 영화적 재미를 함께 만끽했습니다. 한동안 웅이와 저는 팀 버튼의 매력에 다시금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