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영화의 기대작 [베를린]의 쇼케이스(스페셜 요원 발대식)에 다녀왔습니다. [베를린]은 제게 2013년 연초의 최고 기대작이기 때문에 쇼케이스 장소인 압구정 CGV로 향하는 길에 제 마음은 마구 설래였습니다. [베를린]을 얼마나 기대했으면 제가 [베를린] 특수요원 4인방의 과거 뒷조사까지 했을 정도이니까요. ([베를린] 특수요원 4인방의 과거 뒷조사 보고서는 아래 클릭 ↓↓↓)
그렇게 회사 외근을 일찍 마치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쇼케이스 장소에 도착. 하지만 지정된 자리에 앉은 저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베를린]의 쇼케이스 리뷰는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류승완 감독의 따끈따끈한 영화 현장의 이야기가 아닌,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쇼케이스에 참가했지만 비애만 느끼고 돌아와야 했던 어느 힘 없는 영화 블로거의 한탄으로 채워질 전망입니다.
카메라맨 뒷모습을 보려고 쇼케이스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무엇이 설래였던 제 마음에 비애만을 안겨준 것일까요? 아래 사진은 제 자리에서 무대를 바라본 풍경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제 앞은 십여명의 카메라맨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그들로 인하여 무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 앞을 가로 막은 카메라맨들은 언론사에게 취재 나온 영화부 기자들이겠죠. 물론 이해합니다. 영화 홍보에 있어서 영화 블로거의 사진 한 장보다는 기자들의 사진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테니까요.
그래서 넓은 마음으로 저는 편안한 자리를 포기하고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베를린] 쇼케이스에 참가한 이상 주연 배우들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하고 카메라맨의 뒷통수만 구경하다 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해서 건진 사진입니다.
하지만 저는 덩치가 산만한 현장 안전요원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으신 이 위협적인 분들은 [베를린] 쇼케이스에 여러명 배치되어 현장을 예의주시하고 계셨는데요... 저처럼 사진을 찍겠다고 자리를 이탈한 관객들을 저지하는 일을 주로 하셨습니다.
결국 안전요원들의 저지로 다시 자리에 돌아온 힘 없는 쭈니. 영화 홍보사에서는 저와 같이 철 없는 관객을 위해 넓은 아량(?)으로 대형 스크린을 마련해주셨더군요. 자리에 앉아 언론사 카메라맨 뒷통수만 보지 말고 대형 스크린에 걸린 화면을 보며 쇼케이스를 감상하라고...
자! [베를린]의 홍보사 분들에게 묻겠습니다. [베를린]의 쇼케이스는 누구를 위한 쇼케이스입니까? 이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위한 쇼케이스입니까? 아니면 언론 취재를 위한 쇼케이스입니까?
[베를린]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영화 홍보사에서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고 수 많은 경쟁자를 뚫고 어렵게 쇼케이스에 참가한 일반 관객들. 그 분들은 그저 대형 화면 속의 배우들을 보기 위해 이 추운 날씨속에 쇼케이스를 찾은 것이 아닌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서 쇼케이스를 찾은 것이란 말입니다.
포토 타임마저도 눈치를 보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힘 없는 영화 블로거의 비애
박경림의 사회로 [베를린] 쇼케이스가 무사히 마쳤습니다. 박경림은 카메라맨의 뒷통수에 가려 배우들의 모습을 대형 화면으로 밖에 보지 못하는 불쌍한 관객들을 위해서 "여러분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타임 시간을 갖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제 앞으로 가로 막은 카메라맨 장막은 결코 걷히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저는 덩치가 산만한 안전요원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포토 타임인데 이번엔 자리 이탈을 눈 감아주겠지... 라는 심정으로 다시한번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안전 요원이 제게 다가와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라며 약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 분 입장에서는 자꾸 자리를 이탈하는 제가 골치덩어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저도 지지 않았습니다.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류승완 감독의 사진을 제가 또 언제 찍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엔 안전 요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베를린] 쇼케이스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베를린]의 주역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저녁 식사도 굶었던 저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배고픔보다 더한 것은 '도대체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고 쇼케이스에 참가한거지?'라는 자괴감이었습니다.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며 꽤 많은 제작 발표회와 쇼케이스에 참가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매번 언론사 기자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했고, 그들의 커다란 카메라들이 일반 관객의 시선을 방해했었습니다. 영화 홍보사 입장에서는 현장을 찾은 몇 십명의 관객보다는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와 사진을 통해 현장을 보게될 수백만명의 관객이 소중할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현장을 찾은 수십명의 관객에게도 최소한의 권리는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편안하게 안방 컴퓨터를 통해 기사와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닌 직접 현장을 보겠다고 힘든 발걸음을 한 진정한 영화 팬들이니까요.
현장에서 배우들의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안전 요원의 저지를 당하며 겨우 겨우 찍어야 하고, 배우들의 모습은 언론사 카메라맨들 너머의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베를린] 쇼케이스. 진정 제가 참가한 그 어떤 제작발표회, 쇼케이스보다 현장을 찾은 일반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가장 좋지 않았던 행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제만 해도 제 분노 게이지가 최고치였는데... 하룻밤을 자고나니 조금 진정이 됩니다. 그래서 좀 더 제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전지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합니다. 다음부터 영화 홍보사들은 언론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현장을 찾은 일반 관객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시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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