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회사 낚시 동호회에서 갈치 낚시를 위해 여수로 향하던 중에 사장님께서 갑자기 '예전에는 송년회때 공연 관람도 하고 그랬는데...'라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관리부 팀장인 저는 재빨리 사장님의 의중을 파악하고 곧바로 회사 송년회 계획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술마시며 먹자 파티에서 뮤지컬 관람으로...
사실 저희 회사는 예전부터 송년회는 공연 관람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외환 위기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그냥 조용히 밥만 먹는 것으로 송년회 문화를 바꿨었죠. 그런데 사장님께서 송년회 문화를 다시 예전으로 돌려 놓자고 넌즈시 제안을 하신 겁니다. 그래서 부랴 부랴 송년회에 알맞은 공연을 검색한 결과 제 눈에 띄인 것이 바로 뮤지컬 <아이다>입니다.
사실 최신 상영 영화에 대해서는 빠삭한 편이지만 연극, 뮤지컬 등 공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제가 <아이다>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공연 장소가 회사와 집에서 가깝다는 단순한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다]는 뮤지컬에 문외한인 저도 제목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뮤지컬이며 얼핏 굉장히 화려한 명품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들었기에 자신있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다>를 선택한 제게 상무님께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라고 물으셨고... 저는 '그게... 그냥 재미있는 내용이라던데요.'라는 한대 쥐어 박고 싶은 대답 밖에 하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이...
자! 그렇다면 먼저 <아이다>의 내용부터 살피고 넘어가죠.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입니다. 주변 국가를 침략하던 고대의 거대 왕국 이집트. 그리고 그러한 이집트의 용감한 장군 라다메스는 공주 암네리스와 약혼한 상태이지만 조국인 이집트에 있는 것보다는 배를 타고 미지의 땅을 정복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한 라다메스에게 붙잡힌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안네리스 공주의 시녀가 되어 이집트에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노예와는 다른 아이다의 매력을 발견한 라다메스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아이다 역시 라다메스와의 운명적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서로의 조국을 배신해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 결국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사랑을 선택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두 사람은 비극적 운명을 함께 맞이합니다.
일단 제가 기대했던대로 <아이다>는 굉장히 화려한 뮤지컬입니다.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했기 때문에 고대의 찬란한 문화를 이룩했던 이집트의 화려함이 뮤지컬 속에 고스란히 재현되었고, 그와는 반대로 비참한 노예 생활을 하는 누비아 인들의 처참한 상황이 대비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와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그리고 라다메스의 약혼녀인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의 삼각관계는 이 웅장하고 화려한 뮤지컬에서 애잔한 사랑의 멜로디를 흘러 나오게끔 합니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 이야기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는 법이죠.
자신의 아들인 라다메스와 암네리스를 결혼 시킨 후 이집트의 파라오를 암살하여 이집트의 정권을 잡으려는 조세르의 음모. 라다메스의 노예이며, 누비아의 백성인 메렙의 감초같은 역할, 그리고 철부지 공주인 암네리스가 진정한 이집트의 파라오로 성장하는 과정 등 <아이다>에는 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암네리스와의 결혼으로 이집트의 최고 권력자가 될 운명인 라다메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자신의 운명을 거부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것이 노예의 삶과 무엇이 다르냐고...
<아이다>는 긍극적으로 금지된 사랑을 노래하는 뮤지컬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이 흐르는대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무기력함을 날카롭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최고 권력자가 아닌 사랑하는 여인 아이다와의 죽음을 선택한 라다메스. 그의 선택은 자신의 의지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따끔한 충고와도 같습니다.
뮤지컬 <아이다>는 2012년 11월 27일부터 2013년 2월 28일까지 신도림 역에 위치한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아이다 역에는 소냐와 차지연이, 라다메스 역에는 김준현과 최수형이, 암네리스 역에는 정선아와 안시아가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저는 12월 20일에 관람했는데 그날은 차지연, 김준현, 안시아가 공연하였습니다.
그날 공연장은 만원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더운 편이었습니다. 밖의 날씨가 추웠기에 두꺼운 옷을 입고 온 저희 회사 동료들은 공연 시간 내내 답답하다며 제게 하소연을... 공연 시간은 2시간 40분, 공연 중간에 20분의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조금 긴 편입니다.
뮤지컬이 끝나고 회사 동료들은 <아이다>에 대해서 어땠는지 물었는데, 여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재미있었다는 반응이었지만, 남직원들은 공연장이 너무 덥고 공연 시간도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뮤지컬을 거의 보지 못한 회사 동료들 입장에서는 2시간 40분의 공연이 힘들게 느껴졌을지도...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화려하고, 역동감이 넘치는 공연이었지만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슬픈 감정을 잡아 내는 것은 조금 미흡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사랑을 잘 잡아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코 끝이 찡함을 느껴야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거든요. 아참... <아이다>의 공연장에 가시면 <아이다>의 국내 연출로서 총체적 지휘를 맡은 박칼린의 카리스마 넘치는 마지막 인사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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