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몬스터 호텔] -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우리 인간이 바로 몬스터다.

쭈니-1 2013. 1. 21. 13:37

 

 

감독 : 젠디 타타코브스키

더빙 : 아담 샌들러, 셀레나 고메즈, (정찬우, 김태균)

개봉 : 2013년 1월 17일

관람 : 2013년 1월 1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영화광인 아빠 때문에 피곤했던 웅이의 영화 관람기.

 

겨울방학이라며 함지박만한 웃음을 짓던 웅이. 그런데 어느덧 겨울방학이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습니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는 웅이와 함께 주말마다 놀러 가겠다고 계획을 잡았지만, 최근 몇 년들어서 가장 추웠다는 겨울 한파를 핑계로 이번 겨울방학 역시 계획대로 된 것은 아무 것도 없네요.

저는 웅이의 겨울 방학 동안에 영화만 실컷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3년 들어서 웅이가 극장에서 본 영화는 [몬스터 호텔]까지 어느덧 네 편.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는 저로서는 행복한 일이지만, 웅이의 겨울방학 숙제인 체험일기를 보니 극장에서 본 영화 이야기만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웅이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예술의 전당으로 <바티칸 박물관전>과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파리전>을 보고 왔습니다. 주말에는 관람객이 많다는 정보를 듣고 예술의 전당 개장 시간에 맞춰 서둘렀는데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관람 인파는 아침부터 북적이더군요.

<바티칸 박물관전>를 본 후 곧이어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파리전>까지 보고나니 시간이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기진맥진해서 근처 베트남 쌀국수집에 가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웅이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지만, 제게도 이 두 전시회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웅이의 겨울방학 동안 해주지 못한 전시회 체험을 개학을 앞둔 학생이 밀린 방학숙제를 하듯이 한꺼번에 해치운 저와 구피. 몇 시간 동안 수 많은 인파 속에서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품과 비운의 천재 화가 반 고흐의 그림들을 관람한 웅이는 점심 식사를 끝내자 이제 집에가서 쉬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대로 토요일을 보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전시회를 다녀왔으니 이제 영화보러 가야지!" 저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몬스터 호텔] 예매권을 흔들었습니다. 사실 웅이를 위해서 전시회에 오긴 했지만, 그날 제가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웅이와의 [몬스터 호텔] 관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음에 보면 안되요?"라며 지친 목소리로 말하는 웅이. 하지만 다음 날은 집안 행사로 인하여 수원에 가야 했고, 주중에는 웅이와 영화보러 갈 수가 없으니, 토요일이 아니면 [몬스터 호텔]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오늘 아니면 [몬스터 호텔]을 볼 시간이 없는데..."라며 실망하는 제게 웅이는 "그냥 보러 가요."라며 다시 힘을 냅니다. 못말리는 영화광인 아빠 때문에 웅이가 고생한 셈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웅이가 [몬스터 호텔]을 재미있게 봐줘서 2013년 웅이와의 극장 데이트 4탄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인간을 무서워하는 몬스터라고?

 

[몬스터 호텔]은 인간을 무서워하는 몬스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딱 이 부분만 보고도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가 떠올랐습니다.

오는 2월 7일 3D로 재개봉하는 [몬스터 주식회사]는 모두가 잠든 밤, 벽장을 통해 인간 세계에 잠입하여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이를 통해 몬스터 세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몬스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린 인간 아기가 몬스터 세상을 들어오면서 몬스터들은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간 아기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몬스터 호텔]은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갑니다. [몬스터 호텔]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아예 인간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인간 아기에서 감연될지도 모를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인간 그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절대 찾을 수 없는 '몬스터 호텔'이 그들에겐 편안한 인식처가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몬스터 호텔'에 우연히 인간 소년이 찾아옵니다. 그의 이름은 조니. 호텔의 주인인 드라큐라는 인간이 호텔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호텔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사랑하는 딸 마비스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든 조니를 내쫓으려 합니다. 

[몬스터 호텔]의 재미는 그러한 드라큐라와 조니의 소동극입니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인간 아기인 부를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려는 몬스터 콤비 설리와 마이크의 소동극이라면 [몬스터 호텔]은 조니를 안전하게 '몬스터 호텔'밖으로 내쫓으려는 드라큐라의 소동극인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동극이 그러하듯이 드라큐라의 계획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처음엔 이 호텔의 투숙객들이 진짜 몬스터라고 생각하지 않은 조니가 드라큐라의 계획을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고, '몬스터 호텔'의 주방장인 콰지모도가 조니의 정체를 눈치챘으며, 무엇보다도 마비스가 조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드라큐라의 계획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죠.

 

 

무섭지 않은 몬스터들의 즐거운 향연

 

[몬스터 호텔]은 그렇게 드라큐라의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줍니다. 특히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몬스터들을 통해 오히려 어린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낸 것은 매우 특이할만한 사항입니다.

흡혈귀인 드라큐라는 지독한 딸바보이고, 늑대인간은 어린 자식들 때문에 등골이 휘는 우리 세대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온 몸이 분리되는 프랑켄슈타인,  투명인간, 미이라 등 공포영화에서는 인간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이 영화에서는 친숙하고 웃기게만 보입니다.

게다가 마비스의 생일 파티가 영화의 주요 소재이다보니 영화 자체가 흥겨운 파티 형식입니다. 웃기는 몬스터들의 흥겨운 파티... [몬스터 호텔]이 내세운 영화적인 재미입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소동극과 흥겨운 파티가 한마당 지나고 나면 [몬스터 호텔]은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진정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관객에게 꺼내놓습니다.

 

[몬스터 호텔]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아내를 잃고 홀로 마비스를 키운 드라큐라. 그는 마비스에 대한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캐릭터입니다. 그렇기에 마비스를 흉악한 인간에게 보호하기 위해 마비스를 '몬스터 호텔'에 가둬버립니다.

마비스가 118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인간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지만 드라큐라는 가짜 인간 세상을 만들어 마비스를 실망하게 한 후에 다시금 그녀를 '몬스터 호텔'에 가둡니다. 드라큐라는 인간 세상에 실망한 마비스를 보며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라고 자위합니다.

그것은 비단 드라큐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 어른들 역시 자녀들을 위험한 세상에 내보내기 보다는 내 품 안에서 보호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드라큐라의 잘못된 마비스에 대한 사랑은 시끌벅적한 몬스터들의 소동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는 제게 따끔한 일침을 가합니다.

 

 

인간이야 말로 진정한 몬스터이다.

 

물론 그러한 이 영화의 주제가 세밀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주제만 놓고 따진다면 [몬스터 호텔]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와 맞닿아 있지만 [늑대아이]처럼 깊은 감동을 전해주지는 못합니다.

같은 주제를 그려냈지만 [늑대아이]와 [몬스터 호텔]의 감동의 무게가 서로 다른 이유는 영화의 주관객층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늑대아이]는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20, 30대 어른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래서 '늑대아이'를 키우는 하나의 희생이 좀 더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몬스터 호텔]은 기본적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마비스를 향한 드랴큐라의 부성애가 그려지긴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어린이 관객에 맞게 한없이 가볍습니다. 그래서 마비스와 조니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호하던 드라큐라의 입장이 단숨에 바뀌고, 그의 몬스터 친구들 역시 인간이라면 벌벌 떨다가 갑자기 조니를 데려와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떱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이 느닷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영화이니 이 정도는 이해해야죠. 

이렇게 드라큐라의 부성애라는 주제가 예상대로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영화답게 가볍제 진행됩니다. 하지만 [몬스터 호텔]은 드라큐라의 부성애 외에도 또 한가지, 제가 예상하지 못한 주제를 관객 앞에 던져 놓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야 말로 진정한 괴물이다.'라는 드라큐라의 절규입니다.

 

드라큐라에겐 인간을 증오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을 향한 복수보다는 인간을 피해서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듭니다. 영화의 중후반, 조니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인간이야 말로 진정한 괴물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드라큐라의 말에 영화를 보는 저는 반박을 할 수가 없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나와는 다른 것에 대한 인간의 경계심은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의지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약한 신체적 조건을 타고난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두뇌로 천적이 될만한 동물들을 없애며 번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이제 지구상에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만한 동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들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른 동물들이 아닌 같은 인간이 됩니다. 나와 다른 사상을 가졌고, 나와 다른 문화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간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배척하고 결국 서로 죽이기 위한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러한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경계, 배척이 있는 한 우리 인간들을 드라큐라의 말대로 진정한 괴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몬스터 호텔]은 비록 가볍지만 그러한 진지한 질문까지 제법할줄아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인간과 몬스터의 대화합 장면.

과연 저런 파라다이스가 올 수 있을까?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