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잊혀진 꿈의 동굴] - 언젠가 그 곳에 가는 날을 꿈꾸며...

쭈니-1 2013. 1. 15. 08:38

 

 

감독 : 베르너 헤어조크

나레이션 : 베르너 헤어조크

개봉 : 2013년 1월 10일

관람 : 2013년 1월 12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의 꿈은 고생물학자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웅이의 꿈은 공룡박사였습니다. 처음엔 남자 아이들은 원래 공룡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나이가 들며 꿈은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더니 웅이의 꿈은 고생물학자로 좀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고생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유학을 가야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영어 공부에 열심이기도 합니다. 

그런 웅이를 위해 부모인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나라의 공룡 박물관에 데려가 주는 것과 공룡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것 정도 뿐입니다. 어쩌면 웅이가 대학생이 되어서 고생물학자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하면 유학비를 조금 보태줄 수 있을런지도...(그래서 열심히 저금 중입니다. ^^)

그 중에서 역시 제가 웅이의 꿈을 위해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은 공룡 관련 영화 보여주기입니다. 이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와 조 존스턴 감독의 [쥬라기 공원 3]는 유치원때 마스터했고(공룡이 사람을 잡아 먹는 장면에서 웅이가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전혀 무서워하지 않더군요.)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은 DVD로 소장 중이며, 작년 이맘때엔 <한반도의 공룡>의 영화판인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를 함께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쥬라기 공원]이 3D로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과 함께 [쥬라기 공원 4]가 제작 중이며 미국에서는 2014년 6월 13일로 개봉일이 확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이를 위한 공룡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던중 반가운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하였습니다. 바로 [잊혀진 꿈의 동굴]입니다. 물론 [잊혀진 꿈의 동굴]은 공룡을 소재로한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3만2천년 전의 멸종된 동물들을 그린 신비한 그림을 간직한 동굴이라니... 고생물학자를 꿈꾸는 웅이에겐 필수 관람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혀진 꿈의 동굴]을 관람하기 위해 저희 가족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이화여대로 외출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상영하는 곳은 서울에서 CGV 압구정과 이화여대 안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 뿐이었기 떄문입니다. 웅이 입장에서는 항상 집근처 멀티플렉스에만 가다가 처음으로 집에서 먼 소극장을 간 셈입니다.

비록 먼저 들린 우체국 박물관에서 너무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영화 상영 시간에 늦어 앞의 5분 정도를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소극장은 영화 시작전 10분간의 광고 타임이 없더군요. 몰랐습니다.)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영화에 집중하는 웅이를 보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3만2천년 전의 신비가 담긴 동굴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에 3만2천년 전의 신비로운 동굴 하나가 발견됩니다.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라 쇼베 동굴로 명명된 그곳에는 동굴곰, 털코뿔소, 메머드 등 지금은 멸종된 희귀동물의 모습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진 300여점의 원시예술벽화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잊혀진 꿈의 둥굴]의 첫번째 놀라움은 바로 그러한 동굴 벽화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석기시대의 유물인 동굴 벽화의 경우는 벽화라는 한계 때문에 평면적인 그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879년 에스파냐 북부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구석기 후기의 벽화가 그러했고, 1940년에 발견된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라스코 동굴 벽화가 그러합니다.

하지만 쇼베 동굴의 벽화는 상당히 입체적이며 무엇보다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라스코 동굴 벽화가 1만5천년전에서 1만7천년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되고,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경우는 3만년에서 2만5천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그에 비해 쇼베 동굴의 벽화는 이들보다 훨씬 오랜된 3만2천년전의 그림으로 추측되는 것으로 우리 인류가 발견한 벽화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보고 있노라면 이 놀라운 벽화들에 매료되고 맙니다. 특히 벽화에 표현된 역동성은 놀랍기만 합니다.

이건 마치 현대 애니메이션 기술을 보는 것 같은데 벽화에 그려진 동물들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3만2천년 전의 이 예술가는 동물의 다리를 여러개 그려 넣거나, 뿔을 여러개 그려 넣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저 단순한 벽화를 보고 있는 것이지만 마치 벽화 속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도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잊혀진 꿈의 동굴]을 3D로 만든 것은 그러한 역동성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사실 [잊혀진 꿈의 동굴]의 3D는 다른 3D 영화처럼 그 효과가 훌륭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쇼베 동굴의 벽화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과 최소한의 장비를 동원했기에 시간적, 기술적 여건이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은 굳이 3D를 고집했습니다. 그 결과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보며 약간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쇼베 동굴에 그려진 벽화의 동물들이 살아 꿈틀대는 놀라움과 마치 내 자신이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경이로움도 경험했습니다. 약간의 머리 아픔은 이 놀라운 경험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닌, 당연히 참고 견뎌야할 기쁨이었습니다.

 

 

유적을 지키고자 했던 프랑스 정부의 세심함

 

[잊혀진 꿈의 동굴]은 분명 쇼베 동굴의 경이로움을 현장감있는 3D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관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놀라움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쇼베 동굴을 지키고자 했던 프랑스 정부의 세삼한 배려는 우리가 배워야할 덕목이며, 또 다른 놀라움입니다.

1940년 발견된 라스코 동굴. 600점의 화화와 약 1,500점의 조각이 발견된 이 경이로운 동굴은 1948년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연간 10만명의 방문객이 라스코 동굴에 몰려 들었고, 그 결과 벽화가 손상되면서 라스코 동굴은 1963년 폐쇄되었습니다. 그 대신 1983년 똑같은 복제품을 전시한 관광 센터가 개장되었으며 동굴 자체로 들어가는 관람은 엄격하게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라스코 동굴에 대한 교훈을 프랑스 정부는 잊지 않았습니다. 1994년 쇼베 동굴이 발견되었을 때 프랑스 정부는 즉각적으로 동굴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였습니다. 세계적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은 쇼베 동굴을 촬영하기를 희망했지만 어렵게 프랑스 정부의 승낙을 받아낸 그에게 허용된 시간은 고작 단 6일 동안 하루 4시간 뿐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과 최소한의 장비, 그리고 제한된 시간에 동굴 안에서의 제한된 활동 범위 등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에겐 최악의 촬영 조건이 허용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쇼베 동굴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럼 엄격한 제한은 당연하다고 말할 뿐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굴 바닥의 훼손을 엄려해서 돌 기둥에 그려진 반대쪽 벽화를 포기했다는 점입니다. 인간에게 호기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학자들은 쇼베 동굴을 보호하기 위해 호기심을 억누른 것이죠.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본 후, 한때 브라질에서 몇 년간 생활했던 구피는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 브라질에서도 굉장히 오래된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사람들이 동굴에 들어가 후레쉬를 터트리며 마구 사진을 찍고, 그것도 모자라 동굴의 석순 위에 올라가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화제가된 강정 마을에서 청동기, 철기 시대의 유적이 발견되었지만 그러한 유적의 보호보다는 해군기지 건설이 우선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보며 쇼베 동굴을 관광지로 개발하면 프랑스는 굉장한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관광수입보다 쇼베 동굴의 보존을 결정했고, 그 대신 쇼베 동굴을 똑같이 본뜬 관광 센터를 만들것이라 합니다.

영화를 보며 3D 효과 때문에 쇼베 동굴의 아름다운 종유석이 내 머리에 부딪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가 동굴 안을 돌아다닐때 나도 모르게 몸을 낮추었습니다. 저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굴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면 복제품을 전시한 관광 센터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저런 소중한 문화 유산은 우리의 것만이 아닌 우리의 후세의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을 위해서 보존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니까요.

 

 

언젠가 웅이가 그 곳에 직접 가는 날을 꿈꾸며...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와 저는 쇼베 동굴의 복제품을 전시한 관광센터가 생기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보며 동굴 벽화 장면에서 몸을 곧추세워 극장 화면에 들어갈 듯이 응시했던 웅이 역시 꼭 한번 쇼베 동굴의 관광센터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제 야망은 그깟 관광센터가 아닙니다. 분명히 저와 구피는 관광센터로 만족해야 할테지만, 웅이는 아닙니다. 나중에 저명한 고생물학자가 되어 직접 쇼베 동굴로 들어가서 쇼베 동굴의 벽화와 둥글에 남겨진 온갖 희귀 동물들의 뼈를 연구할 세계 몇 안되는 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 야망이 너무 원대한가요?

[잊혀진 꿈의 동굴]을 보며 고생물학자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빌 웅이를 상상해봅니다. 물론 웅이가 커서도 고생물학자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런 웅이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저는 오늘도 웅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3만2천년 전의 우리 인류의 선조가 남긴 이 아름다운 유산처럼...

우린 3만2천년 후의 후대에게 어떤 아름다운 유산을 남길지 궁금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