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호두까기 인형] - 동화를 읽는 자세로 영화를 즐겨라.

쭈니-1 2013. 1. 8. 08:28

 

 

감독 :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주연 : 엘르 패닝, 존 터투로, 네이슨 레인

개봉 : 2013년 1월 3일

관람 : 2013년 1월 5일

등급 : 전체 관람가

 

 

2013년에 떠난 웅이의 두번째 영화 여행

 

2013년의 제 영화 여정은 웅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3년의 첫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극장으로 출동한 [라이프 오브 파이]였고, 두번째 영화도 웅이와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호두까기 인형]을 선택한 것은 웅이에게 고전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의 동화 작가인 E.T.A. 호프만이 1816년 아이들을 위해 쓴 이야기라고 합니다. 본래 제목은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를 모티브로한 차이콥스키의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이 유명해지면서 우리에겐 원작 동화인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보다는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으로 더욱 익숙해 진 것입니다.

저는 웅이의 문화 생활이 영화에만 한정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2013년에는 영화 뿐만 아니라 뮤지컬, 연극, 발레 등을 보여줄 생각인데, <호두까기 인형> 발레극을 보여주기 이전에 먼저 영화로 흥미를 돋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택한 것이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일까요? 극장 안에는 어린 관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간혹 쥐마왕(존 터투로)의 흉칙한 모습을 보고 무섭다며 우는 아이가 있긴 했지만 그래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영화 관람을 마쳤습니다.

 

영화를 본 웅이는 장난감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느꼈나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웅이에게 [호두까기 인형]은 [토이 스토리]와 비슷한 영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제게도 꽤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특히 메리(엘르 패닝)의 삼촌인 알버트(네이던 레인)의 캐릭터가 저는 가장 좋았습니다. 메리에게 "거인 나라에서 너희는 꼬맹이에 불과하지만, 난쟁이 나라에서 너희는 거대한 거인이다."라며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고 주장하는 알버트. 그는 메리의 인형 나라 모험에 대해서 "믿으면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라며 미소를 지어줍니다. 메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그녀의 아버지에 비한다면 알버트는 상상력이 풍부한 멋진 어른인 셈입니다.

그것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어른 관객들을 위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충고입니다. 어린 자녀를 위해 극장을 찾은 대부분의 어른 관객들은 어린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즐기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어린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보람이 없는 것이죠. 아무리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라고 해도 영화 속의 설정을 믿고 즐기세요. 메리의 아버지와 같은 감정이 메마른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면...

 

 

판타스틱하면서도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호두까기 인형]은 기본적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진 판타스틱한 동화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오페라를 보기 위해 집을 비운 부모님 때문에 기분이 우울한 메리에게 알버트 삼촌은 인형의 집과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해 줍니다.

그리고 그날 밤, 메리는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멋진 모험을 경험합니다. 거실의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 있었고, 삼촌이 선물한 인형의 집 속 장난감들은 모두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서 만난 (어머니를 닮은) 눈꽃요정의 힘으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멋진 춤을 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리의 판타스틱한 모험은 쥐마왕의 음모로 저지됩니다. 강철 이빨을 가진 개를 내세워 크리스마스 트리를 쓰러 뜨리는 쥐마왕. 그로인하여 왕자는 다시 호두까기 인형이 되어 버리고, 집에 돌아온 메리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쓰러져 엉망이 되어 버린 거실로 인하여 화를 냅니다. 메리가 아무리 호두까기 인형과의 모험을 설명해도 그녀의 아버지는 헛소리라며 믿어주지 않습니다.

영화의 초반. 과연 어린이용 영화답게 [호두까기 인형]은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눈꽃송이들과 공중에서 춤을 추는 메리의 모습은 이 영화의 3D를 살짝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저는 2D로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중반부부터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어느 분이 [호두까기 인형]에서 쥐마왕과 그의 군대를 보고 나찌가 생각났다고 하더군요. [호두까기 인형]을 보기 전에는 '에이 설마'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그 분의 지적이 과장은 아니었습니다.

어린이용 영화답게 쥐마왕을 조금은 귀엽게 만들어도 될 법한테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은 오히려 아주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린 어린이 관객도 몇 있었을 정도입니다.

쥐마왕이 지배하는 왕국의 풍경 역시 상당히 암울했습니다. 마치 성인용 판타지 영화의 암울한 세계관을 보는 것 마냥, 빛이 차단되고, 거리는 황량했으며, 쥐 군대는 무시무시한 나찌 군대를 연상시키며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뭐랄까... 초반의 판타스틱한 분위기와 중반 이후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편안하게 동화같은 영화 한 편을 웅이와 함께 관람하고자 했던 저는 중반 이후에는 살짝 긴장하며 영화를 관람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성인 관객을 위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작은 배려가 아니었을지...

 

 

귀여운 엘르 패닝

 

[호두까기 인형]은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원래는 만들어진지 오래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2012년까지 우리나라에 개봉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수입사들이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낮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4년만에 국내 개봉된 덕분에 오히려 영화적 재미가 한가지 늘어났습니다. 바로 엘르 패닝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엘르 패닝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입니다. 그녀는 누나의 귀여움을 물려 받았습니다. 이젠 훌쩍 커버린 다코타 패닝의 귀여움이 그립다면 엘르 패닝의 귀여움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빨리 지나가고 아이들은 그만큼 빨리 성장합니다. 최근 [슈퍼 에이트],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성숙한 모습을 선보인 그녀. 다코타 패닝 만큼이나 그녀의 성장 역시 귀여움을 만끽할 새도 없이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호두까기 인형]은 엘르 패닝의 귀여움을 만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슈퍼 에이트]에서 훌쩍 커버린 그녀의 모습에 약간은 충격을 먹었던 저는 [호두까기 인형]에서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처럼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엘르 패닝의 귀여움으로 인하여 왕자 역을 맡은 찰리 로우의 매력이 가려져 안타까웠지만 엘르 패닝의 귀여움만으로도 제겐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우리말 더빙을 맡은 김유정, 이상엽, 그리고 쥐마왕 목소리의 김준현의 더빙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더빙을 맡은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남발하던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과는 달리, 튀지 않으면서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더빙. 그것이 더빙의 참 맛이죠. 영화가 끝나고 쥐마왕 더빙을 '고~뢔' 아저씨가 했다는 말을 들은 웅이가 전혀 몰랐다며 놀라워했을 정도입니다.

분명 [호두까기 인형]은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입니다. 중반 이후에 그로테스크한 영상이 펼쳐지긴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와 기본 전개 자체가 어른이 보기엔 유치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임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동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어른 관객들 역시 동화를 읽는 기분으로 영화에 빠져 들지 않는다면 결코 [호두까기 인형]의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동화를 읽는 자세로 영화를 즐겨라.' 바로 그것이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는 어른들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이제 영화를 봤으니 <호두까기 인형> 발레만 보면 된다.

그런데 발레는 어디에서 보지?

나도 발레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