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잭 리처] - '잭 리처'는 '이단 헌트'가 아니었다.

쭈니-1 2013. 1. 18. 11:12

 

 

감독 : 크리스토퍼 맥퀴리

주연 : 톰 크루즈, 로자먼드 파이크, 로버트 듀발, 베르너 헤어조크

개봉 : 2013년 1월 17일

관람 : 2013년 1월 17일

등급 : 15세 관람가

 

 

[미션 임파서블]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했던 [잭 리처]를 보고 왔습니다. 톰 크루즈가 부산에 방문하여 부산명예시민 위촉패를 받고, 행사를 진행한 우리나라 스태프에게 그가 직접 감사 선물을 전했다는 훈훈한 기사가 연일 터져나오는 가운데 그는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애칭까지 얻어냈습니다.

미국에서 톰 크루즈는 그의 종교인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논란과 종교 문제로 케이트 홈즈와 이혼한 사실이 밝혀지며 호감도가 점점 낮아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그의 방한으로 인하여 톰 크루즈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1년 연말에 개봉, 우리나라에서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남긴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 당연히 많은 분들이 [잭 리처]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잇는 톰 크루즈의 또 다른 액션 영화로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실 듯이 보입니다. 

그러한 우리나라 관객의 기대를 방영하듯 [잭 리처]의 국내 포스터에는 톰 크루즈의 모습이 단독으로 크게 인쇄되어 있고, 광고 카피도 '그의 심판이 시작된다.'라는 톰 크루즈의 강한 액션을 암시했습니다. 자! 과연 톰 크루즈는 [잭 리처]를 통해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이은 또 하나의 액션 시리즈의 시작을 알릴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잭 리처]에서 제 2의 [미션 임파서블]을 기대하신다면 실망만 안은채 극장 밖을 나서게 될 것입니다. [잭 리처]는 결코 제 2의 [미션 임파서블]이 될 수도 없으며, 될 마음조차도 없는 듯이 보였습니다.

과장된 영화 광고로 인하여 잘못된 영화 정보와 기대를 안고 극장을 찾았다가, 기대와는 다른 영화에 실망하신 경험이 모두들 많이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잭 리처]에 느낀 실망감이 딱 그러합니다. 제 2의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이 결국 [잭 리처]에 대한 제 관람을 재미없게 만든 셈이니까요.

만약 제가 [잭 리처]에 대해서 올바른 기대감을 안고 극장을 찾았다면 좀 더 이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잭 리처]에 대한 제 영화 이야기는 제 잘못된 기대감에 의한 실망을 통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잭 리처]에 대한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기대감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물론 언제나 말하지만 제 의견이 정답은 아닙니다. 그저 참고만 하시면 될 것입니다.

 

 

잭 리처, 그는 누구인가?

 

[잭 리처]는 영국의 스릴러 작가 리 차일드의 <원 샷>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원 샷>은 '잭 리처 시리즈'의 아홉번째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낯설지만, 서양에서는 꾸준히 '잭 리처 시리즈'가 출간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리 차일드가 창조해낸 '잭 리처'는 누구일까요? 재즈 뮤지션의 흔적을 따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고독하고도 터프한 영웅. 차도, 가방도, 신분증도 없이 여행하는 그는 길이 바로 집인 유령같은 사나이입니다. 맨손으로 거친 사내들을 제압하면서 속으로는 재즈 선율을 음미하고,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떠나면서도 불행한 이들을 돕는 일에는 자신을 아끼지 않는 매력적인 캐릭터, 그가 바로 '잭 리처'입니다.

'잭 리처'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리 차일드가 1997년 <추적자>를 출간하면서부터입니다. <추적자>는 출간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추리소설계의 권위있는 상인 '앤서니 상'과 '배리 상'을 석권하며 대중성과 함께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잭 리처' 시리즈는 최근 열일곱번째 시리즈까지 발표되며 식지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잭 리처]를 보기 전에 감안해야 할 점은 이 영화가 '잭 리처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인 <추적자>가 아닌 아홉번째 소설인 <원 샷>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사실은 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잭 리처]가 <추적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면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 '잭 리처'라는 캐릭터가 세세하게 표현될 수 있었겠지만, <원 샷>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잭 리처'라는 캐릭터는 생략된 채 영화가 진행됩니다.

다시말해 크리스토퍼 맥퀴리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잭 리처'라는 캐릭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 [잭 리처]를 진행시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리처'를 잘 모르는 관객들을 위해서 검사장인 로딘(리차드 젠킨스)와 형사인 에머슨(데이빗 오예로워)의 대화를 통해 '잭 리처'(톰 크루즈)를 단편적이나마 소개합니다. 집도, 차도, 휴대폰도, 신용카드조차 없는 현대사회에서는 유령같은 존재라고. 그런데 과연 '잭 리처'라는 복잡한 캐릭터가 그러한 말 몇마디로 표현이 될 수 있을까요?

 

 

[잭 리처]를 통해 '잭 리처'를 이해하려하지 마라.

 

[잭 리처]에 대한 제 첫번째 아쉬움은 역설적이게도 너무나도 매력적인 '잭 리처'의 캐릭터에서 나옵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잭 리처'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잭 리처]는 그러한 매력적인 '잭 리처'의 캐릭터를 온전하게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현대인의 필수품을 어느 것 하나도 소지하지 않음으로서 진정한 자유를 얻은 이 유령같은 남자는 영화의 진행을 위해서 너무나도 쉽게 그 정체를 드러냅니다.

"잭 리처, 그는 유령같은 남자입니다. 그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가 제 발로 우리를 찾지 않는 이상..."이라며 로딘에게 말하는 에머슨. 바로 그 뒤의 장면은 태연하게 문을 열고 로딘과 에머슨 앞에 서는 '잭 리처'의 모습입니다.

만약 원작 소설을 통해 '잭 리처'의 캐릭터를 충분히 숙지한 관객이라면 이러한 '잭 리처'의 첫 등장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잭 리처'가 누군지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이러한 '잭 리처'의 첫 등장은 어이가 없을 것입니다. 유령같은 사나이라던 에머슨의 설명이 무색한 첫 등장이니까요.

이렇게 '잭 리처'의 캐릭터는 대화 몇 마디로 설명하고 본격적으로 '잭 리처'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그 덕분에 영화는 스피드한 전개를 보일 수 있었지만 '잭 리처'의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겐 '잭 리처'의 활약이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욱 아쉬운 것은 생략된 캐릭터는 '잭 리처'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잭 리처'를 돕는 변호사 헬렌(로자먼드 파이크)과 그녀의 아버지이자 검사장인 로딘의 서먹한 관계도 생략되었습니다. 헬렌과 로딘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 있었다면 영화의 후반 헬렌이 로딘과 제크(베르너 헤어조크)의 관계를 의심하는 장면에서의 스릴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을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구성하는 캐릭터를 생략한 결과 [잭 리처]는 진실게임이라는 스릴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캐릭터에 의한 재미를 송두리째 잃어버립니다. 캐릭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진실게임을 한다면 더욱 영화가 매력적이었겠지만 크리스토퍼 맥퀴리 감독은 캐릭터를 포기하고 진실게임에만 매달린 셈입니다.

[잭 리처]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쭈니의 첫번째 제안... 영화를 보기 전에 리 차일드의 소설 <추적자>를 먼저 읽는 것입니다. 저 역시 <추적자>를 읽지않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추적자>가 '잭 리처'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낸 소설인 만큼 그의 캐릭터를 잘 묘사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영화를 통해 '잭 리처' 캐릭터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자체가 '잭 리처'라는 캐릭터를 잘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잭 리처]를 보기 전에 먼저 '잭 리처'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잭 리처]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첫번째 방법입니다.

 

 

거친 액션? 아니 고전적인 스릴러.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잭 리처]를 보기 전에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영화를 기대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것은 일부러 [잭 리처]를 재미없게 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결과만 낳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잭 리처]는 어떤 영화일까요? 액션은 거의 없습니다. '범인이 누굴까?' 혹은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스릴러의 재미 역시 부족합니다. 도심에서의 저격 장면은 처음부터 범인의 얼굴을 보여주고, 곧이어 제임스 바가 체포되며 제임스 바가 누명을 썼다는 것 역시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 앞에 드러냅니다.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릴러적 요소는 '과연 제크를 돕는 내부의 적이 누구인가? '에 대한 반전과 '왜 도심속 다섯명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죽였을까?'에 대한 진실 뿐입니다. 물론 그러한 반전은 저를 놀라게 하지도 못했고, 사건의 진실 역시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잭 리처]는 두 눈이 휘둥그래지는 액션영화도 아니고, 관객의 뒷통수를 대차게 치는 스릴러 영화적인 재미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잭 리처]에 즐길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쭈니가 제안하는 [잭 리처]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두번째는 [잭 리처]에서 고전적인 스릴러의 재미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잭 리처]는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스펙타클이라는 현대 영화적 재미보다는 마치 오래된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고전적인 스릴러의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겐 그러한 재미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고전 스릴러를 즐기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나름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잭 리처]를 즐기는 방법은 이렇게 두가지입니다. 영화에서 생략한 '잭 리처'의 캐릭터를 미리 숙지하는 것. 그것은 영화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잭 리처'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란한 액션이 아닌 고전적 스릴러를 기대하는 것, 이것 역시 중요합니다. 저처럼 제 2의 [미션 임파서블]을 기대했다가는 잘못된 기대로 인하여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느닷없이 등장하는 영화의 유머에도 주목하세요. 원작에서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잭 리처'라는 캐릭터 자체가 꽤나 유머 감각이 넘쳐나더군요. 특히 헬렌이 제크에게 잡혀가는 뻔한 후반 장면에서 '잭 리처'가 보여준 유머 감각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그 외에도 해병대 출신 카쉬(로버트 듀발)가 육군 출신인 '잭 리처'를 돕는 장면에서도 깨알같은 유머가 숨어있습니다.

얼마전 본 [잊혀진 꿈의 동굴]을 연출했던 독일의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가 악역으로 깜짝 출연하는 것도 제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이 분... 참 다재다능하더군요.

영화의 분위기상 [잭 리처]는 시리즈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화할 수 있는 원작 소설이 아직도 쌓여 있고, 기본적으로 '잭 리처'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라 잘만 다듬으면 충분히 '007 제임스 본드'처럼 장기 시리즈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몇 년 후에 [잭 리처 2]가 개봉한다면 그땐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영화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잭 리처... 그의 매력적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면

[잭 리처]는 내가 느낀 것보다 몇 배는 더 재미있었을텐데...

잭 리처의 캐릭터를 생략한 크리스토퍼 맥퀴리 감독의 선택이 아쉽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