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레미아 체칙
주연 : 샤론 스톤, 이자벨 아자니, 채즈 팔민테리, 캐시 베이츠
* 해설
프랑스의 자존심 이자벨 아자니와 할리우드의 섹시스타 샤론 스톤이 한 영화 안에서 만났다.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른 이는 제레미아 체칙 감독이다. 국내 미개봉작인 [베니와 준]으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그가 55년에 만들어진 앙리 조르쥬 감독의 완벽한 스릴러 [악마같은 여자들]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탄식을 하며 원작을 놓치고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악마같은 여자들]. 90년대에 과연 제레미아 체칙 감독은 이 완벽한 스릴러를 어떻게 재현했을까? 체칙 감독은 '한 남자를 죽이기로 공모한 두 여자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었다.'고 밝혔고 그의 의도는 캐스팅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원초적 본능]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9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스타로 발돋음한 샤론 스톤. 최근엔 [카지노]로 연기파 배우로의 변신을 시도했던 그녀가 이전의 이미지로 돌아왔다. 총제작비 4천만불의 15%에 달하는 600만불의 출연료를 받아냈고 속옷 상표와 수량까지도 직접 지정하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할리우드의 대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알려진 이자벨 아자니. 샤론 스톤의 출연료보다 훨씬 적은 1천만 프랑에 사인했지만 할리우드 첫 진출에 큰 의의를 갖고 있다. 최근 소피 마르소, 엠마누엘 베아르 등 프랑스 여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사실 이자벨 아자니의 진출은 좀 늦은 감이 있다. 두 여배우의 자존심 싸움. 이것은 [디아볼릭]의 또 다른 재미이다.
두 여인을 괴롭히는 나쁜 남성으로 나오는 채즈 팔민테리는 이름은 낮설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겸 작가이다.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우디 알렌을 감복시킨 치치역을 해냈으며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는 케빈 스페이시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는 형사로, 또 [제이드]에서는 라스트에 진범으로 밝혀지는 매트역을 해냈다. 로버트 드니로의 감독 데뷔작이된 [브롱스 이야기]의 각색을 맡아 드니로의 상대역으로 직접 출연했으며, 자신이 집필한 시나리오 [Danth and Debutante]로 감독 데뷔 준비중인 그야말로 전천후 연기자이다.
셜리 형사역을 맡은 캐시 베이츠는 설명이 필요없는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미져리],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돌로레스 클레이븐] 등에서 그녀와 만날 수 있다.
* 줄거리
니콜(샤론 스톤)과 미아(이자벨 아자니)는 너무나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성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한 남자 가이(채즈 팔민테리)와 관계를 가지고 있고, 두 사람 모두 그가 자신들의 인생을 쥐고 흔든다는 사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니콜은 가이의 정부이다. 섹시하고 매사에 자신만만한 그녀는 처음에는 그의 섹시한 매력에 끌렸지만 이내 그의 거짓말과 이기심에 질릴대로 질린 상태. 그를 차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의 뻔뻔함을 참을 수도 없다.
미아는 가이의 부인이다. 심장이 약하고 소심한 수녀 출신인 그녀는 가이의 뻔뻔스러운 외도, 잔인한 모욕과 변태적인 성적 요구 때문에 거의 자살 직전의 상태이다. 하지만 그의 뭔가가 도저히 그로부터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미아와 니콜은 가이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기 위해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니콜의 치밀한 계획에 가까스로 동의하는 미아. 미아는 이혼 문제로 상의하자며 가이를 니콜의 집에 유인하고 약을 탄 술을 먹여 잠재운 후 욕조에 집어 넣어 익사시킨다. 그리고 학교의 풀장에 가라앉힌다. 이제 시체가 떠오르고 가이가 실족사로 처리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시체는 떠오르지 않았다. 풀장의 물을 다 빼도 시체는 발견되지 않고 가이가 죽을 때 입었던 옷이 배달되고 범행장면을 찍은 필름이 미아에게 도착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된 여탐정 셜리(캐시 베이츠)가 사건에 뛰어들며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이때 가이가 살아서 나타난다.
사실 가이는 니콜과 짜고 일부터 니콜에게 시켜 미아가 자신을 살해하게한 후 약한 미아의 심장을 자극시켜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니콜은 미아의 편에 선다. 두 여인은 힘을 합쳐 이번엔 진짜로 가이를 제거한다. 이때 나타난 셜리는 미아를 때리고 '이래야 정당방위가 된다'며 사라진다.
* 감상평
'아내와 정부가 공모하여 한 남자를 죽인다.' 이 기발한 스릴러가 55년에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관객은 끊임없이 영화를 쫓아가며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했고 라스트의 반전에 놀란다.
[디아볼릭]은 먼저 캐스팅의 절묘함이 돋보인다. 감히 어느 누가 샤론 스톤과 이자벨 아자니를 한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모험을 해냈을까? '이자벨 아자니와 샤론 스톤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 자체로 스펙타클이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두 여배우의 캐스팅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여기에 [미져리]의 캐시 베이츠의 가세라니. 그야말로 최고의 여배우들의 집합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것은 샤론 스톤은 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그리 섹시하지 않았고 이자벨 아자니는 너무 창백했다. 그리고 캐시 베이츠도 [미져리]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두가지 반전을 대기시켰다. 첫번째 반전은 죽은줄 알았던 가이가 살아있으며 니콜도 그의 공범이라는 것인데 이 반전은 이미 55년에 만들어진 [악마같은 여자들]에서 사용된 내용이기에 알만한 사람은 다 눈치챈 공공연한 반전이다.
그렇다면 90년대 새로 추가된 두번째 반전이 기다려지는데 그것은 니콜이 다시 미아의 편이 되어 가이를 처치하는 것이다. 스릴러 영화는 거의 해피엔딩으로 끝내길 좋아하는 할리우드의 습성대로라면 사실 두번째 반전도 그리 새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관객이 기대해야할 것은 악당 가이의 끔찍한 결말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왜? 샤론 스톤과 이자벨 아자니를 실컷 감상했으니까...
1996년 6월 25일
MOVIE
2013년 오늘의 이야기
사실 [디아볼릭]에 대한 제 기억은 '재미없는 스릴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디아볼릭]의 포스터 및 스틸을 보면 가슴이 설랩니다. 당시 최고의 섹시스타인 샤론 스톤과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의 모습 때문이죠. 이 영화가 2013년에 다시 개봉한다고 해도 이 두 여배우를 보기 위해 저는 또 다시 극장으로 향할 듯... 진정 배우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영화입니다.
제 글에서 언급한 채즈 팔민테리의 감독 데뷔작 [Danth and Debutante]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나봅니다. 아무리 검색해봐도 [Danth and Debutante]라는 제목의 영화는 나타나지 않네요. 대신 채즈 팔민테리는 2004년[스위트 크리스마스]라는 로맨틱한 영화로 그토록 소원하던 감독에 데뷔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2006년 12월 21일에 개봉하기도 했던 [스위트 크리스마스]는 페넬로페 크루즈, 수잔 서랜든, 로빈 윌리암스, 폴 워커 등 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 영화입니다.(하지만 저는 아직 안봤습니다.)
[디아볼릭]을 연출한 제레미아 체칙은 이후1998년 랄프 파인즈, 우머 서먼, 숀 코네리를 캐스팅하여 [어벤저]([어벤져스]가 아닙니다.)를 연출했지만 흥행에 실패, 그 이후 신작 소식이 현재까지 없네요. 대신 TV 드라마 연출로 활발하게 활동 중. [번 노티스], [굿 가이], [가십 걸 시즌 4] 등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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