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낭만폭풍(浪漫風暴) ★★★★

쭈니-1 2012. 12. 26. 12:45

 

감독 : 양백건

주연 : 곽부성, 이약동, 홍금보

 

 

* 해설

 

이제 할리우드로 건너가 세계적 액션 흥행 감독이 된 오우삼. 그가 고국 홍콩에서 제작 총지휘한 영화가 [낭만폭퐁]이다. 오우삼 감독에 대한 국내 지지도 때문에 그가 감독을 맡은 것으로 거짓 선전되는 등 관객을 우롱하는 기분 나쁜 사건도 있었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홍콩 영화 특유의 낭만과 액션이 아름답게 조화된 작품이다.

홍콩의 하이틴 스타 곽부성과 신예 이약동의 애절한 사랑연기와 오랜만에 국내 관객에게 선을 보인 홍금보의 조연 연기도 볼만하다.

 

* 줄거리

 

아버지는 대학교수, 어머니는 중학교 교장인 왕학근(곽부성). 그러나 그의 삶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거칠고 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말썽투성이다. 그렇기에 그의 가족들이 해외로 이민을 준비할때 그는 전과 기록 때문에 혼자 홍콩에 남아 있게 된다.

그러던중 학근은 아버지의 제자인 진검화(이약동)를 만나게되고 그녀를 삶의 목표로 잡는다. 검화의 뒤를 끈질기게 쫓아 드디어 그녀와 친해지는데 성공하는 학근. 그러나 검화는 학근에게 무시당하는 삶을 살지 말고 무엇이든 최고가 되라고 충고하고 학근은 홍충(홍금보)를 찾아가 킥복싱을 시작한다.

학근은 연전연승을 하며 킥복싱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부상하고 검화와의 사이에도 사랑이 싹튼다. 하지만 검화의 아빠이며 킥복싱 홍콩 챔피언인 진병열은 학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결국 학근은 병열에게 도전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빠의 경기. 검화는 결국 학근을 택하고 경기도중 사고로 병열은 죽고 만다. 이에 충격을 받은 검화는 학근을 떠나고 학근은 불법 킥복싱 경기를 하며 방황과 자학의 세월을 겪게 된다. 그리고 검화는 학근의 아기를 낙태시킨다.

얼마뒤 극적인 재회를 한 두 사람. 학근과 검화는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검화의 어머니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학근을 용서하지 않고 학근은 병열의 꿈이었던 아시아 챔피온 타이틀에 도전한다.

아시아 챔피언인 야마다와 힘겨운 결투를 벌이는 학근. 그 경기에는 아들을 천덕꾸러기처럼 여기던 부모님과 병열의 어머니, 그리고 홍콩에서 아시아 챔피언의 첫 탄생을 기원하는 많은 킥복싱 팬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학근은 치명적인 병을 가지고 있었다. 학근의 약점을 눈치챈 야마다는 학근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학근은 불굴의 투지로 결국 야마다를 쓰러뜨리고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학근은 쓰러진다. 서서히 죽어가는 학근 옆엔 검화와 학근의 부모님이 함께하고 결국 학근은 눈을 감고 만다.

 

* 감상평

 

홍콩영화는 관객을 흡입시키는 힘이 있다. 그 힘의 원동력은 바로 멜로성의 감성적 줄거리와 아름다운 액션이다. 실제로 홍콩영화처럼 주인공을 많이 죽이는 영화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관객이 식상해할 때쯤 홍콩영화는 변한다.

물론 기둥 뼈대는 가만히 두고 허울만 살짝 바뀌 놓는다. 느와르, 도박영화, 무협영화 그리고 최근의 애정영화까지. 수 많은 장르를 홍콩영화는 다루고 있지만 사실 변한 것은 없다. [낭만폭풍]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은 폭풍같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을 포기한다. 그리고 역시 라스트에서는 명예롭게 죽는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바로 캐릭터의 모순이다. 검화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병열에게 도전하는 학근. 그러나 병열의 죽음과 검화의 결별선언 후에 학근은 다시 검화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는 삶을 산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행복한 삶보다는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다.

이러한 학근의 선택이 관객을 울리기 위한 감독의 술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캐릭터의 모순 뒤에도 이 영화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민을 가는 가족 뒤에 홀로 홍콩에 남겨지는 학근. 이는 바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홍콩을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아름답다. 특히 킥복싱 경기장면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같다. 이제 액션의 아름다움은 홍콩영화를 따라올 나라가 없을 듯 하다.

 

1996년 6월 14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참 홍콩영화는 제목을 잘 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낭만폭풍]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이 나는 것이 없습니다. 오우삼이 제작 총지휘를 맡았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홍콩영화 특유의 비장함을 갖춘 그저 그런 홍콩영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낭만폭풍]이라는 제목은 이 영화를 본지 16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목만큼은 뚜렷이 기억하는 상황. 참 재미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