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잉글리쉬 맨(Englishman Who Want Up A Hill But Came Down A Mountain) ★★★★

쭈니-1 2012. 11. 6. 13:09

 

 

감독 : 크리스토퍼 몽거

주연 : 휴 그랜트, 이안 맥니스

 

 

* 해설

 

우리는 가끔 엉뚱한 소재의 영국영화들을 접하게 된다. 그 중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라는 엉뚱한 영화에서 우리는 휴 그랜트라는 핸섬한 영국 신사다운 배우를 만나게 되었다. 휴 그랜트는 할리우드 진출에도 성공하여 [나인 먼쓰]라는 영화에서 줄리안 무어와 공연하여 로맨틱 코미디의 이미지를 굳혔다.

[잉글리쉬 맨]은 섹스, 폭력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가족용 영화이다. '지도에 나오기 위해 산을 높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그야말로 엉뚱한 소재와 휴 그랜트의 로맨틱한 코믹 연기가 잘 조화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짐 캐리 주연의 [에이스 벤츄라 2]에서 개성강한 조연을 맡은 이안 맥니스의 술에 쩔어버린 이웃집 아저씨같은 정감어린 연기도 만날 수 있다. 원제는 [언덕으로 올라가 산에서 내려온 영국인]. 이 영화의 소재만큼이나 엉뚱하다.

 

* 줄거리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영국의 지도 측량사인 레지날드 얀슨(휴 그랜트)과 조지 가라드(이안 맥니스)가 피농가루라는 산의 높이를 재려고 웨일즈의 작은 마을을 찾는다. 피농가루가 웨일즈 최초의 산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피농가루의 높이에 내기를 하는 등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측량 결과 피농가루의 높이는 984피트. 산이 되기 위한 높이인 1000피트에서 16피트가 모자라는 언덕에 불과해 지도에 등재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피농가루를 마을의 정기가 서린 수호신과도 같은 것으로 여겨온 시골 사람들의 자존심은 이 산이 지도에서 제외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회의를 열고 흙을 쌓아서라도 산의 높이를 높이기로 결정한다. 다른 곳으로 떠나겠다는 얀슨 일행에게 주민들은 '산을 높일테니 다시한번 측량해달라'고 강권하다시피 옷자락을 잡는다. 그러나 얀슨과 가라드는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얀슨 일행이 마을을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여관 주인인 호색한 모간의 계략아래 얀슨 일행의 차 엔진에 설탕물을 넣어 꼼짝 못하게 하고 타이어도 펑크를 낸다. 수리공은 일부러 부속을 늦게 구하고 기차 역무원은 이 마을엔 여객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것도 모자라 미인계까지 동원한다.

그 사이 마을 사람들은 손수레, 마차, 양동이 등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산꼭대기에 흙을 쌓는다. 모든 일을 제치고 수백명의 주민들이 줄지어 진지하게 땀을 흘리며 흙을 나르는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계속된다.

그러나 목표치인 1천피트를 거의 쌓을때쯤 폭우가 내리고 흙더미가 무너져버린다. 그 사이 얀슨은 모간이 미인계로 쓴 베티라는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비가 그친 날은 일요일. 그날은 모두 교회로 가는 날이다. 호색한 모간만 제외하고...

모간은 존스 목사에게 예배후 피농가루에 흙을 나르자고 제안하지만 모간을 극도로 미워하는 존스 목사가 그 청을 들어줄리가 없다. 할 수 없이 모간은 난생처음 교회에 나가고 이에 감동한 존스 목사는 마을 사람들과 예배후 흙을 나른다.

얀슨도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열정에 감동했을때 존스 목사는 과로로 숨을 거두고 모간에게 피농가루의 꼭대기에 묻어줄 것을 유언한다. 드디오 흙을 다 쌓고 존스 목사를 묻지만 해는 이미 지고 측량은 할 수 없다. 이에 얀슨은 베티와 피농가루에서 밤을 지새우고 피농가루가 1천피트가 넘는다는 소식과 함께 베티와 약혼했을을 알리며 피농가루에서 내려온다.

 

* 감상평

 

너무나도 엉뚱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데 공헌한 이는 크리스토퍼 몽거 감독이다. 그는 웨일즈 출신. 웨일즈에 전해오는 이 전설같은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냈고 관객은 우수꽝스러운 해프닝 속에 마을 사람들의 풋풋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열정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술에 쩔은 이안 맥니스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 케이지와는 또다른 정감어린 이미지를 연출했고, 휴 그랜트는 그 특유의 어벙하면서도 수수한 연기를 펼쳤다. 자극적인 내용도 없고 굉장한 감동도 없지만 편하고 부담없이 즐길만한 유쾌한 영화이다.

 

 

1996년 6월 11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저는 막연하게 [잉글리쉬 맨]이라는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만큼 휴 그랜트는 로맨틱 코미디 전문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죠. 그런데 영화 노트를 정리하면서 줄거리를 다시 읽어보니 로맨틱 코미디라기 보다는 그냥 훈훈한 가족용 코미디 영화네요.

[잉글리쉬 맨]의 줄거리를 쓰면서 영화속의 상황과 장면이 상상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 만큼 이 영화의 엉뚱한 이야기가 상상 이상으로 훈훈하다는 것을 뜻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