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박헌수
주연 : 권해효, 서미경, 이호성, 이두일, 박광정, 김학철, 이경영
* 해설
94년 제작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구미호]. 톱스타 정우성을 데뷔시켰고, TV 스타 고소영을 영화 속에 불러 들여 사람잡아 먹는 여우로 등장시켰던 [구미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특수효과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미호]는 실패작이었다. 관객들은 극장을 나오며 '역시 한국영화는 안돼'라고 중얼거렸고, 고소영은 다시 TV로 돌아가 버렸다. [구미호]의 연출을 맡았던 박헌수 감독. 그는 데뷔작부터 기회를 잡았으나 실패했고 두번째 영화를 내놓는데 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연극배우 출신이며 차인표를 톱스타로 만든 TV극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개성있는 연기로 주목받은 권해효. 하지만 사실 그는 [구미호]에서 깜짝 출연하여 박헌수 감독과는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 서미경과 개성강한 악당 빨노파의 이호성, 이두일, 박광정의 코믹 연기, 그리고 우정 출연한 이경영 등이 펼치는 액션과 웃음이 가득한 로드 무비. 이것이 바로 [진짜 사나이]이다.
* 줄거리
빨(이호성), 노(이두일), 파(박광정)는 1초를 살아도 자유롭게 살기위해 두목 망치(김학철)를 쏜다. 극장에서 시비가 붙어 불량배들에게 얻어 맞고, 무능한 세일즈맨 재교육 실습 중에 강사에게 얻어 맞고, 세일즈 전략 강의 시간에 딴 생각을 하다가 또 야단맞는 진짜 사나이(권해효)는 시동이 걸린채 세워져 있는 오픈카를 발견하고 창문을 깨고 뛰어내려 그 차를 타고 달린다.
고속도로 우동집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그녀(서미경)가 사내 세명의 희롱에 시달리고 있을때 진짜 사나이가 도착하여 얼떨결에 그들을 무찌른다. 이제 아름다운 그녀는 우동 냄새가 베인 옷을 벗어던지고 진짜 사나이를 따라 나선다.
교통경찰 라이방(이경영)을 따돌리고 통행세 납부의 의무도 거부한채 무한 질주하는 진짜 사나이와 아름다운 그녀. 그러나 아름다운 그녀의 소원대로 그녀가 운전을 하고 그 덕(?)에 빨노파의 차와 바딪히고 만다. '우리를 무시했다'며 총을 겨누는 빨노파. 그러나 라이방의 출현으로 빨노파는 고장난 자신의 차를 버리고 진짜 사나이의 차를 빼앗아 타고 도망간다.
진짜 사나이는 빨노파의 차 트렁크에서 총을 발견하고 두 사람은 평소 소원대로 마음껏 갈겨본다. 그리고 알몸으로 바다에 들아가 수중 발레(?)를 해가며 그 동안의 억압을 해소한다.
그러나 빨노파를 뒤쫓던 망치 일당이 들어닥치고 망치는 그녀를 데려가며 진짜 사나이에게 3일 안에 빨노파의 목을 가져오라고 협박한다. 진짜 사나이는 라이방의 추격을 받으며 전전긍긍하는 빨노파를 찾아가 '제발 망치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빨노파는 진짜 사나이와 함께 하기로 한다.
망치의 본부인 교회에 들어닥친 진짜 사나이와 빨노파는 위기에 빠진 아름다운 그녀를 구하고 총격전 끝에 망치 일당을 일망타진한다. 경찰이 오자 진짜 사나이와 빨노파는 교회에서 탈출하고 진짜 사나이와 아름다운 그녀는 다시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경찰에 쫓기게 되고 두 사람은 바리케이트를 뚫다가 차가 뒤집혀 불길에 휩싸인다. 그 곁을 지나 빨노파의 차와 라이방의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 감상평
첫 영화 [구미호]의 실패를 맛본 박헌수 감독. 그는 [진짜 사나이]에서 [구미호]와는 180도 달라진 연출을 보인다. 우선 캐스팅 면에서 그렇다. 전편의 정우성은 핸섬한 외모와는 달리 어색한 연기로 영화 분위기를 망친 반면, 권해효는 못생긴 얼굴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발휘한다.
[구미호]의 고소영은 톱스타답게 벗은 연기를 거부하여 감독을 당황시킨 반면 서미경은 신인답게 옷을 훌훌 벗어던진다. (영화가 시작하고 1시간동안 그녀는 속옷차림 또는 알몸으로 스크린을 누빈다. 이 얼마나 행복한(?) 광경인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비정상이다. 진짜 사나이와 아름다운 그녀가 일상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무질서와 파괴였고 빨노파는 과장된 제스쳐를 보이며 '무시하지 말라'고 고함고함 지른다. 망치는 두려움과 신의 은총을 가의하고 라이방은 속도위반 차량을 죽기 살기로 뒤쫓는다. 이 황당한 캐릭터들을 통해 박헌수 감독은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위는 우습기만 할뿐 별 느낌이 없다. 로드무비라고 하기엔 영화는 고속도로만 계속 비춰주고 액션영화라고 하기엔 진짜 사나이는 답답하게 악당들에게 당하기만 한다.(마지막 장면만 빼고)
박헌수 감독은 분명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믹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어쩔수없이 관객의 눈에 비춰진 [진짜 사나이]는 코믹 영화외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되지 못한다.
1996년 6월 8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진짜 사나이]를 볼 당시만 해도 저는 이 영화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독특한 영화였음에는 분명해보입니다. 주인공의 면면이라던가, 악당의 모습 등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강한 개성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개성강한 조연 배우로 유명한 권해효의 풋풋하던 시절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역시 개성강한 조연 배우로 유명한 이두일, 박광정의 색다른 악당 연기 역시 이 영화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재미입니다.
박헌수 감독은 작년에 개봉한 [완벽한 파트너]를 통해 오랜만에 감독에 복귀했지만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박헌수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는 거의 흥행에 실패했네요. [구미호], [진짜 사나이]는 물론이거, [주노명 베이커리], [투 가이즈], 그리고 [완벽한 파트너]까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각본만 맡은 영화는 또 흥행에 거의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결혼 이야기], [그 여자, 그 남자], [화산고], [싱글즈] 등. 그 이유가 뭔지 박헌수 감독이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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