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내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쭈니-1 2012. 12. 26. 11:42

 

 

감독 : 스티븐 달드리

주연 : 토마스 혼, 톰 행크스, 산드라 블록, 막스 폰 시도우

 

 

85회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 중 놓친 두 편의 영화

 

이제 두 달정도만 지나면 85회 아카데미 영화제가 시작됩니다. 미국의 국내 영화제이지만 미국 영화가 세계 영화계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아카데미 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대부분은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인 만큼 저 역시 매년 아카데미 영화제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6일에 열린 84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작품상 후보작이 모두 아홉 편이나 있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한 저는 딱 두 편의 영화만은 보지 못한채 남겨두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이고 다른 한 편은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었습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테렌스 맬릭과 스티븐 달드리라는 거장 감독의 영화이며, 영화의 내용은 할리우드 영화답지 않게 정적이며 사색적입니다. 게다가 [트리 오브 라이프]는 브래드 피트, 숀 펜을,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톰 행크스와 산드라 블록이라는 스타급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두 영화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트리 오브 라이프]는 국내에 개봉을 했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국내 개봉이 안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이 영화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사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경우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아서 아직 안보고 있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을 소재로한 [씬 레드라인]을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테렌스 맬릭 감독이지만 이상하게 저는 이 감독의 영화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꼭 보고 싶었습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전작인 [디 아워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를 재미있게 본 저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역시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이제나 저제나 개봉하기만을 기다렸지만 결국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소식은 1년이 거의 지나도록 들리지 않았습니다.

[타워]를 보러 갈 계획이었지만 구피가 두통을 호소하는 바람에 집에서 간단히 영화 한 편으로 떼워야 하는 처지가 된 지난 크리스마스. 저는 결국 극장 개봉을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집에서 보고야 말았습니다. 

[타워]를 볼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다가 무산되어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보는 동안 제 마음은 감동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의문의 열쇠를 가지고 모험을 떠난 소년 오스카(토미스 혼)의 여정을 보는 동안 저는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의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소년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오스카는 약간의 자폐증이 있는 소년입니다. 그런 아들을 위해서 아버지인 토마스(톰 행크스)는 오스카가 자신의 자폐증을 이기고 모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하지만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테러인 911 테러에 토마스는 희생됩니다.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오스카. 그는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가 남긴 열쇠의 비밀을 찾아 새로운 모험을 떠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웅이와 저와의 관계를 떠올랐습니다. 만약 제가 불의 사고를 당한다면 웅이가 겪게될 슬픔이 오스카의 모습을 통해 제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하여 겪게되는 린다(산드라 블록)의 슬픔보다 자신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의 슬픔은 더 클 것입니다. 그는 아직 누군가에게 의지해야할 어린 소년이기 때문이죠.

토마스는 의문의 열쇠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전쟁의 충격으로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말하는 것조차 잃어버린 할아버지(막스 폰 시도우)와 함께 떠나는 그의 여정은 마지막 순간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 내 마음은 뜨거워진다.

 

영화의 후반부. 그는 드디어 열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윌리엄 블랙(제프리 라이트)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열쇠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열쇠를 통해 떠난 아버지를 회상하고, 또 아버지를 잊기 위해 모험을 떠났던 오스카. 하지만 뜻밖에도 열쇠는 오스카가 아닌 윌리엄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에 알게 되는 어머니의 배려. 오스카는 비록 아버지를 잃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내내 너무 작은 비중으로 존재감이 없었던 산드라 블록의 연기가 영화의 마지막 순간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스카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열쇠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이유를 마구 쏟아 내듯이 내 뱉는 장면과, 전화기의 자동 응답기에 얽힌 오스카의 비밀과 그로 인한 상처 등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오스카가 느끼고 있는 아픔이 제게도 느껴져서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열쇠의 비밀로 인하여 윌리엄 블랙의 상처가 치유되는 장면과 마지막 린다가 오스카를 위한 배려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따뜻함이 제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시간은 새벽 12시 30분. 비록 [타워]는 보지 못했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없게 가까운]이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멋진 크리스마스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영화는 왜 국내 개봉이 되지 않는 걸까요?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