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코드] - 캐릭터간의 감정을 훔치지는 못하다.

쭈니-1 2012. 12. 12. 15:47

 

 

감독 : 미미 레더

주연 : 모건 프리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더블]보다 더 화려하지만 흥행 성적은 더 최악

 

[더블]을 보고나니 이번에는 [코드]라는 상당히 평범한 제목의 스릴러 영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더블]은 라치드 기어와 토퍼 그레이스라는 나름 A급 캐스팅으로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성적이 거의 바닥을 기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더블]도 [코드]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합니다. [코드]는 [더블]보다 더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 최악의 흥행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코드]의 캐스팅은 거의 특A급입니다. 리차드 기어, 토퍼 그레이스, 마틴 쉰 외에 그다지 눈에 띄는 배우가 없었던 [더블]과는 달리 [코드]는 모건 프리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에도 로버트 포스터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을 연기했던 톰 하디까지 출연합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감독이 미미 레더라는 사실입니다. 미미 레더는 드림웍스의 창립작인 [피스메이커]외에도 [딥 임팩트],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등 흥행작을 만든 여성 감독입니다.

그런데 [코드]의 흥행은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미국 박스오피스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를 아무리 뒤져도 [코드]가 미국에서 개봉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고,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에는 이 영화가 8월 30일에 개봉했다고 쓰여 있지만 역시 국내 개봉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형식적이나마 미국과 우리나라에 극장 개봉을 했던 [더블]은 [코드]에 비하면 흥행 대작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코드]는 과연 어떤 영화이길래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지만 제대로된 개봉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린 것일까요? 영화가 얼마나 엉망이길래... 제 호기심은 또다시 발동하고 말았습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보물을 훔치기 위해 두 도둑이 뭉쳤다.

 

그렇다면 [코드]에 대해 살짝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코드]는 2천만불짜리 러시아 황실의 보물을 훔치기 위해 베테랑 도둑 키스 리플리(모건 프리먼)와 거친 신참 도둑 가브리엘(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뭉치면서 시작합니다.

키스와 가브리엘이 훔쳐야 하는 보물은 아주 아주 어려운(어련하시겠어요) 금고에 특별 보관이 되어 있고, 가브리엘은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뉴욕 경찰 웨버(로버트 포스터)는 키스와 가브리엘을 시시각각 감시합니다. 게다가 러시아 마피아 두목은 가브리엘과 사랑에 빠진 알렉산드라(라다 미첼)을 인질로 잡고 러시아 황실의 보물을 가져올 것을 협박합니다. 이제 키스와 가브리엘은 돈을 위해서가 아닌 사랑을 위해서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해내야 합니다.

일단 기본 설정은 너무 뻔합니다. 베테랑 도둑과 신참 도둑이 전설의 보물을 훔치기 위해 뭉쳤다라는 설정 자체가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코드]의 국내 포스터에는 '마지막 1분 기막힌 반전이 시작된다'라고 큼지막하게 홍보가 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 뻔한 설정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이며 기막힌 반전이란 무엇일까요?

 

관계 설정에 서두르다.

 

사실 저는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며 [코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코드]는 굳이 마지막 1분까지 가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가 너무 헛점이 많이 보입니다. 스릴러 영화에서 헛점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결코 좋은 평가를 얻어낼 수 없음을 뜻합니다.

일단 가장 먼저 제 눈에 거슬린 것은 이 영화의 각 캐릭터간의 관계입니다. 뭐랄까 굉장히 서두르는 느낌입니다. 키스와 가브리엘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가브리엘은 자히철에서 어느 보석상의 다이아몬드를 훔칩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키스가 지켜보고 함께 일하자고 제의를 합니다.

무려 2천만 달러, 그들이 훔쳐야할 보석이 두개이니 4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범죄를 모의하는 것인데 키스는 너무 뜬금없이 낯선 풋내기한테 함께 하자고 제의하고, 가브리엘은 갑자기 동업을 제의한 이 노땅 도둑을 덜컥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가브리엘과 알렉산드라의 관계 설정은 더 가관입니다. 신문 가판대에서 우연히 몇 마디 섞은 이들은 가브리엘이 작업을 걸어옴으로서 순식간에 연인 사이로 발전합니다. 가브리엘은 알렉산드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는 목숨을 걸 정도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 [코드]는 가브리엘과 알렉산드라의 관계를 너무 깊숙히 진행시킨 것입니다.

가브리엘과 알렉산드라의 관계는 영화 후반부에 가서 더욱 중요한 역할로 작용하는데, 미미 레더 감독은 그들의 관계 설정을 서두르는 바람에 그들의 깊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합니다. 이렇게 서투른 관계 설정은 영화 후반부 반전 부분에 가서 '기막힌'이 아닌 '별것없는'으로 작용합니다.

 

반복되는 수작업으로 최첨단 금고를 턴다고?

 

[코드]가 영화속 주인공 캐릭터 간의 복잡한 관계를 서둘러서 표현하느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그로인하여 마지막 반전에 가서는 서두른 관계 설정 때문에 감흥을 제대로 생기지 못했습니다. 그 외에도 [코드]는 키스와 가브리엘이 금고를 터는 장면에서도 '정교함'대신 대충 대충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처음 그들이 털어야할 금고를 설명할 때만 해도 '정말 임파서블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 많은 범죄 영화를 봐왔지만 [코드]처럼 간단하게 금고를 터는 영화는 또 처음인 듯합니다. 특히 대형 금고를 번호를 맞추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숫자를 하나 하나 돌리면서 맞을 때까지 여러번 반복하는 장면에서 '아니, 중요한 물건을 넣어둔 정교한 금고가 비밀번호가 수십번이 틀렸는데도 경고음 한번 울리지 않다니...'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코드]는 A급 배우들을 모아 놓고 B급 범죄 스릴러를 만들었습니다. 범죄 장면은 정교함과 거리가 멀었고, 배우들의 관계도 역시 마지막 반전에 어울리지 않게 미지근했습니다. 아참... 톰 하디는 어디에 갔냐고요? 글쎄요. 저도 톰 하디의 역할에 기대가 컸었는데, [코드]가 2008년 영화이고, 톰 하디가 주목받기 전이라서 그런지 초반에 몇 장면 나오다가 조용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