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매직 마이크] - 나를 위한 쇼는 아니었다.

쭈니-1 2012. 12. 6. 13:04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 채닝 테이텀, 알렉스 페티퍼, 매튜 매커너히

 

 

남성 스트리퍼? 과연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일주일의 두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겠다는 2012년의 제 계획이 어느 정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매주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 기대작 1, 2순위는 극장에서 챙겨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가끔 기대작 1, 2순위에 들었으면서도 제가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이 있습니다.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하지 않는 바람에 귀차니즘에 사로 잡힌 제 선택을 받지 못한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흥행에 실패해서 제가 우물쭈물하다가 극장 상영이 막을 내린 경우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매직 마이크]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에 속합니다.

[매직 마이크]가 우리나라에 개봉한 것은 지난 8월 2일입니다. [매직 마이크]는 개봉 당시 [락 오브 에이지]에 이은 기대작 2순위였고, 그 주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락 오브 에이지], [매직 마이크]를 위협하는 기대작이 없었기에 [매직 마이크]를 극장에서 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매직 마이크]를 극장에서 볼 수 없었고, [매직 마이크]가 다운로드 사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한참동안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그 이유는 [매직 마이크]가 남성 스트리퍼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풀 몬티]가 같은 소재, 다른 이야기

 

사실 저는 남성 스트리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풀 몬티]입니다. 실업자가 된 남자들이 의기투합하여 남성 스트립퍼가 되는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영국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바 있습니다. 

하지만 [풀 몬티]와 [매직 마이크]는 남성 스트립퍼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를 통해 하는 이야기는 서로 다릅니다. [풀 몬티]가 실업으로 인하여 가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실의에 빠진 남자들이 스트립쇼를 통해 자신을 짓누르던 남자로서의 가식, 자존심,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의무감 등을 벗어버리며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코미디 형식으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매직 마이크]는 유명 스트립퍼인 마이크(채닝 테이텀)가 순수했던 키드(알렉스 페티퍼)가 남성 스트립퍼의 길에 들어서며 쾌락의 세계에 빠져 드는 것을 보고 자신을 뒤돌아 보고, 진정 자신의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풀 몬티]가 어리버리한 중년 남자들이 스트립쇼를 하겠다며 벌이는 소동 속에 훈훈한 웃음을 전해주고, 마지막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스트립쇼를 하는 장면을 보며 감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매직 마이크]는 화려한 영상 속에 마이크와 키드 일행의 스트립을 구경하다가 마지막 마이크의 깨달음이라는 착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내가 이 쇼를 관람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저는 [풀 몬티]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매직 마이크]는 지루했습니다. 현란한 쇼를 중심으로 본다면 [매직 마이크]가 지루하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저는 지루했습니다. 

[매직 마이크]는 영화의 대부분이 마이크 일행의 스트립쇼로 채워 놓았습니다. 흥겨운 음악과 현란한 불빛, 그리고 근육질 남자들의 스트립과 환호하는 여성들. 제가 그러한 남성 스트립쇼를 재미있게 본다면 [매직 마이크]는 충분히 재미있는 상업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근육질의 남자들이 벗는 모습이 흥겹지도, 즐겁지도 않았고, 그러한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지루함마저 느껴지더군요.

물론 영화 후반에서 마이크의 선택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의 꿈은 최고의 스트립퍼가 아닌 핸드 메이드 가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쾌락적인 삶에 빠져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는 점점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마이크는 쾌락과 뭇여성들의 환호를 포기하고, 자신의 꿈과 진정한 사랑을 차지합니다.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죠.

만약 내가 여성이었다면 초중반에 눈요기를 실컷하고 마지막 마이크의 착한 결심에 박수를 칠 수 있었겠지만, 저는 남성인 탓에 초중반의 반복되는 지루한 쇼를 견딘 후에야 마이크의 뻔한 선택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매직 마이크]의 쇼를 재미있게 즐길 수 없었다는 점... 그것이 [매직 마이크]에 대한 제 아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