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완벽한 파트너] - 그들의 관계는 정말 완벽했나?

쭈니-1 2012. 10. 29. 10:53

 

 

감독 : 박헌수

주연 : 김영호, 김혜선, 김산호, 윤채이

 

 

토요일 밤, 채널 CGV에 사로 잡히다.

 

토요일 밤, 구피가 '오늘 밤은 웅이를 혼자 재워'라고 선언합니다. 토요일 밤에 안자고 뭘 하려느냐고 묻는 제게 구피는 채널 CGV에서 10시에 방영하는 영화 [신들의 전쟁]을 보고 자야 겠다는 것입니다. [신들의 전쟁]은 구피와 함께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구피는 또 보고 싶다며 웅이 재우기를 제게 떠맡겨 버린 것입니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웅이를 재우고 거실로 나온 저도 구피와 함께 [신들의 전쟁]을 다시 봤습니다. 12시가 넘어서야 영화는 끝이 나고, 구피는 이제 자야 겠다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저는 [신들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TV에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 프로가 [완벽한 파트너]였기 때문입니다.

2011년 11월에 개봉한 [완벽한 파트너]는 중견 배우인 김혜선의 전라 노출과 신인 배우 윤채이의 과감한 노출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던 영화입니다. 사실 개봉 전부터 은근히 관심이 가던 영화인데 야한 영화를 혼자 극장에서 보는 것이 꺼려져 놓친 영화입니다. 결국 이렇게 채널 CGV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왜 젊은 육체를 탐하는가?

 

[완벽한 파트너]는 7년째 슬럼프에 빠져 있는 유명 시나리오 작가인 준석(김영호)과 그의 제자 연희(윤채이), 그리고 국내 최고의 요리 연구가 희숙(김혜선)과 그녀의 제자 민수(김산호)의 끈적한 관계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삶과 일에 뭔가 정체된 듯한 준석. 그는 연애를 한번 해보라는 지인의 충고를 듣고 충동적으로 제자인 연희를 탐하게 됩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희숙 역시 제자인 민수의 젊은 육체와 신선한 아이디어에 이끌려 육체적 관계를 지속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 육체를 탐한 준석과 희숙이 이후에 승승장구를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준석의 시나리오는 술술 잘 풀려 영화화 직전까지 가게 되고, 희숙이 새로 쓴 요리책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그런데 그들의 성공이 온전히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준석은 연희가 쓴 시나리오를 일정 부분 베꼈고, 희숙 역시 민수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책을 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년층에 접어든 준석과 희숙에게 연희와 민수는 신선한 자극이 됨과 동시에 그들의 젊은 생각을 훔칠 대상이 됩니다. 연희와 민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준석과 희숙은 그렇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그들은 왜 늙은 스승에게 빠져 드는가?

 

사실 준석과 희숙이 젊은 연희와 민수를 탐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됩니다. 나이가 든 그들이 젊음을 욕망하는 것은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사용되었던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희와 민수는 왜 준석과 희숙에게 빠져 드는 걸까요?

어쩌면 연희와 민수에게 준석과 희숙은 선망의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입지가 탄탄합니다.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연희와 민수는 그러한 준석과 희숙의 사회적 지위가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연희와 민수가 각각 편부,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 역시 그들의 준석과 희숙을 향한 이해못할 사랑의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연희는 준석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어머니가 없이 자란 민수는 희숙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햇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영화에선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준석과 희숙의 캐릭터는 별 설명없이도 쉽게 이해가 되는 반면 연희와 민수의 캐릭터는 설명이 없다면 억지 설정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완벽한 파트너]는 연희와 민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생략합니다. 그러한 문제는 [완벽한 파트너]를 공감하면서 보는데 큰 장애가 되어 버립니다.

 

그들의 관계는 정말 완벽했나?

 

어느정도 배우적 인지도를 쌓아 올린 김영호와 김혜선이 캐스팅된 준석, 희숙과는 달리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연희, 민수 캐릭터는 아무래도 관객에게 캐릭터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결국 연희를 연기한 윤채이는 노출 마케팅을 위한 희생양처럼 보였고, 민수를 연기한 김산호는 김혜선의 과감한 노출 연기에 가려져 버렸습니다. 결국 [완벽한 파트너]는 제목처럼 준석, 연희 커플, 희숙, 민수 커플을 '완벽한 파트너'로 관객에게 보이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파트너]가 완전히 재미도 없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전개는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 별 특색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가벼운 분위기가 영화를 즐기는데 적당했고, 영화의 광고와는 달리 노출씬이 과하지 않아 오히려 영화와 잘 어울렸습니다.

이런 가벼운 분위기는 중년과 청춘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불편함 없이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트리게 했을 정도입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볍게 즐기는데에는 별 무리가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