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웨딩스캔들] - 발칙한 소재, 하지만 평범한 전개.

쭈니-1 2012. 9. 20. 11:24

 

 

감독 : 신동엽

주연 : 김민준, 곽지민

 

 

신동엽 감독을 믿었다.

 

'가벼운 영화가 보고 싶어'를 외치며 몇 주전에 [통통한 혁명]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가벼운 영화일지라도 영화의 완성도가 부족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90분]을 봤습니다. 신인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영화의 짜증을 더욱 증폭시켰던 [통통한 혁명]과는 달리 [90분]은 주상욱과 장미인애라는 어느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기에 제게 에로틱 스릴러의 재미를 안겨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신인 박선욱 감독의 미숙한 연출력은 제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웨딩스캔들]을 봤습니다. 김민준, 곽지민이라는 배우의 조합은 신인 배우들을 내세운 [통통한 혁명]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고, 하지원, 김재원 주연의 코미디 [내 사랑 싸가지]를 연출했던 신동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90분]처럼 미숙한 연출력이 기대감을 무너뜨릴 걱정도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저는 신동엽 감독을 믿은 것입니다.

 

위장 결혼! 형부와 처제의 사랑?

 

[웨딩스캔들]은 로맨틱코미디라는 보편적인 장르를 표방하면서 소재만큼은 꽤 독특합니다. 이 영화가 전면으로 내세운 소재는 바로 위장결혼입니다. 사실 위장결혼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리 새로운 소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피터 웨어 감독과 제라르 드 빠르디유, 앤디 맥도웰이 주연을 맡은 [그린 카드]를 시작으로 꽤 많은 영화들이 위장 결혼을 로맨틱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웨딩스캔들]의 소재가 독특하다고 한 이유는 위장결혼이라는 소재 위에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엊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야동도 아니고,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니... 이거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연인즉 이러합니다. 대책없는 백수 기석(김민준)이 돈을 벌기 위해서 2년 전, 연변에서 온 정은(곽지민)이 국내 체류할 수 있도록 위장결혼을 해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출입국관리국에 체포되어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결국 그녀의 쌍둥이 동생 소은(곽지민, 1인 2역)이 기석을 찾아와 기석과 정은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소은이 정은의 대역을 맡아서 말입니다.

 

소재는 발칙한데 표현은 참 착하다.

 

아무리 정은을 구하기 위한 연기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소은은 법적으로 자신의 형부인 기석과 함께 모텔에 들어가 가짜 섹스 동영상을 찍어야 합니다. 그러한 소동극에 기석의 친구들과 모텔 주인 아주머니까지 가세하며 기석과 소은의 섹스 동영상 사건은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기석과 소은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웨딩스캔들]은 아무리 법적인 관게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기석과 소은의 사랑을 통해 소재의 발칙함을 잘 살려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동엽 감독은 그러한 발칙한 소재가 부담이 되었던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이외로 영화는 매우 착하게 흘러갑니다. 착해도 너무 착하게 말입니다. 그럴려면 굳이 왜 발칙한 소재를 꺼내들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말입니다.

 

결국은 그냥 평범한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오프닝은 대책없는 찌질이 기석의 일상을 애니메이션화해서 보여줍니다. 정말 전형적인 찌질한 백수의 모습 그대로더군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찌질이 기석은 성인군자가 됩니다. 매력적인 여자와 모텔방에 벌거벗고 누워 있으면서도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정은을 구하겠다는 본분에 충실합니다.

나중에는 소은을 보면 자신의 늦동이 동생이 생각난다는 멘트까지 날려주십니다. 영화 오프닝의 찌질한 백수 기석은 온데간데 없고, 남성의 동물적 본능을 자제하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현됩니다. 겉은 번지르하지만 술 만 먹으면 이성을 잃고 자신의 딸과도 같은 어린 여성들을 범하려 하는 요즘 뉴스 속의 성추행 남성들과 비교한다면 기석은 매너남 중의 매너남인 셈입니다.

결국 [웨딩스캔들]은 백수지만 멋진 남자 기석과, 법적 형부에게 섹스 동영상을 찍자고 제안하는 당돌녀지만 언니를 생각하는 착한 여성 소은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는 매우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정석의 길을 걸은 영화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