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옥
주연 : 판빙빙, 양가휘, 동대위, 금연령
공산주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저는 막연하게 중국하면 공산주의가 먼저 생각납니다. 소련이 1991년 해체되면서 이제 몇 남지 않은 공산국가 중 가장 강력한 국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렇다면 공산주의는 무엇일까요? 모두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공산주의는 바로 사유재산을 부정하여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하여 빈부의 격차를 없애려는 사상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공산주의의 기본적인 사상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산주의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경우는 빈부의 격차가 너무 커서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100'이라는 사유 재산을 100명이 나누는데 있어서 힘있는 10명이 '90'을 가져가 버리니 남은 '10'을 가지고 90명이 피튀기게 경쟁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인 셈입니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100'이라는 사유재산을 100명이 공평하게 '1'씩 나눠갖자고 하는 거죠. 그러나 문제는 그 누가 '100'을 공평하게 나눠줄 것인가? 입니다. 결국 '100'을 나눠주는 이에게 절대적인 권력이 부여되어 공산주의는 독재라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다시말해 끝없는 욕심을 갖고 태어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 때문에 공산주의는 이론만 가능한 불가능한 사상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베이징은 지금...
[로스트 인 베이징]은 바로 그러한 공산주의 국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공산주의의 모습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은 바로 이러한 사회주의적 자본주의의 현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로스트 인 베이징]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핑궈(판빙빙)은 베이징에서 발마사지 샵의 직원입니다. 그녀는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닦고 있는 안쿤(동대위)과 동거하는 사이입니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했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핑궈가 샵의 사장인 린동(양가휘)에게 강제로 겁탈을 당하고, 그러한 장면을 안쿤이 우연히 보게 되면서 핑궈와 안쿤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찌질한 그 남자 안쿤
사랑하는 아내가 돈 많은 사장에게 겁탈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안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않으면 개인적으로 복수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안쿤의 반응이 이상합니다. 그는 '핑궈는 내 부인이다.'라며 린동 앞에서 절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린동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이유로 2만 위엔을 요구합니다. 2만 위엔은 우리나라 돈으로 4백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린동이 돈을 주지 않자 이번엔 린동의 부인인 왕메이(금연령)를 찾아가 돈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왕메이는 린동에게 복수를 하고 싶으면 린동이 했던 것처럼 린동의 아내인 자신을 겁탈하라며 오히려 안쿤을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데 이용합니다.
이쯤되면 안쿤에게 '어떻게 사내자식이 저렇게 찌질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핑궈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된 안쿤은 자식이 없는 린동을 찾아가 아이의 양육권을 주는 댓가로 다시 10만 위엔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2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그는 자신의 자식마저 팔아버린 것입니다.
그는 돈을 얻었다.
이후 [로스트 인 베이징]은 이상한 네 남녀의 이야기를 펼칩니다. 핑궈는 아들을 낳은 후, 자신을 겁탈한 린동의 집에서 자기 아들의 유모 역할을 합니다.(가끔은 식모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왕메이는 린동과 핑궈의 사이를 질투하면서 돈 많은 남편을 잃게 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핑궈를 겁탈하고 왕메이에게 자신의 불륜 행적을 들킨 린동은 뭐가 그리도 떳떳한지 오히려 희희낙락합니다.
가장 웃긴 것은 안쿤입니다. 그는 갖 태어난 아이의 혈액형을 바꿔 핑궈가 낳은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린동의 아들인 것을 꾸며 돈을 챙기고는 자신이 2만 위엔으로 팔아넘긴 핑궈와 10만 위엔으로 팔아넘긴 자신의 아들 곁을 떠아니 못하고 맴돕니다.
어떤 분은 그러한 안쿤의 행동을 블랙 코미디라고 표현하더군요. 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안쿤의 행동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몇 번 헛웃음을 지었으니까요. 분명 이 찌질한 남자는 돈을 얻었습니다. 겁탈당한 핑궈와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팔아서 말입니다.
그들이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를 보며 안쿤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라는 욕지거리가 튀어 나옵니다. 그가 내 앞에 있으면 '제발 사람처럼 살아라.'라고 충고라도 해주고 싶습니다. 고작 12만 위엔을 받아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핏줄을 팔아버린 안쿤. 그는 돈을 얻었지만 인간성을 잃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로스트 인 베이징]입니다. '100'을 100명의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겠다며 시작된 중국의 공산주의는 결국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뀌어 자본주의 경제에 충실합니다.
그 결과 돈이 많은 린동은 온갖 악행을 저질렀어도 떳떳하게 잘 살고, 돈이 없는 핑궈는 린동의 악행의 피해자이지만 오히려 안쿤에게 비난당하고, 린동에게 아들을 빼앗기고 유모 역할만 해야 합니다.(왕메이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합니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 베이징의 오늘은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당이 독재를 펼치고 있는 공산주의의 단점과 빈부의 차이라는 자본주의의 단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입니다.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표방한 중국의 수도 베이징... 그렇다면 과연 베이징이 진정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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