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통통한 혁명] - 무리한 다이어트보다 폭식으로 인한 살찌우기가 더 큰 문제 아닌가?

쭈니-1 2012. 9. 3. 14:38

 

 

감독 : 민두식

주연 : 이소정, 이현진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나다.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매력적인 선남선녀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며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라는 환상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것이 로맨틱 코미디의 진정한 재미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통통한 혁명]은 제게 최악의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어?'라는 불쾌한 감정을 느꼈고, 영화가 시작한지 40여분이 흐른 뒤에는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사랑 이야기가 언제 끝나나 몇 번이고 시계를 들여다 봤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통통한 혁명]의 주인공인 도아라(이소정)는 매력적이기는 커녕 제겐 혐오스러울 정도로 최악이었으며, 도아라가 그토록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 주인공 강도경(이현진) 역시 제 눈에는 싸가지 없는 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매력이 없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심각했는데, 여성의 S라인에 대한 강박을 로맨틱 코미디로 풀고자 했던 의도는 신선했으나 그 표현 방식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내적 매력이 없다면 외적 매력도 없다.

 

민두식 감독은 분명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만만하게 본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배우와 잘생긴 남배우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들의 티격태격 사랑 이야기를 전개시키면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라 편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그 결과 훈훈한 마스크를 자랑하는두 신인 배우 이소정과 이현진을 캐스팅했습니다. 네, 인정합니다. 이 두 배우는 정말 훈훈하게 생겼더군요. 하지만 연기력은 바닥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이소정의 연기력은 두고 두고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소정이 연기한 캐릭터인 도아라는 자칫 잘못하면 전혀 매력이 없는 캐릭터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녀는 완벽에 가까운 S라인을 자랑하는 톱모델입니다. 하지만 모델로서의 프로 의식이 결여되었고, 뚱뚱한 사람을 보면 그 앞에서 면박을 줄 정도로 내적 매력은 영 꽝입니다.

가끔 결여된 매적 매력을 외적 매력으로 메꾸고, 사랑을 통해 점차 내적 매력을 키워 나가는 캐릭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려면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기엔 이소정의 연기력은 한계를 드러냅니다. 신인 배우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결국 이 영화의 안일한 캐스팅이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큰 재미를 잃게 만든 셈입니다.

 

그녀의 사랑이 문제

 

[통통한 혁명]의 주인공인 도아라가 전혀 매력이 없었던 것은 이소정의 연기력 탓이 큽니다. 그녀는 도도하면서도 거만한 S라인 모델 도아라가 되기에도 부족했고, 사랑을 위해 자신을 일을 포기하는 D라인 통통녀 도아라가 되기에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도아라의 사랑을 풀어 나가는 방식입니다. 도아라의 사랑이 공감되지 않으니 캐릭터가 매력없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도아라와 강도경은 여느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티격태격하면서 첫 만남을 가집니다. 하지만 도아라는 강도경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인데, 정체불명의 점쟁이(이재용)의 한마디에 '혹'한 도아라는 강도경의 배경을 듣고는 자존심을 버리고 강도경에게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도아라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기 보다는 자신보다 배경 좋은 남자에게 기대려는 속물 근성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그래서 모델로서의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S라인 몸매를 강도경이 좋아한다는 D라인 몸매로 바꿔도 도아라의 적극적인 사랑에 박수를 치고 싶기는 커녕 좋은 남자 하나 물어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추한 꼴만이 보입니다.

특히 강도경이 도아라에게 스테이크 20인분을 먹으면 사귀어 주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은 정말 그 동안 수 많은 로맨틱 코미디를 봤지만 그 중에서도 최악의 장면입니다. 도아라가 자기 자신의 자존심을 내버리고 스테이크 20인분을 먹는 장면에서는 너무 짜증이 나서 영화 보기를 중단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린 그녀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다이어트가 문제라고? 폭식으로 인한 살찌기가 더 큰 문제다.

 

물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 의식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모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거식증에 걸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모델의 이야기가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상황에서 [통통한 혁명]은 '여성들이여! 몸무게의 굴레에서 벗어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저도 충분히 공감하고,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물론 1996년 [코르셋]에서도 그러한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후에는 감히 그러한 이야기를 영화화하지 못했었습니다. 오히려 [미녀는 괴로워]처럼 그 반대의 이야기만 했었죠.

문제는 그러한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도아라는 강도경의 여자가 되기 위해 D라인 몸매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이후 폭식을 하기 시작합니다. 영화에서는 2주일 만에 50Kg도 안되던 그녀의 몸무게가 70Kg이 되는 걸로 나옵니다. 2주 만의 20Kg 폭풍 증량. 과연 정상적인 걸까요?

물론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문제는 심각합니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폭식으로 인한 살찌우기 역시 무리한 다이어트 못지 않게 건강에 해롭습니다. 영화 속의 도아라처럼 먹는다면 머지않아 건강에 이상이 올 것이 분명합니다.

 

도대체 매력적인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통통한 혁명]의 문제는 하나, 두개가 아닙니다. 영화 자체가 커다란 문제 덩어리로 똘똘 뭉쳐져 있습니다. 신인 배우들의 연기력도 기대 이하이고, 그들의 연기력이 바닥이니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여주인공이 스펙 좋은 남자를 물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막무가내로 살을 찌우는 것도 웃기고(그녀는 자신이 진정 원한 것이 모델 일이 아니라고 고백했지만 이 영화 그 어디에서 도아라가 모델 일로 고민하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대 여성의 다이어트 열풍에 일침을 가하는 영화의 주제는 더더욱 어이없습니다. 다이어트 열풍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고작 내민 것이 폭식에 의한 살찌우기라니... 영화 중간에 나오는 만화와 같은 장면과 뮤지컬 장면등은 느닷없어서 유치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제가 [통통한 혁명]을 본 이유는 최근 [이웃 사람], [움] 등 조금은 무거운 영화를 봤기 때문에 가벼운 영화로 머리나 식히려 했는데, 오히려 [통통한 혁명]을 보고나니 아직도 이런 어이없는 로맨틱 코미디가 있다는 점에서 화가 나고 가슴만 답답했습니다. 역시 기분 전환은 영화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영화로 해야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