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프렌즈 : 몬스터섬의 비밀] - 괴물은 정말 무서운 존재일까?

쭈니-1 2012. 9. 3. 11:06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더빙 : 김서영, 이장원, 엄상현

 

 

괴물이 무서워 잠 못이루는 웅이

 

지난 토요일 밤. 저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던 웅이. 웅이를 재우기 위해 제가 해주는 이야기(요즘은 [토탈 리콜]을 제 나름대로 각색해서 웅이에게 해주고 있답니다.)를 다 들은 이후에도 웅이는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왜이리 잠을 자지 못하냐고 묻는 제게 웅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낮에 대형 서점에서 우연히 본 괴물 도감에 나온 그림이 너무 무서워 눈을 감으면 자꾸 생각이 난다는 것이죠. 저를 닮아서인지 상상력이 풍부하고, 겁이 많은 웅이. 하긴 생각해보면 저 역시 어린 시절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제 머리속에 그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이 되어 잠못이루게 하곤 했었습니다.

저는 웅이에게 괴물은 결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그림 속의 괴물이 무섭게 보이는 것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라고 웅이를 안심시켰죠. 사람은 저마다 무서워하는 것이 있는데 그렇게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욱 무섭게 보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잘 이해했는지 웅이는 곧바로 새근새근 잠이 들더군요.

 

이 영화를 만난 것은 운명이다.

 

그 다음날 제가 웅이에게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을 보여 준 것은 결코 전날 밤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웅이가 환절기 감기에 걸린 탓에 주말인데도 외출이 불가능해서 집에서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를 찾는 도중 우연히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을 발견한 것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놀랍게도 전날 밤의 이야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은 200년 전 인간과의 전쟁에서 패한 몬스터들이 숨어 사는 섬을 배경으로 인간인 코타케와 몬스터인 나키, 군조의 우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인간들은 몬스터 섬의 괴물들을 두려워합니다. 몬스터 섬의 괴물들이 200년 전의 전쟁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기에, 수천, 수만의 괴물들이 인간들의 마을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한 공포심은 괴물들이 인간을 잡아 먹는다는 괴담으로 확대 재생산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간들의 두려움과는 달리 몬스터 섬의 괴물들은 버섯만 먹고 사는 착하고, 어리숙한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인간이 몬스터 섬을 공격해 올 것이라 두려워하며 코타케를 인질로 잡고 그러한 코타케를 감시하고 돌봐주는 임무를 나키에게 부여합니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아류작은 아니었다.

 

인간들에게 부모를 잃은 나키는 인간을 증오하지만 코타케와 함께 생활을 하며 우정을 쌓게 됩니다.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은 얼핏 보면 [몬스터 주식회사], [아이스 에이지]를 연상시킵니다.(이 영화의 개봉 당시 제가 웅이와 극장에서 안 본 이유가 바로 [몬스터 주식회사]의 아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영화 자체는 이 두 영화를 합친 것으로 그다지 특별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중반부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코타케가 어머니의 폼으로 돌아가고, 나키가 코타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코타케를 만나러 가면서 영화는 점점 특별해 집니다.

나키를 향한 인간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두려움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나키가 '나는 코타케의 친구'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러한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나키를 위한 곤조의 우정도 눈물겨웠습니다. 나키보다 더 무서운 존재를 만들어내서 나키를 향한 인간들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들에겐 곤조의 방법은 특효약인 것이죠.   

 

괴물은 정말 무서운 존재일까?

 

영화가 끝나고 웅이에게 물었습니다. '이래도 어제 낮에 본 괴물 그림이 무섭니?' 웅이는 제 물음에 씩 웃으며 '아니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괴물 따위가 아닙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들의 무조건적인 두려움, 공포. 그로 인해 확대 재생산되는 집단 광기에 의한 폭력이 정말 무서운 것이 아닐까요? 우리 인간들은 이성이 있기 때문에 본성만 있는 짐승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두려움, 공포심은 그러한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웅이가 그러한 것들까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괴물은 결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이 영화는 충분히 저희 가족에게 의미가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이제 웅이는 괴물 그림이 무서워 잠 못이루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