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오스카 요나손, 토비 젠켈, 군나르 칼손
더빙 : 하하, 최효종, 김원효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안 본 이유
2012년의 계획이 20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인 웅이. 그러한 웅이의 계획을 지켜주려면 극장에서 개봉하는 웬만한 애니메이션은 거의 봐야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웅이와 열심히 극장 나들이를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웅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는 경우가 방학 시즌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웅이의 계획을 이뤄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에 개봉한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은 웅이가 보고 싶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너무 자주 웅이와 극장 나들이를 갔기에 자제한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분위기로 변형시킨 영화의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화도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북유럽 신화마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닮아가는 것이 저는 좋게 생각되지 않았고, 웅이에게 신화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미 학교에서 봤다더라.
그렇게 일부러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을 웅이에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몇 주전에 학교에서 이 영화를 보여줬다고 하네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앞부분만 봤다며 웅이가 아쉬워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영화도 보여주나 봅니다. 제 초등학생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
시간이 부족해서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을 보다가 말았다는 웅이를 위해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오전에 극장에서 [늑대아이]를 보고와서 오후에는 집에서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을 봤답니다. 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웅이에게 보여주다니... 뭐 가끔은 그런 날도 있어야죠.
나는 그리스 로마 스타일 + 디즈니 스타일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은 아이슬란드의 애니메이션입니다. 북유럽에 속한 아이슬란드가 자신들의 신화를 영화화한 것이죠. 할리우드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각색해서 영화화한 것이 아닌 북유럽 국가에서 영화화한 것인 만큼 우리에겐 낯선 북유럽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의 야심은 북유럽 신화를 세계의 영화팬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야심은 흥행이었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은 낯선 북유럽 신화 특유의 색깔은 모두 배제된채 세계 관객의 입맛에 맞게끔 자기 마음대로 각색됩니다.
그 결과 오딘은 제우스처럼 바람둥이가 되어 있었고, 토르는 헤라클레스처럼 인간 여성과 오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의 영웅이 되어 버렸습니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 접목물인 것이죠.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일도 접목시킵니다. 평범한 청년 토르가 영웅으로 성장한다는 영화의 기본적인 내용은 1997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헤라클레스]를 연상시키고, 토르의 무기인 묠니르를 수다쟁이 망치로 만듬으로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우스꽝스러운 코믹 캐릭터를 노골적으로 따라합니다. 그 결과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은 머나먼 이국땅인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고, 흥행에 어느정도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개콘 스타일~
북유럽 신화의 이국적인 풍취를 포기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 + 디즈니 스타일로 제 멋대로 각색된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 그런데 여기에 국내 수입사가 아예 개그 콘서트의 유행어를 덧붙여 버렸습니다. 그 결과 저는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을 보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북유럽 신화를 토대로한 애니메이션인지, 아니면 개그 콘서트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너무 과도한 개콘 스타일의 유행어 남발이 불러온 참사인 것입니다.
물론 웅이는 즐기워하더군요. 영화를 보며 즐거우면 된거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씁쓸했습니다. 세계인 수 많은 문화가 있고, 그들 문화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웅이에게 그런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국내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의 거의 대부분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서 영화만으로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 전시회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웅이와 함께 관람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슬란드라는 낯선 나라에서, 북유럽 신화라는 그들 특유의 신화를 영화화한 애니메이션이,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버리고 다른 보편적인 색체를 띄고 있다는 것이 참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국내에서는 아예 유명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남발하며 어쩌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를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색체가 철저하게 지워져버렸습니다.
웅이는 영화를 보며 즐거워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슬란드의 문화와 북유럽 신화를 웅이에게 알려줄 기회를 박탈당한 저는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이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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