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호빗 : 뜻밖의 여정] - 나의 가족도 새로운 여정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쭈니-1 2012. 12. 17. 11:47

 

 

감독 : 피터 잭슨

주연 :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리차드 아미티지

개봉 : 2012년 12월 13일

관람 : 2012년 12월 16일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정확히 9년만에 나의 두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이야기하자면 오늘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만큼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제게 유일한 '내 인생의 영화'이며, 제가 여러번 본 몇 안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마지막인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을 극장에서 본 것이 2003년 12월 17일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2012년 12월 17일이니 정확히 만으로 9년 전의 일입니다. 9년 전의 저는 이 위대한 시리즈가 끝이 났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러한 후유증은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롤로지 DVD를 선물로 받은 덕분에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긴 했지만, [반지의 제왕]의 후예를 자처하는 새로운 판타지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고 실망감을 느낄 때마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제 그리움은 더욱 더 커져가기만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감독인 피터 잭슨은 그러한 제 아쉬움을 달래 주듯이 9년 만에 새로운 여정을 선물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프리퀼인 [호빗]의 제작 소식을 알린 것입니다. [호빗]은 과연 어쩌다가 모험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호빗 종족의 빌보 배긴스(이안 홈)가 절대 반지를 손에 넣었는지에 대한 여정을 그렸습니다.

 

[호빗]의 첫번째 이야기인 [호빗 : 뜻밖의 여정]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저는 몇 달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롤로지 DVD를 다시 감상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을 다시 보는 것으로 준비가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의 관람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판타지 세계의 여정을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의 경우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친구와 어쩔 수 없이 함께 했지만,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에서부터는 구피가 함께 해줬기에 더욱 특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빗]의 여정에는 새로운 동료가 새롭게 가세했습니다. 바로 웅이입니다. [반제의 제왕 : 왕의 귀환]이 개봉할 당시 갖난아기였던 웅이는 이제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어엿한 소년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자! 준비는 마쳤습니다. 웅이와 함께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롤로지 DVD를 함께 감상하며 새로운 판타지 세계인 중간계에 대한 적응을 마쳤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시사회에 초대가 되었지만 여정을 함께 할 새로운 동료인 웅이를 위해 시사회도 포기했고, 웅이의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려 영화가 개봉한지 나흘째인 일요일에서야 [호빗 : 뜻밖의 여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쭈니와 구피, 그리고 웅이의 새로운 여정이 드디어 시작된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팬을 위한 피터 잭슨의 서비스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빌보 배긴스(이안 홈)의 111번째 생일로 떠들석한 샤이어. 빌보 배긴스는 조카인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에게 60년 전 자신이 뜻밖에 떠난 여정을 글로 남깁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로 시작됩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빌보를 연기한 이안 홈을 대신하여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는 마틴 프리먼이 빌보를 연기했기 때문에 저는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 [반지의 제왕]에 대한 추억의 그림자는 간달프의 이안 맥켈런 외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피터 잭슨 감독은 이안 홈의 빌보와 프로도를 영화의 첫 장면부터 등장 시킴으로서 [반지와 제왕]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선사합니다. 프로도를 저희 집의 작은 TV 화면이 아닌,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다시 보게될 줄이야...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 [반지의 제왕]의 추억의 그림자는 이안 홈의 빌보와 프로도를 다시 만나는 것 외에도 많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이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도 연출을 이어나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간달프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장면이 저는 반가웠습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에서 리벤델로 떠나는 빌보가 절대반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자 간달프는 자신의 모습을 위협적으로 보이게 함으로서 절대 반지에 대한 빌보의 욕심을 꺾습니다.

제가 상당히 인상 깊게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작은 호빗 족에게 간달프는 자신의 모습을 크게 보이게끔 함으로서 빌보를 위축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킵니다. 겉보기에는 '허허실실' 성격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간달프이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뜻을 관철한 것입니다.

그러한 장면은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도 나옵니다. 빌보가 이번 여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난쟁이들 앞에 간달프는 자신의 모습을 크게 보이게 함으로써 다시금 난쟁이들을 위축시키고 자신의 뜻을 관철합니다. 호빗족과 난쟁이족의 키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반지의 제왕]의 추억을 떠올라 미소짓게 하는 장면입니다.

그 외에도 위기의 순간 간달프가 나비의 메신저로 해서 독수리를 부르는 장면은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에서도 나왔던 장면입니다. [반지의 제왕] 팬에겐 익숙한 요정의 세계인 리벤델이라던가,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크리스토퍼 리), 요정족의 앨론드(휴고 위빙),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의 등장 역시 [반지의 제왕]의 팬으로서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새로운 여정에 새로움이 빠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반지의 제왕]의 추억의 그림자로만 채워진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저와 같은 [반지의 제왕] 팬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새로운 여정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죠.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팬을 위한 서비스를 잊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여정을 위한 새로움으로 영화를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새로움은 난쟁이족의 부각입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족, 요정족은 다수의 캐릭터가 나왔지만 난쟁이족은 김리만이 출연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는 13명의 개성이 각기 다른 난쟁이족이 여정을 주도합니다. 이들을 통해서 왜 김리와 레골라스가 초반에는 그토록 티격태격했는지, 난쟁이족과 요정족의 사이가 나빠진 이유도 알게 되었고, 유쾌하면서 고집이 강하고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난쟁이족의 특성을 더 세밀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조금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난쟁이족을 [호빗 : 뜻밖의 여정]을 통해 비로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9년 만의 난쟁이족에 대한 이해인데... [호빗 : 뜻밖의 여정]은 이렇게 [반지의 제왕]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을 통해 새롭게 부각된 것은 난쟁이족 뿐만이 아닙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어둠의 제왕 사우론의 소모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오크족은 [호빗 : 뜻밖의 여정]을 통해 그 오명을 벗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 오크족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특히 오크족의 두목이자, 난쟁이족의 왕국인 에레보르의 왕자 소린(리차드 아미티지)과는 철천지 원수지간인 아조그의 카리스마는 대단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반지 원정대와 사우론의 대결로 인하여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오크족의 위력이 [호빗 : 뜻밖의 여정]에 와서야 제대로 그려진 셈입니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와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 외에도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는 갈색의 마법사 라다가스트도 볼 수있습니다. 조금은 엉뚱한 이 마법사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특히 토끼 썰매를 타고 오크족을 유인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이 외에도 오크족과 닮았지만 오크족과는 또 다른 개성을 뿜어내는 고블린족의 등장과 역시 [반지의 제왕]에서는 사우론의 소모품에 불과했던 트롤에게 캐릭터를 부여한 점, 스톤 자이언트의 엄청난 위용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난쟁이족에게 에레보르 왕국을 강탈한 중간계의 마지막 화룡 스마우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점인데, 아마도 내년에 개봉 예정인 [호빗 : 데솔레이션 오브 스마우그]에서 그 위용이 첫 공개될 것 같습니다. 참아야죠. 9년을 기다렸는데... 그깟 1년은...

 

 

새로운 여정의 준비는 이제 끝났다.

 

2011년 12월에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에서도 그랬듯이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끝나자 여기 저기에서 '뭐야? 이렇게 끝이야?'라는 불평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3시간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러닝타임 동안 [호빗 : 뜻밖의 여정]은 새로운 여정의 준비만 마쳤기 때문입니다.

호빗족을 짐으로만 여겼던 소린은 빌보의 용기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진심을 다해 그를 동료로 받아들여 줬습니다. 수 많은 역경을 겪으며 그들은 난쟁이족의 빼앗긴 왕국 에레보르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고, 스마우그는 그제서야 황금더미 안에서 기나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다시말해 빌보와 간달프, 소린 일행의 여정은 이제서야 시작된 셈입니다.

피터 잭슨 감독은 [호빗 : 뜻밖의 여정]을 통한 이 기나긴 준비를 하며 옛 [반지의 제왕]의 팬들과 새로운 판타지를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에 충실합니다. 아마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옛 [반지의 제왕]의 팬을 위한 서비스일 것입니다.

 

빌보가 무시무시한 트롤 셋을 속여서 돌로 만든 일화, 골룸에게 절대반지를 빼앗고, 골롬과의 수수께끼 게임을 통해 미로와도 같은 골룸 동굴을 빠져 나온 일화 등, [반지의 제왕]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일화가 다른 에피소드보다 더욱 상세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판타지 여정을 기대한 분들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볼거리를 충족시켰고, 준비를 철저하게 함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어마어마한 모험을 예고했으니, 새로운 판타지 여정을 기대한 분들은 [호빗 :  데솔레이션 오브 스마우그]를 통해 피터 잭슨 감독의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냐고요? 이 성질 급한 분들 같으니라고... 9년을 꼬박 기다린 저도 있습니다. 9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1년 정도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1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즐겁게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기다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내게 가르쳐준 [반지의 제왕]

이제 [호빗]이 그 즐거움을 이어나갈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