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가디언즈] - 당신은 '가디언즈'인가? 부기맨인가?

쭈니-1 2012. 12. 3. 11:24

 

 

감독 : 피터 램지

더빙 : 크리스 파인(이제훈), 알렉 볼드윈(류승룡), 휴 잭맨(유해진),

         아일라 피셔(한혜진), 주드 로(이종혁)

개봉 : 2012년 11월 29일

관람 : 2012년 12월 1일

등급 : 전체관람가

 

 

동심의 유통기한은?

 

과연 여러분은,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들은 몇 살때까지 동심을 가지고 있었나요? 참 애매한 질문이죠? 동심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정의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가 언제까지 동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을 정확히 하고 있을 분들도 많지 않을 것이고, 어린 자녀들에게 '넌 아직 동심을 가지고 있니?'라고 묻기도 어려우니 자녀들이 몇 살때까지 동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동심에 대한 바로미터가 바로 산타를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 준다고 믿으면 아직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가 아닌 부모님이 마트에서 사다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동심을 잃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는 산타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의 동심을 건드린 영화입니다. 산타의 존재를 믿을지 말지, 갈림길에 선 한 소년이 산타 마을로 판타스틱한 여행을 하며 동심을 간직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가디언즈]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월리엄 조이스의 그림 동화 '가디언즈와 잠의 요정 샌드맨'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서양에서 동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동심계의 '어벤져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동심 아이콘인 산타는 물론이고, 이빨요정, 부활절 토끼, 그리고 잠의 요정 등이 동심을 지키는 '가디언즈'로 등장하여 동심을 파괴하려는 부기맨에 맞서 싸웁니다.

토요일 오후, 웅이와 [가디언즈]를 봤습니다. 오전에 '아빠와 함께 하는 박새집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기에 피곤했지만 동심을 자극하는 이런 애니메이션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웅이 나이는 이제 열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웅이가 아직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지... '넌 아직 산타 할아버지를 믿니?'라고 물으면 '그럼요.'라고 당연한 듯이 대답하는 웅이. 그러한 대답이 진심인 것인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노린 웅이의 고단수 거짓말인지 헷갈리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웅이가 [가디언즈]를 보고 굉장히 즐거워했다는 점입니다.

 

 

'가디언즈' 멤버를 소개합니다.

 

그럼 분격적인 [가디언즈] 영화 이야기에 들어가기 이전에 [가디언즈]를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산타는 잘 알고 있겠죠? [가디언즈]에서는 놀즈(류승룡)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산타 클로스는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인 성 니콜라스의 별칭입니다. 270년 소아시아 지방 리키아의 파타라시에서 출생한 성 니콜라스는 자선심이 지극히 많았던 사람으로 후에 미라의 대주교가 되어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그의 생전의 선행이 유래되어 산타 클로스라는 상상의 인물이 탄생되었다고 하네요.

부활절 토끼는 이름 그대로 부활절 때 부활 달걀을 가져다 준다는 토끼입니다. [가디언즈]에서는 버니(유해진)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부활절은 어떤 날일까요? 부활절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찬양하는 기독교의 축일입니다. 부활절에 달걀을 주는 이유는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그러한 달걀과 토끼가 결합해서 동심을 자극하는 부활절 토끼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죠.

이빨요정은 빠진 이빨을 새로운 이빨로 교환해주는 요정입니다. [가디언즈]에서는 투스(한헤진)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까치가 헌 이빨을 새 이빨로 전해준다고 하고, 프랑스에서는 생쥐가 새 이빨을 준다고 합니다. [가디언즈]에서 이빨요정과 생쥐의 영역다툼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조금 낯선 잠의 요정은 [가디언즈]에서 샌드맨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독일의 옛 전설에는 잠의 요정은 어린이의 눈에 모래를 뿌려 졸음이 오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샌드맨이 황금 모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셈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디언즈'의 새로운 멤버 잭 프로스트(이제훈)은 어떤 인물일까요?  잭 프로스트는 영국의 민간 전승에 등장하는 추위를 구현하는 서리의 요정입니다. 눈과 얼음을 만드는 요정으로 기본적으로 장난을 좋아하며 순진하고 아이 같은 성격이라고 하네요. 외로움을 잘 타고, 친구만들기를 좋아하는 잭 프로스트. 하지만 그의 몸에는 냉기가 많기 때문에 그의 몸에 닿으면 그대로 얼어 죽게 된다고 합니다. [가디언즈]의 잭 프로스트의 캐릭터와 매우 흡사한 편입니다.

그렇다면 동심을 파괴하려는 부기맨은 어떤 존재일까요? [가디언즈]에서는 피치(이종혁)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부기맨은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어떤 형태도 없이 단순히 부정형의 공포가 구체화 된 것이라고 합니다. 무서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은유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자! '가디언즈'의 현 멤버와 새로운 멤버, 그리고 '가디언즈'를 위협하는 부기맨까지 소개를 마쳤습니다. 이제 그들이 전해주는 동심의 모험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잭 프로스트의 성장담

 

[가디언즈]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려는 '가디언즈'와 동심을 파괴하려는 부기맨 피치의 전쟁을 다룬 판타지 영화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새로운 '가디언즈'의 멤버로 잭 프로스트가 선택되고, 잭 프로스트가 '가디언즈'가 되기까지의 성장담도 담고 있습니다.

앞선 단락에서 잭 프로스트를 잠시 소개했지만 사실 잭 프로스트는 산타, 부활절 토끼, 이빨요정, 잠의 요정과는 달리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가디언즈'에 어울리는 멤버는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산에서 얼어 죽은 사람들은 잭 프로스트를 만나서 죽었다고 할 정도이니, 그는 동심을 지켜주는 '가디언즈'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부기맨 피치와 더 잘 어울립니다.

[가디언즈]는 바로 그러한 점을 역이용합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잭 프로스트는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입니다. 그의 장난은 때로 도가 지나쳐서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도 하고, '가디언즈'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합니다. 부활절 토끼 버니가 잭 프로스트가 새로운 '가디언즈' 멤버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에 차라리 거북이가 더 낫다고 푸념할 정도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대한 절묘한 농담)   

 

피치는 잭 프로스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합니다. 동심을 위해 죽어라 일만 하는 '가디언즈'를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잭 프로스트는 피치의 꼬임에 넘어갈뻔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단순한 '가디언즈'와 피치의 전쟁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잭 프로스트의 존재는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셈입니다.

잭 프로스트라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통해 단순한 재미에서 벗어난 [가디언즈]는 이후에도 잭 프로스트의 성장담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잭 프로스트가 '가디언즈'가 되는 과정에서 잭 프로스트의 과거를 삽입한 장면입니다. 잭 프로스트가 서리의 요정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삽입함으로서 [가디언즈]는 잭 프로스트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영화에 이용하고 영화적 재미를 키웁니다.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다운 화려한 영상과 스펙타클한 화면은 덤입니다. '가디언즈'와 피치의 전쟁, 그리고 잭 프로스트의 성장담을 보는 동안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저 역시 동심에 흠뻑 빠져 신비로운 꿈의 모험을 했습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뻔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매력 때문에 매번 극장에서 놓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당신은 '가디언즈'인가? 부기맨인가?

 

[가디언즈]를 보고나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가디언즈'도 될 수 있고, 부기맨도 될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압니다. 북극에는 산타가 살고 있지 않고, 새로운 이빨은 이빨요정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며, 부활절에는 달걀을 숨기는 토끼 따위는 없다는 것을... 그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부기맨 역시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심과 어린이의 두려움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분명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어떠한 존재는 아니겠지만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것들을 만드는 것은 바로 어른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는 것 역시 어른이고, 아직은 나약한 어린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주는 것 역시 어른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가디언즈'가 될 수도 있고, 동심을 파괴하는 부기맨이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가디언즈]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이것은 어른을 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가디언즈]는 어른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가디언즈'인가요? 아니면 부기맨인가요?

물론 모든 어른들은 '가디언즈'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에 부기맨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웅이가 말을 안들으면 나도 모르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매를 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두려움으로 가르치려 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폭력을 담긴 뉴스를 볼 때마다 요즘은 부기맨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산타를 믿는 웅이의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저는 부기맨과 싸우는 '가디언즈'가 되어야 합니다. [가디언즈]를 보고 나오는 길. 과연 제가 웅이의 영원한 '가디언즈'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부기맨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P.S. 영화가 끝나고 너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5분 정도만 기다리면 사랑스러운 히든 영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기다림... 이것 역시 '가디언즈'의 덕목 중 하나입니다. ^^

 

  

'가디언즈'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당연하지 않은가?

동심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지키는 일인데 쉬울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