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브레이킹 던 Part 2] - Good bye, 오글거리는 영화적 재미여!

쭈니-1 2012. 11. 16. 11:15

 

 

감독 : 빌 콘돈

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러 로트너

개봉 : 2012년 11월 15일

관람 : 2012년 11월 15일

등급 : 15세 관람가

 

 

5년이라는 세월은 참 빠르더라.

 

지난 10월 저희 회사 창립 기념일 행사에서 저는 5년 근속상을 받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 회사, 저 회사로 옮겨 다니며 방황하던 제가 2007년 8월 6일, 지금의 회사에 처음 출근함으로서 정착을 한 셈입니다.

출근과 동시에 제게 관리부 팀장이라는 중책이 맡겨졌습니다. 이전의 회사에서는 실무 담당자로 업무 일선에 직접 나섰지만, 지금의 회사에서는 팀장으로 실무 담당자들을 관리하는 임무가 맡겨진 것입니다.  

처음에는 참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직접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닌,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 밑의 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기도 했고, 관리부 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저를 어려워하는 다른 부서 직원들과도 사이가 서먹했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큰 실수 없이 관리부 팀장 직책을 제법 잘 수행했다고 자평합니다.(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 안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회사 동호회를 만들어 다른 부서 직원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요.

제가 5년 근속상을 받던 날, 생산부 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세월 참 빠르다. 벌써 5년이 흘렀네. 처음 출근할 땐 어리버리하더니...' 저를 보며 껄껄 웃으시던 부장님을 보며 저도 '5년이라는 세월이 참 빠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기 횟수로 5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영화가 있습니다.  2008년 12월에 개봉한 [트와일라잇]은 훈남 뱀파이어와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영화로 개봉하자마자 여성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이후 2009년에는 [뉴 문]을, 2010년에는 [이클립스]를 통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재미를 선사하더니, 2011년 [브레이킹 던 Part 1], 그리고 2012년에 [브레이킹 던 Part 2]를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끝을 알렸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에 흠뻑 빠진 구피 덕분에 이 오글거리는 시리즈를 모두 챙겨본 저는 [브레이킹 던 Part 2]의 개봉일날 늦은 밤에 구피와 함께 보러 갔습니다. 이 영화가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하자 구피는 깜짝 놀라며 '벌써 마지막이야?'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벌써라니, [트와일라잇]이 개봉한지 5년이 지났는걸...'

[브레이킹 던 Part 2]를 본 후, 저와 구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5년이라는 세월의 이야기로 늦은 밤까지 회상을 이어갔습니다. 5년 전에는 아직 어린 아이였던 웅이는 이제 10살이 되어 듬직한 아들이 되었고, 30대 중반이었던 구피와 저는 5년이 흐르며 이제 막 40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5년. 하지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도 짧았던 5년.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동안 저희와 함께 해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오늘 저는 [브레이킹 던 Part 2]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 짧았지만 의미있었던 5년이라는 세월을 떠나 보내려 합니다.

 

 

고딩이었던 벨라와 에드워드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5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죠. [트와일라잇]은 어머니의 재혼으로 아버지와 함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게된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그곳에서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를 만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얼핏 평범한 하이틴 로맨스처럼 보였던 [트와일라잇]은 하지만 에드워드가 나이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라는 설정에서 기존의 하이틴 로맨스와 차별을 둡니다.

피에 대한 갈증을 인간이 아닌 짐승의 피로 대체하는 착한 뱀파이어 에드워드. 벨라는 그러한 에드워드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그와의 사랑을 멈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자신으로 인하여 벨라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에드워드가 벨라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뉴 문]은 에드워드가 떠난 이후의 벨라를 보여줍니다. 벨라는 실연 당한 이들이 그러하듯이 울부짖으며 떠난 사람을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쯤 근육질의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벨라는 에드워드와 제이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합니다.

벨라에게 '어장관리녀'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안겨준 [뉴 문]. 하지만 그것은 잘 생긴 훈남 뱀파이어와 근육질의 짐승남 늑대인간의 사랑을 모두 독차지하는 벨라에 대한 여성 관객들의 시기가 묻어있었습니다. 그만큼 [뉴 문]의 여성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확실하게 건드린 셈입니다.

 

최강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재미를 선보였던 [뉴 문]이후 [이클립스]는 액션에 좀 더 방점을 찍습니다.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빅토리아가 뱀파이어 군대를 만들어 복수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클립스]는 벨라와 에드워드, 그리고 제이콥의 삼각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삼각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브레이킹 던 Part 1]에서였습니다. 벨라가 에드워드와 결혼하며 제이콥은 더이상 벨라를 마음에 둘 수 없게 됩니다. (영화를 막장 불륜 드라마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은 모든 갈등의 끝이 아닌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됩니다. 벨라가 에드워드의 아기를 갖게 되고, 뱀파이어의 아기를 갖게된 벨라가 죽음의 위기까지 맞이하게 되며 [브레이킹 던 Part 1]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벨라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가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고, 이별에 가슴아파하며 늑대인간에게 잠시 마음을 빼앗겼지만 결국 뱀파이어와의 사랑을 이루고, 이제는 반은 뱀파이어이고, 반은 인간인 새로운 종족의 아기를 잉태한 엄마가 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후다닥 지나갔지만 그러한 시간 동안 벨라는 굉장한 변화를 겪은 셈입니다.

 

 

이제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인 [브레이킹 던 Part 2]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벨라와 에드워드 사이의 딸인 르네즈미의 등장입니다. 반은 뱀파이어이고, 반은 인간인 르네즈미는 그동안 남녀간의 사랑에 집중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새롭게 변화시킵니다.

그렇습니다. [트와일라잇]이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벨라와 에드워드, 그리고 제이콥의 삼각관계를 거치면서 남녀간의 오글거리는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브레이킹 던 Part 1]에서부터는 부모가 된 벨라의 힘겨운 르네즈미 지키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브레이킹 던 Part 2]에서는 르네즈미를 지키기 위한 힘겨운 사투가 벨라 뿐만 아니라 에드워드와 컬렌가의 뱀파이어, 그리고 컬렌가의 리더인 칼라일의 친구들까지 가세해서 규모가 점점 커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르네즈미를 위협하는 적은 누구일까요? [트와일라잇]에서 제임스라는 단독 악당을 내세웠고, [이클립스]에서는 빅토리아의 뱀파이어 군단을 내세웠지만 그들은 애초부터 게임이 되지 않았습니다. 벨라에게는 컬렌과의 뱀파이어 뿐만 아니라 제이콥을 비롯한 늑대인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레이킹 던 Part 2]는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시리즈 사상 최강의 적을 마련합니다. 바로 [뉴 문]에서부터 관객들의 눈도장만 찍으며 간만 보던 볼투리가의 뱀파이어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브레이킹 던 Part 2]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액션을 자랑합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며 항상 '액션이 부족해.'라고 외쳤던 제게 [브레이킹 던 Part 2]는 마치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액션을 아껴두었다.'라고 자신 만만하게 선언하는 것 같았습니다.

빅토리아가 개인적 복수를 위해 급조했던 얼뜨기 뱀파이어 군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볼투리가의 군단의 위용은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볼투리가와 맞서기 위해 뱀파이어 친구들을 모으면서 이들의 전쟁은 거대한 스펙타클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어마어마한 전쟁은 시작됩니다. 5년 전, [트와일라잇]을 보는 그 순간부터 기다리고 기다렸던 스펙타클한 액션이 드디어 펼쳐진 것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저는 기대이상이었습니다. 불멸인 뱀파이어의 전쟁인 탓에 목을 뽑아 버려야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전쟁. 이들의 전쟁은 시리즈 전체를 걸쳐 익숙했던 수 많은 캐릭터들을 죽음으로 몰고갈 정도로 치열했고, 처절했습니다. 

설마... 저 캐릭터가 저렇게 죽다니... 저는 이 어마어마한 전쟁을 보며 속으로 끊임없이 놀라고 있었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분위기상 조연 캐릭터가 적당히 희생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했던 전쟁은 제 상상을 능가할 정도로 더욱 처참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절실함처럼 말입니다.

 

 

더이상 이런 오글거리는 재미를 맛볼 수는 없겠지?

 

물론 마지막 반전은 있습니다. 그러한 반전이 펼쳐질때 극장안 여기저기에서 '뭐야~'라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그러한 반전 덕분에 오히려 [브레이킹 던 Part 2]가 [트와일라잇]시리즈답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상외로 강력했던 마지막 전쟁을 직접 목격한 후의 반전이었기 때문에 반전의 힘은 막강했고, 또 허무했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을 보며 '액션이 더 필요해.'라고 외치면서도 재미있어 했고, [뉴 문]과 [이클립스]를 보면서는 손발이 오글거린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영화에 빠져 들었던 저는 [브레이킹 던 Part 2]에서는 허무한 반전이라며 야유를 쏟아내면서도 '[트와일라잇] 시리즈답다.'고 안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재미있다'와 '재미없다'의 감정을 제 마음 속에서 수십번 오고가며 저를 혼란에 빠뜨리는 영화를 저는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재미있으면 재미있다, 라고 딱 잘라 말하는 제가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이게 뭐야. 재미없어.'를 외쳤다가, 극장 밖을 나서면서는 '꽤 재미있네'라는 생각을 하다니...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동안 이 시리즈에 출연했던 캐릭터들이 마치 마지막 인사를 하듯이 관객 앞에 섭니다. 

영화가 끝난 시간이 새벽 12시 20분. 서둘러 집에 가야할 시간이었지만 구피와 저는 극장에 우두커니 앉아 그들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를 모두 받고 나서야 좌석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들을 떠나 보내는 것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물론 엄밀히 말한다면 저는 이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성 관객이 보기엔 너무 과도한 오글거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오글거림을 영화적 재미로 승화시켰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러한 분위기를 잊지 않았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제 영화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 '만족했다'보다 '만족하지 못했다'라는 문구가 더 많은데, 마지막으로 그들을 떠나보내는 제 마음은 왜 이리도 쓸쓸하고 아쉽기만 한 것일까요? 5년이라는 세월동안 제게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 [트와일라잇] 시리즈.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마 이런 오글거리는 재미를 맛보게 하는 영화는 다시는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떠나보내는 제 마음이 더욱 아쉬운가 봅니다.

 

 

Good bye! 벨라, Good bye! 에드워드, Good bye! 제이콥

그리고 Good bye, 오글거리는 영화적 재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