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프랑켄위니] - 이것이 바로 팀 버튼 스타일~

쭈니-1 2012. 10. 15. 14:58

 

감독 : 팀 버튼

더빙 : 찰리 타헨, 위노라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개봉 : 2012년 10월 11일

관람 : 2012년 10월 14일

등급 : 12세 관람가

 

 

웅이가 팀 버튼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을까?

 

2005년 11월의 어느날, 저는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유령신부]를 보러 가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구피는 '난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안볼래'라고 선언을 한터라 [유령신부]를 보기 위해선 혼자 극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은 (슬프게도) 혼자 극장에 가는 것이 일상화되었지만, 당시만해도 구피 없이 혼자 극장에 간다는 것은 낯선 일이었기에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극장 안으로 입장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 안에 들어간 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극장 안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들이 간간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팀 버튼의 영화라면 그로테스크한 영화를 먼저 떠오르던 제겐 어린 관객들이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보겠다고 극장 안에 앉아 있는 풍경 자체가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영화 시작후 몇 분이 지나자 '아빠, 무서워!'라는 어린 관객들이 칭얼거림이 제 영화 감상을 괴롭혔습니다.

당시 저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 어린 자녀들을 데려온 무지한 어른 관객들을 속으로 욕했습니다. 어린 자녀들을 극장에 데려가려면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이고, 어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인지 충분히 정보를 습득한 이후에 데리고 가야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들은 그러한 당연한 것들을 귀찮아서 안한 것입니다. 저는 웅이가 크면 나 또한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났습니다. [유령신부]이후 팀 버튼 감독이 두번째로 연출을 맡은 장편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가 개봉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은 그 사이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연출하며 이젠 성인 관객 뿐만 아니라 어린이 관객도 만족시킬 수 있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웅이에게 [프랑켄위니]를 보러 가자고 선뜻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으며, 특히 [프랑켄위니]는 팀 버튼 감독의 초기 단편 영화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인 만큼 팀 버튼 초기의 그로테스크한 부분이 고스란히 묻어날 가능성이 짙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흑백 애니메이션이며, 등급은 12세 관람가입니다. 아직 열 살인 웅이가 과연 팀 버튼 감독의 흑백 애니메이션의 그로테스크함을 잘 즐길 수 있을런지 걱정되었습니다. 7년 전 [유령신부]를 보며 '아빠, 무서워!'라던 어린 관객의 칭얼거림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웅이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보기 전에 상영한 [프랑켄위니]의 예고편을 보고는 '아빠, 저 영화도 보고 싶어.'라고 먼저 이야기해줍니다. 구피는 '웅이가 볼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저는 '이때다.'싶은 생각에 아버지 산소에 다녀와서 피곤한 일요일 오후의 휴식을 포기하고 웅이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화려한 색체의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아이들에겐 무리?

 

사실 웅이와 많은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봤지만 대부분이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서로 앞다퉈 화려한 색체와 아름다운 배경, 그림체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웅이가 본 영화들은 바로 그런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프랑켄위니]는 흑백입니다. 흑백의 아름다움을 알리가 없는 웅이에겐 분명 낯선 경험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게다가 괴기 영화의 전설격인 [프랑켄슈타인]을 팀 버튼 식으로 각색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보는 도중 웅이가 '아빠, 무서워!'를 외친다면 저는 주저없이 웅이를 데리고 극장 밖으로 나갈 각오를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그러한 제 우려와는 달리 웅이는 영화 속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몸을 앞으로 숙여 마치 영화 속에 빠져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영화에 집중하는 웅이. 빅터(찰리 타헨)가 자신의 애완견인 스파키를 살려내는 장면에서도 웅이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했습니다.

오히려 [프랑켄위니]를 보며 깜짝 놀란 것은 웅이가 아닌 저였습니다. 괴물 쥐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 분명 교실 문 뒤에 괴물 쥐가 튀어 나올 것임을 예상했으면서도 막상 튀어 나올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래 몸을 뒤로 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웅이와는 달리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제 옆 좌석의 20대 남성 관객의 모습이었습니다. 여친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온 듯이 보이는 이 남성 관객은 영화를 보며 계속 '피식'거리고 비웃더군요.

마치 '뭐 이런 유치한 영화가 다 있어.'라는 태도를 영화 시작한 이후부터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일관한 남성 관객. 그는 자신의 옆자리의 여친에게 '난 이런 유치한 애니메이션보다 좀 더 세련된 영화를 좋아해.'라고 어필하고 싶은 듯이 과도한 리액션을 보여 제 영화 감상을 방해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로테스크한 흑백 애니메이션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어린 관객인 웅이가 아닌 성인 관객인 제 옆의 20대 남성 관객이었습니다. 아직 많은 영화를 보지 못한 웅이는 디즈니의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팀 버튼의 흑백 애니메이션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선입견이 없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팀 버튼의 흑백 애니메이션 모두 웅이에겐 똑같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볼거리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수 많은 상업 영화에 물든 우리 성인 관객들은 그동안 자신이 즐기던 영화와는 다른 형식의 영화를 보게 되면 선입견에 휩싸여 거부를 하게 됩니다. 제 옆의 20대 관객처럼 '내가 접해보지 못한 영화는 유치한 영화'라는 판단을 쉽게 내리게 되는 것이죠. 그 남성 관객을 보며 저는 웅이가 저런 선입견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영화를 골고루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편 [프랑켄위니]와 같지만 달라진 이야기

 

웅이와 영화를 보게 되면 자꾸 제 영화 이야기가 웅이의 육아일기로 바뀌네요. 각설하고 이제 [프랑켄위니]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켄위니]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팀 버튼의 초기 단편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1984년에 만들어진 단편 [프랑켄위니]는 빅터라는 소년이 애완견을 사고로 잃게되자 전기를 이용하여 개를 살려 내는 부분까지는 이번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와 같은 진행을 보입니다. 그리고 중간 부분을 건너뛰고 마지막 부분에서 되살아난 개는 흉측한 외모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고 불이 난 풍차에서 개가 빅터를 구하는 장면까지 이 두 영화는 같은 스토리 라인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는 중간 부분에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단편을 장편으로 러닝타임을 늘린 탓도 있지만 중간 부분에 새로 추가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의 이야기를 더욱 다이나믹하게 만듭니다. 바로 동네 아이들이 빅터가 했던 방식대로 자신이 키우던 애완 동물들을 되살려내고, 그렇게해서 되살아난 동물들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 마을을 공격하게 되는 거죠. 웅이가 [프랑켄위니]를 보고 싶어했던 결정적인 이유도 예고편에 등장한 바로 그러한 중간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중간 부분의 소동극은 결정적으로 단편 [프랑켄위니]와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의 주제를 바뀌 놓습니다.

단편 [프랑켄위니]는 괴기 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프랑켄슈타인'의 팀 버튼식 이야기였습니다. 빅터에 의해 부활한 개는 흉측한 외모로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지만 그러한 개가 오히려 빅터를 구해내면서 영화는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꼬집어 냅니다. 팀 버튼식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시 사람들의 편견에 의한 희생물인 것입니다.

그와는 달리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는 좀 더 심도깊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 영화의 괴짜 과학 선생은 빅터에게 이런 충고를 합니다. '과학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그러한 과학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선과 악이다.'라고...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과학의 힘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학을 사용하는 인간의 이기심은 때로 재앙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과학 선생은 바로 그러한 과학의 양면성을 빅터에게 충고한 것입니다. 스파키가 너무나도 그립다는 빅터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다른 아이들은 과학 대회에서 우승을 하겠다는 욕심으로 동물들을 살려냈고, 그러한 욕심은 재앙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는 러닝타임을 50여분 가량 늘리면서 단편 [프랑켄위니]가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팀 버튼 스타일~

 

사실 [프랑켄위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영화가 왜 연소자 관람가 등급이 아닌 12세이상 관람가인지 영화를 보니 알겠더군요.([유령신부]는 연소자 관람가였습니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그로테스크합니다. 빅터의 친구들은 그 모습 자체가 무슨 괴물을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특히 에드가는 팀 버튼의 그로테스크함을 고스란히 내비칩니다. 에드가가 빅터를 협박하는 장면은 정말 섬뜩하더군요.

팀 버튼의 흑백 영화... 저는 가장 먼저 94년작 [에드 우드]가 떠오릅니다. 할리우드 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평가받는 에드워드 우드(조니 뎁)의 전기 영화였던 [에드 우드]는 아름다운 흑백 영화였습니다. 에드워드 우드 감독이 벨라 루고시(마틴 랜도)를 캐스팅하여 찍은 호러 영화들 장면조차도 저는 아름다웠습니다. 아마도 제가 흑백 영화를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 최초의 영화가 [에드 우드]였을 것입니다.(저는 흑백 영화 세대가 아니다보니 흑백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프랑켄위니]에서도 그런 아름다운 흑백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웅이에게 '[프랑켄위니]를 보고나면 흑백 영화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될거야.'라고 말해줬습니다. 웅이는 '흑백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가 있어요?'라고 제게 반문했지만...

 

하지만 [프랑켄위니]의 흑백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에드 우드]가 비록 최악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에 푹 빠져 있던 에드워드 우드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낸 것에 비해, [프랑켄위니]는 마치 숨이 조여오는 듯한 꽉 막힌 마을의 분위기와 그로테스크한 캐릭터의 모습을 섬뜩한 흑백으로 담아냈습니다.

영화 중반에는 마치 [그렘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을 정도로 [프랑켄위니]는 아이들이 볼만한 애니메이션보다는 과학의 혜택을 받고 살면서 과학을 등한시하는 꽉 막힌 어른들과, 과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개인의 이기심으로 사용하는 못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았습니다.

꽉 막힌 어른들로 인하여 숨이 조여오는 영화의 분위기는 흑백 화면과 잘 어울렸고, 개인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과학의 재앙은 흑백 괴수영화의 향취를 느끼게 했습니다. 처음엔 웅이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까 걱정하며 [프랑켄위니]를 봤는데, 어느순간 웅이보다는 영화 속에 푹 빠져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 이것이 바로 제가 그동안 흠뻑 뻐져 있던 팀 버튼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영상 속에 디즈니와 어울리는 교훈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니... 아무리 팀 버튼 감독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제가 팀 버튼 감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팀 버튼 스타일에 흠뻑 취해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웅이가 팀 버튼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제 웅이와 함께 팀 버튼의 영화를 즐길 날이 내게도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