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테이큰 2] - 그가 총을 집어드는 그 순간 모든 긴장감은 끝난다.

쭈니-1 2012. 10. 5. 11:52

 

 

감독 : 올리비에 메가톤

주연 : 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팜케 얀센

개봉 : 2012년 9월 27일

관람 : 2012년 10월 4일

등급 : 18세 이상 관람가

 

 

브라이언은 꼭 돌아와야 했는가?

 

2008년 4월...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 편의 영화를 만났습니다. 바로 [테이큰]입니다. 사실 저는 [테이큰]을 극장에서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액션 영화는 극장용보다는 안방용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피가 제게 예고도 없이 [테이큰]을 예매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별 기대없이 [테이큰]을 봤지만 영화를 본 이후 [테이큰]에 대한 느낌은 매우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뤽 베송 제작의 액션 영화는 항상 엇비슷한 내용에 별 특색이 없는 액션이라 생각했었는데, [테이큰]은 인신매매라는 충격적 소재가 덧붙여지다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졸이며 봤습니다.

4월 비수기에 개봉했던 [테이큰]은 우리나라에서 230만명이 넘는 흥행을 기록했으며, 미국에서도 1억4천5백만 달러라는 흥행 대박을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2천5백만 달러에 불과함을 감안한다면 월드와이드 2억2천6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테이큰]은 제작비의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영화인 셈입니다.

어쩌면 [테이큰 2]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테이큰 2]가 제작되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자체가 미스터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테이큰 2]는 2012년 9월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리암 니슨이 내한까지 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테이큰 2]. 그 결과 한국영화의 초강세 기간인 추석 시즌에 [광해 : 왕이 된 남자]에 이어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테이큰 2]를 보신 분들의 대부분이 1편에 비해 아쉽다는 평이 많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테이큰 2]를 구피와 함께 보려고 관람을 계속 미뤘던 저는 결국 명절 후유증으로 비실거리는 구피를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홀로 [테이큰 2]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그 결과 영화를 보기 전에 제가 우려했던 모든 것이 [테이큰 2]에 고스란히 펼쳐지는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테이큰 2]를 보기 전에 우려했던 것은 바로 인신매매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쓸 수 없는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테이큰]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인신매매라는 충격적 소재 덕이 컸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브라이언(리암 니슨)에게 감정이입이 된 저는 킴(매기 그레이스)이 악당들에게 짓밟히기 전에 구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느끼며 브라이언의 활약에 적극적으로 응원을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2편에서 또 다시 인신매매단에 의한 킴의 납치라는 소재를 꺼낼 수 없었던 [테이큰 2]는 다른 충격적인 소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테이큰 2]의 아킬레스건입니다.

 

 

인신매매단의 복수는 미지근했다.

 

[테이큰 2]가 인신매매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바로 복수입니다. 하지만 이 복수라는 소재 자체가 워낙 흔한 소재라서 그 파괴력은 전편에 비해 상당부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브라이언의 활약으로 거의 몰살당하다시피한 인신매매단의 복수라는 측면에서 1편과 연결되는, [테이큰 2]로서는 나름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인신매매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쓸 수 없는만큼 인신매매단의 복수는 매우 잔인했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충격적인 소재를 잊을 수 있을만큼 충격적인 액션으로 그 빈자리를 채웠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테이큰 2]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브라이언에게 죽음을 당한 인신매매단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테이큰 2]가 내세운 복수의 정당성입니다. 물론 악당이 내세운 논리이기에 그러한 복수의 정당성에는 헛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나몰라'라고 하며 자신들의 가족이 죽은 것에 대한 책임을 브라이언에게 묻는 인신매매단. 그들의 목적은 브라이언을 산채로 인신매매단의 소굴인 알바니아로 데려가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죠.

 

자! 여기에 첫번째 함정이 있습니다. 산채로 브라이언을 알바니아로 데려가겠다는 것, 그것이 바로 함정입니다.

우리는 이미 [테이큰]을 통해 브라이언의 능력을 목격했었습니다. 그는 전직 특수요원답게 일당백의 능력으로 인신매매단을 가차없이 처치했었습니다. 총을 쏘면 백발백중이요, 총이 없을 땐 맨손으로 적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를 죽이는 것도 힘이 드는데 산채로 알바니아로 데려가겠다니...

죽어라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브라이언을 산채로 데려가겠다며 뜸을 들이는 악당들. 그렇게 악당들이 뜸을 들이는 동안 극장안에 앉은 제가 느낄 긴장감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브라이언을 산채로 데려가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운 인신매매단. 그러는 동안 [테이큰 2]의 복수는 미지근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브라이언을 향한 복수를 통해 관객의 긴장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은 새로운 장치를 마련합니다. 바로 브라이언의 전부인인 레노어(팜케 얀센)를 인신매매단의 손에 남겨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레노어를 단번에 죽이지도 못하는 인신매매단의 너그러움(?)이 계속 펼쳐지는 동안 레노어로 인한 긴장감 역시 제대로 펼쳐지지 않습니다.

 

 

역할의 전복을 좀 더 활용했다면...

 

그나마 [테이큰 2]가 최악의 속편영화가 되지 않은 이유는 속편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살린 역할의 전복 덕분입니다.

[테이큰]에서 킴은 인신매매단에 납치됩니다. 브라이언은 킴을 구해야 하며 레노어는 집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테이큰 2]에서는 그러한 전편의 캐릭터 역할을 전복시킵니다. [테이큰 2]에서 인신매매단에 납치가 되는 것은 오히려 브라이언입니다. 인신매매단의 납치를 피한 킴은 이번엔 적극적으로 브라이언을 돕기 위해 나섭니다.

[테이큰 2]를 보며 유일하게 긴장감을 느낀 장면은 킴이 브라이언을 돕기 위해 브라이언이 납치된 장소를 알아내고 그에게 총을 전해 주는 과정입니다. 전편에서 납치되었던 나약했던 킴이 4년이 지난 [테이큰 2]에서는 오히려 납치된 브라이언을 돕는 당찬 여성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저는 아무 것도 할 줄모르는 킴이 브라이언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며 킴을 응원해야 했습니다. 브라이언에게 총만 쥐어 준다면 이 모든 상황은 끝날 것임을 알기에 브라이언에게 총을 쥐어주는 그 과정의 긴장감이 상당히 높았던 것입니다.

[테이큰 2]는 이렇게 브라이언과 킴의 역할을 전편에서 전복시킴으로서 속편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를 획득하는 영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러한 역할의 전복에 의한 재미를 그리 오래 끌고 가지는 못햇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역할의 전복 속에서 [테이큰 2]는 전편에서 킴의 역할을 해야할 새로운 나약한 캐릭터를 레노어에게 찾아냈고, 브라이언이 레노어를 구하는 장면을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배치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영화의 긴장감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테이큰 2]가 레노어를 배제하고, 납치된 브라이언과 그러한 브라이언을 구해야 하는 킴의 역할로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암튼 영화의 후반은 레노어를 구하기 위한 브라이언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후반부에서 [테이큰 2]는 갑자기 겉멋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뜬금없이 총을 버리고 맨몸 격투를 벌이기도 하고, 인신매매단의 두목에게 일장 연설을 펼치기도 합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굉장히 잔인한 복수를 펼칠 것처럼 보였던 이 두목은 후반부에는 덜덜 떠는 것 외에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합니다.

결국 [테이큰 2]는 브라이언이 총을 집어 드는 그 순간 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긴장감 역시 끝나 버렸습니다. 분명 브라이언과 킴의 역할 전복이라는 잠시 동안이나마 매력적인 전개와 극한의 긴장감을 이끌어 냈던 [테이큰 2]는 관객이 어느 부분에서 긴장감을 느끼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긴장감 부재의 마무리를 선택함으로서 미지근하게 막을 내린 것입니다.

별 기대없이 [테이큰]을 봤다가 충격적인 소재와 잔인한 액션으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저는 큰 기대를 안고 [테이큰 2]를 봤다가 복수라는 흔한 소재 속에 펼쳐지는 미지근한 액션에 실망한채 극장을 나서야 했습니다.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이라는 최강의 캐릭터를 구축한 이상

긴장감을 위해서 그를 좀 더 궁지에 몰아넣었어야 했다.

브라이언과 맞서기에는 악당들이 순진해도 너무 순진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