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 언제나 꿈을 간직하는 이들을 위해...

쭈니-1 2012. 9. 25. 11:44

 

 

감독 : 엔리케 가토

더빙 : 하하, 보라

개봉 : 2012년 9월 20일

관람 : 2012년 9월 23일

등급 : 전체 관람가

 

 

꿈이 이루어진다면?

 

어릴 적부터 위대한 고고학자를 꿈꿨지만 현실은 시카고의 평범한 벽돌공인 테드(하하). 그는 공사 현장에서도 보물찾기에 몰두하지만 그가 찾아낸 것은 언제나 쓸모없는 모조품일 뿐입니다.

그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생깁니다. 그와 친분이 있는 험버트 교수가 사고를 당하자 그를 대신하여 잉카 제국의 황금 도시를 찾아 떠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여정이 순탄할리가 없습니다. 잉카인들이 숨겨놓은 황금을 노리는 코포넌 일당이 테드가 가지고 있는 파이티티의 열쇠인 석판을 호시탐탐 노립니다. 게다가 페루에 도착해보니 라보프 박사는 이미 코포넌 일당에게 납치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테드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라보프 교수도 구하고 황금도시도 찾아야 하며, 코포넌 일당도 물리쳐야 합니다. 과연 평범한 벽돌공에 불과한 테드는 이 모든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까요?

 

토요일, 쭈구미 낚시를 다녀오느라 피곤했고, 쭈구미 샤브샤브를 먹겠다며 저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어머니와 누나 부부, 여동생을 위해 2시간이 넘게 운전하느라 기진맥진하여 주차장에서 대형 사고를 냈습니다. 그 바람에 제 차는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다행히 인명사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사건의 연속 속에서 다음날인 일요일의 제 상태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웅이와 함께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를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차는 공업사로...) 영등포 롯데 시네마로 향했습니다.

물론 오래 전에 이미 웅이와 이 영화를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도 했지만 제가 웅이에게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를 피곤을 무릅쓰고 보여준 이유는 웅이가 꿈을 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고학자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평범한 벽돌공인 테드. 그는 꿈을 멈추지 않았기에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메시지를 웅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꿈을 멈추는 순간 불행은 찾아온다.

 

제 영화 이야기에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웅이의 꿈은 고생물학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공룡박사입니다. 저는 그러한 웅이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고생물학자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서 그리 평범한 직업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웅이는 크면서 한계에 부딪치고, 현실과 타협을 하며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초등학생때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스토리를 창작하는 것은 잘 해도 캐릭터를 창작하여 그리는 것을 못했던 저는 쉽게 만화가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중학교때에는 소설가를 꿈꿨지만 이 역시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상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하며 포기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영화부 기자와 영화 전문 리뷰어를 꿈꿨지만 구피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취직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하여 역시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꿈 꾸기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블로그라는 공간에서라도 제가 원했던 영화 전문 리뷰어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제 꿈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제 부족한 영화 이야기를 읽고 댓글을 써주는 것만으로도 제 꿈은 이루어졌고, 지금 충분히 행복하답니다.

 

저는 웅이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벽돌공에 불과한 테드가 페루에서 멋진 모험을 하고 멋진 고고학자가 되는 이야기는 영화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웅이가 고생물학자의 꿈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현실적 문제로 고생물학자의 길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 발생해도, 꿈을 잃고 불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죠.

사실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를 보며 웅이가 그러한 메시지를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 자체는 솔직히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테드에게 미모의 여동료 사라(보라)를 붙여줌으로서 달달한 로맨스를 추가하고, 입담꾼 프레디를 통한 코믹 코드와 테드의 먹보 개인 제프, 사라의 말 못하는 앵무새 벨조니라는 동물 캐릭터를 내세워 어린이 관객을 공략합니다. 이 영화는 스페인의 애니메이션이지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이가 테드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주 작은 메시지라도 깨닫는다면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저와 웅이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따라한 특색없는 스페인 애니메이션일지, 아니면 테드와 비슷한 꿈을 가진 웅이에게 아무리 현실의 벽이 높아도 결코 꿈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안겨주는 소중한 영화일지는 웅이 스스로에게 달린 셈입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웅이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한 영화라는 측면을 배제하고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를 조금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특별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엔리케 가토 감독의 2004년 단편 애니메이션 [테드 존스]를 바탕으로 장편 애니메이션화 된 이 영화는 제작비가 무려 4천만불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블록버스터 에니메이션에게 4천만 달러의 제작비는 그리 큰 부담이 없는 금액일지 몰라도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이 되는 금액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최대한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원안인 단편 [테드 존스]는 어땠는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너무 안전한 캐릭터들과 스토리 전개, 결말 등을 가지고 있음으로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어린이 관객들을 공략하려 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당연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인줄 알았다가 영화를 본 후 스페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그만큼 안전한 흥행을 위해 특색없는 캐릭터와 전개를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4천만불의 제작비가 허투로 쓰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배경 자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자체가 잉카의 황금도시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마추픽추, 나스카 사막, 아마존 정글 등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러한 광할한 대자연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충분히 제작비값은 했다는 느낌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에 뒤지지 않는 멋진 배경과는 달리 캐릭터들은 혹시 클레이 애니메이션인가? 싶을 정도로 간결하다는 점입니다. 아마 적은 제작비로 제작된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탄생한 캐릭터를 고스란히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을 하다보니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지 예상됩니다. 그런데 멋진 배경에 간결한 캐릭터가 꽤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부담없이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임에는 분명합니다. 낯선 스페인 애니메이션이면서 전혀 낯설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러고보니 몇 일전에 본 아이슬란드의 애니메이션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도 그러했습니다.(우연히도 이 두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더빙은 하하가 맡았습니다.) 웅이는 이 두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했지만 웅이에게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었던 제겐 너무 획일화되어 버린 이들 영화의 안전한 선택이 조금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웅이에게 꿈을 잃지 말라는 멋진 메시지를 안겨줌과 동시에

내겐 전세계 모든 애니메이션의 할리우드화라는 악몽같은 메시지를 안겨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