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OK! 만사형통 코미디

쭈니-1 2012. 8. 18. 07:00

 

 

감독 : 김주호

주연 :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송종호, 이채영

개봉 : 2012년 8월 8일

관람 : 2012년 8월 13일

등급 : 12세 관람가

 

 

8월 13일의 영화 바다의 막을 내리다.

 

휴! 드디어 마지막이군요. 지난 8월 13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제작보고회부터 시작해서 [나는 왕이로소이다], [아메리칸 파이 : 19금 동창회]를 거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막을 내렸던 영화와 함께 한 제 휴가 첫 날의 일정. 이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 이야기만 완성하면 모두 끝이 나는 셈입니다.

하지만 아쉬워는 마세요. 13일이 지나서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으니... 이러다가 남은 휴가 일정은 영화 이야기만 쓰다가 보내야할 판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 이야기를 쓰기 전에 영화 벙개에 참석해주신 두부장수종치네님과 소연님, 그리고 소연님의 미모의 친구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히 계획된 일정도 취소하시고 영화 벙개에 참석해주신 두부장수종치네님께는 더더욱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죠? ^^

그리고 저를 벗겨먹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하신 소연님... 제가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꼭 소연님이 드시고 싶어하시는 것 모두 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분해하시지 마세요. 그래도 제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제작보고회에서 받은 떡과 부채 드렸잖아요. 물론 소연님의 미모의 친구분을 통해 드리긴 했지만... 직접 드리긴 쑥쓰러워서... ^^

 

영화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분으로 본다면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볼 때가 그랬습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13일의 일정도 행복했고, 저를 믿고 약속 장소에 나와주신 블친들도 반가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굉장히 유쾌하게 봤습니다.

깨알같은 재미를 간직한 캐릭터들이 좋았고,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스토리 라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슷한 분위기인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경우는 재미보다는 아쉬움이 먼저 보였는데, 이상하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경우는 아쉬움보다는 재미가 먼저 보이더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포털 사이트의 영화 게시판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평이 많아서 솔직히 놀랬습니다. 물론 서빙고의 얼음을 훔치기 위한 덕무(차태현)의 계획 자체가 조금 허술해서 영화의 기본적인 재미가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덕무와 팀을 이루고 있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출중해서 저는 시종일관 웃으며 영화를 감상했거든요.

암튼 제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어느 부분에서 그토록 만족스러웠는지 8월 13일의 영화 바다 제 4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 이야기에서 천천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캐릭터 열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솔직히 서빙고의 얼음을 훔치기 위한 덕무의 계획은 조금 허술해 보였습니다. 덕무는 오랜 세월동안 계획을 세우고 가다듬어 불가능해보이는 계획을 실현할 최고의 팀을 꾸렸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위해서 무리수를 둡니다. 덕무의 계획에 의외의 변수가 생기면서 영화의 후반부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진행시키려 했지만 그러한 의외의 변수는 오히려 완벽해보이는 덕수의 계획을 허술하게 만드는 부작용만 가져옵니다. 그러니 치밀한 범죄 스릴러를 보고나서 느끼는 쾌감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범죄 스릴러로서의 부족한 재미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내세운 깨알같은 웃음으로 채워넣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적인 캐릭터는 [도둑들]와 맞먹을만한 수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정도로 제겐 막강했습니다.

 

일단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덕무와 동수(오지호)의 캐릭터는 솔직히 조금 평범합니다. 그 대신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졌기에 티격태격하면서 동수의 동생인 수련(민효린)으로 연결된 끈끈함을 선보이며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 나갑니다. 

덕무와 동수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그 수많은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 나간다면, 덕무와 서빙고의 얼음을 훔치기 위해 구성된 팀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려 깨알같은 웃음을 안겨줍니다.

최고의 폭발 전문가면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대현(신정근)이 사오정 역할을 하는 장면의 폭소는 영화가 진지한 분위기가 될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안겨줍니다. 도굴 전문가인 석창(고창석)은 고창석이라는 최고의 코미디 전문 배우를 만나 이 영화의 감초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별 역할이 없는 줄 알았던 자금줄 수균(성동일) 마저도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여 저를 웃음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캐릭터만 매력적이어도 영화의 절반은 살아난다.

 

조금은 경직된 캐릭터인 동수와의 로맨스를 통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준 설화(이채영)는 물론, 아역 캐릭터인 난이(김향기)와 정군(천보근)마저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한 웃음을 안겨주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재준(송종호)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변장 전문가로 등장하는 재준은 귀신같은 변장술로 같은 팀원들도 '누구세요?'를 연발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관객인 제 입장에서 볼 때 재준의 변장술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캐릭터들이 재준을 보며 '누구세요?'라고 깜짝 놀라는 장면들이 여러번 등장하며 천연덕스럽게 재준의 변장술을 부각시킵니다. 이러한 뻔뻔함은 자칫 영화를 유치하게 이끌 수도 있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의외의 웃음을 안겨 줄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저는 재준이라는 캐릭터의 뻔뻔함이 상당히 유쾌했고, 기발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렇게 개성강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입니다.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영화에 등장하면 영화가 어수선해지거나, 아니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갉아먹게 됩니다.

그런데 신인인 김주호 감독은 능수능란하게 이 수 많은 캐릭터들을 영화 속에 조화시키고, 각자의 역할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합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그 수 많은 캐릭터 중에서 조금 아쉽다 싶었던 캐릭터는 배달 전문가로 나오는 철주(김길동) 뿐이었습니다. 가장 개성강한 외모를 풍기면서 가장 활약이 적었던 그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아쉽게 사라져갑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덕무의 팀이 모두 11명임을 감안한다면 11명 중 1명의 캐릭터만 아쉬웠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의 캐릭터 열전이 꽤 성공적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여름 블록버스터다운 기획, 스케일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깨알같은 재미를 간직한 캐릭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답게 영화의 스케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얼음이 순식간에 깨지며 동수의 동료들이 죽는 장면, 굴을 폭파시켜 서빙고의 얼음을 빼돌리는 장면 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름 블록버스터답게 얼음을 소재로한 스케일이 영화를 보는 제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재작비가 꽤 많이 들었겠다고 느껴질 만한 장면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재미를 이룹니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릴 장면들과 시원 시원한 스펙타클한 장면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름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제대로 갖춘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온 블친들의 모습은 만족감으로 가득 넘쳐 나갔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블친과의 영화 벙개 이후 구피와 장모님이 따로 이 영화를 관람을 했는데, 영화 관람 이후 장모님께서는 배꼽을 잡고 웃으셨다며 만족감을 표하셨습니다.

저화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한 블친들과 저의 관람 이후 구피와 함께 관람한 처갓집 식구들 모두 이 영화에 대해서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이쯤되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한 제가 잘못된 것인지 , 아니면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비교해서 불만족을 표하는 분들이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제게 있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한국형 여름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면 어떤 영화라도 재미있다고 하더라.

어쩌면 내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런 행운의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행운조차도 영화의 복이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최소한 내겐 훌륭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