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아담 쉥크만
주연 : 줄리안 허프, 디에고 보네타, 톰 크루즈, 알렉 볼드윈, 폴 지아마티, 캐서린 제타 존스
개봉 : 2012년 8월 2일
관람 : 2012년 8월 2일
등급 : 15세 관람가
더워도 너무 덥다.
요즘 여름 무더위에 제대로 혼쭐이 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이 7월 말부터 8월 초가 여름휴가의 절정기라고 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저도 휴가를 7월 말부터 8월 초로 조정할걸 그랬습니다.
암튼 회사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지만 에어컨에서 가장 먼 자리에 앉아 있는 제 자리엔 에어컨의 냉기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있으면 허벅지에 땀이 차서 불쾌지수가 팍팍 올라갑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이 잘 될리도 없습니다. 특히 요즘은 왜 이리 외근 업무가 많은지 가까운 곳이라도 대낮에 한번 나갔다 들어오면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서 그 찝찝함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입니다. 여름 휴가 가기 전에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퇴근 후 집에 와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집의 에어컨이 20년 정도된 골동품이라 저희 집에서는 장식품 취급을 받기에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야 합니다. 너무 더우니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그저 마루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입니다.
결국 저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극장으로 피서를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구피는 귀찮다며 극장 피서를 포기한 상태.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는 목요일 밤... 오랜만에 저 혼자 [락 오브 에이지]를 봤습니다.
이번 주에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 [락 오브 에이지]는 분명 기대작 1순위였지만 사실 한 여름밤의 무더위를 헤치고 극장으로 달려가서 볼 정도의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톰 크루즈의 비호감 락커 의상이 제겐 반감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신나는 로큰롤이 영화 내내 흐르는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저는 [매직 마이크]와 [락 오브 에이지]를 저울질하다가 [락 오브 에이지]를 선택했습니다. 무더위로 축 쳐진 제 마음이 신나는 로큰롤로 활기를 되찾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러한 제 기대는 맞아 떨어졌습니다. 사실 우려했던대로 몇몇 비호감 장면들이 저를 당혹스럽게 하긴 했지만 신나는 로큰롤 음악과 그 뜨거운 열기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말았습니다. 마치 신나는 로콘롤 파티에서 2시간 동안 신나게 춤 추고 소리지르다 온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 덕분에 지금은 활력을 되찾았냐고요? 아뇨... 오전에 외근 한번 나갔다왔더니 다시 축 처져버렸습니다. [락 오브 에이지]를 한번 더 봐야 할 듯... ^^
내가 로콘롤을 이렇게 좋아하는줄 몰랐다.
[락 오브 에이지]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음악입니다. 영화 자체가 음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보니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면 뮤지컬 영화도 즐길 수가 없는 셈입니다.
최근 가장 성공적인 뮤지컬 영화로 손꼽히는 [맘마미아]의 경우는 아바의 노래들로 영화를 꾸며 놓았습니다. 저는 팝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아바의 노래는 알게 모르게 많이 들었고 익숙했기에 [맘마 미아]도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락 오브 에이지]는?
솔직히 영화의 첫 장면인 쉐리(줄리안 허프)가 부푼 꿈을 안고 LA로 가는 버스 안 장면은 약간 불안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부른 쉐리와 버스 승객들의 노래는 제 귀에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버스의 승객들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며 [락 오브 에이지]의 음악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목을 아는 노래는 한 곡도 없었습니다. [락 오브 에이지]에 나오는 음악의 원곡을 누가 불렀는지 조차 저는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귀에 익숙한 음악들은 나도 모르게 락의 세계로 저를 안내하더군요.
방금 [락 오브 에이지]에 나온 노래들을 검색해보니 제가 아는 가수라고는 본조비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락 음악에 대해서 잘 몰라도 이 영화를 즐기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출연 배우들의 열창은 귀에 익숙한 락 음악의 향연과 함께 [락 오브 에이지]의 최대 장점입니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 톰 크루즈의 열창은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입니다. 3차원 정신세계를 가진 락커 스테이시 잭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락의 화신이 되어 뭇 여성의 로망이 되는 그의 모습을 톰 크루즈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입니다.
그 외에도 과거 꽃미남 배우에서 이제는 묵직한 중견 배우가 된 알렉 볼드윈과 그의 동성 커플 러셀 브랜드의 열창도 눈에 띕니다. 특히 이들이 서로 끈적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부르는 사랑의 노래는 닭살이 돋으면서도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쉐리와 드류(디에고 보네타)입니다. 비록 영화를 보기 전에는 톰 크루즈, 알렉 볼드윈,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스타급 배우의 이름에 가려져 줄리안 허프와 디에고 보네타의 존재조차 모르고 극장에 갔었지만 확실히 [락 오브 에이지]를 이끈 것은 쉐인과 드류였고, 줄리안 허프와 디에고 보네타가 부르는 곡들은 [락 오브 에이지]의 백미였습니다.
비호감도 로큰롤로 커버하다.
사실 [락 오브 에이지]는 꽤 강력한 비호감적인 장면들이 꽤 많이 포진된 영화입니다. 실제로 구피는 예고편에서 톰 크루즈의 락커 변신 장면을 본 후 이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을 정도니까요.
이렇듯 [락 오브 에이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에 이용된 톰 크루즈의 락커 변신은 오히려 반감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애초에 톰 크루즈의 이미지는 락커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파격적인 변신이 쉽게 와닿을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요즘 케이티 홈즈와의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문제에 휩싸여 있습니다. 특히 그의 종교인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넘쳐나며 톰 크루즈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미 그의 돌출 행동으로 인한 비호감 이미지는 미국에서도 유명했습니다. [락 오브 에이지]가 미국 흥행에 실패한 것은 모두 톰 크루즈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락 오브 에이지]는 그런 톰 크루즈의 비호감 이미지를 영화에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확실히 그가 연기한 스테이시 잭슨은 괴상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고, 성 생활이 문란하며, 돌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톰 크루즈의 반듯한 캐릭터에 익숙했던 저는 요즘 톰 크루즈에 대한 가십 기사와 더불어 이 영화의 캐릭터가 교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오히려 거부감보다 흥미로움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락 오브 에이지]는 비호감인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톰 크루즈와 더불어 이 영화의 최고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한 시장 부인 패트리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락 음악을 LA에서 몰아내겠다고 선언하고 버번룸을 없애려 합니다. 그녀가 보수적인 교회 단체 여성들과 락 음악에 대한 전의를 다지며 부르는 노래와 안무는 솔직히 [락 오브 에이지]의 뮤지컬 장면 중에서 가장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아담 쉥크만도 잘 알고 있었나 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캐서린 제타 존스를 제대로 망가뜨리면서 그녀에 의한 비호감을 통쾌한 락의 역습으로 바뀌 놓았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버번룸의 사장 데니스 듀프리(알렉 볼드윈)와 로니(러셀 브랜드)의 동성애 키스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준 비호감 장면의 최고 하이라이트입니다. [브로큰백 마운틴]의 훈남끼리의 동성애도 아니고, 배가 볼룩하게 나온 중년과 지저분한 외모를 가진 괴짜의 동성애 장면이라니... 만약 다른 영화였다면 그 장면에서 여기저기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가 넘쳐 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가 행복해지는 로큰롤 파티입니다. 정신적 방황에 빠져 문란한 생활을 하고 있는 락커도, 부푼 꿈을 안고 LA에 왔지만 사랑에 상처입고, 꿈에 짓밟힌 젊은 청춘 남녀도, 서로 사랑에 빠진 중년의 사장과 괴짜 종업원도 결국 행복해지는 로큰롤 파티인 것입니다.
단순한 스토리를 극복하라.
하지만 [락 오브 에이지]가 완벽한 뮤지컬 영화는 아닙니다. 분명 흥겨운 로콘롤에 취해 무더위를 잊고 저 역시 신나게 즐기긴 했지만 로콘롤에서 깨어나 다시한번 곰곰히 영화에 대해 되짚어 보면 [락 오브 에이지]는 헛점이 수두룩하게 넘쳐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너무 대충인 스토리 라인입니다.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는 가수의 꿈을 안고 대도시인 LA 에 온 쉐리와 버번룸에서 일하는 가수 지망생 드류의 사랑입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지만 작은 오해 때문에 헤어지게 되고 각자 시련을 겪은 이후에 다시 결합하여 꿈을 이룹니다. 참 단순하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러한 스토리 라인의 단순함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설정이 너무 대충이라는 점입니다. 관객이 쉐리와 드류의 사랑에 감정 이입을 하기도 전에 [락 오브 에이지]는 서둘러 가벼운 오해를 던져주고 둘을 헤어지게 만듭니다. [맘마 미아]도, [드림걸즈]도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들은 그러한 스토리 라인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락 오브 에이지]는 쉐리와 드류의 사랑을 로콘롤 파티의 작은 에피소드 취급을 함으로서 음악은 있지만 내용은 없는 영화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렇듯 [락 오브 에이지]를 즐기기 위해서는 로콘롤에 취해서 비호감 캐릭터와 비호감 장면들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고, 단순한 스토리 라인도 넘어서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장르의 영화라면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락 오브 에이지]만큼은 다릅니다. 분명 이 영화의 단점들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영화 속에 흐르는 신나는 로콘롤에 취해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비호감 장면들은 어느 사이 극복해 있고, 단순한 스토리 라인은 어느 사이 넘어서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음악의 힘일 것입니다. 한 여름 밤의 무더위도 날려버리고, 영화의 단점 마저 감춰 버리는 이 무한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로콘롤의 힘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쯤에 가면 나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낍니다. 로큰롤이 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이돌이 되어야 했던 드류도,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스트립걸이 되어야 했던 쉐리도,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신나는 로큰롤을 열창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들의 힘든 일상도 저렇게 로콘롤과 함께 모두 잘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한 여름밤의 달콤한 꿈을 꾸게 됩니다. 그것이 [락 오브 에이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 여름밤의 로콘롤 꿈에서 깨고 나니
여전히 무더운 날씨와 산더미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꿈은 꿈일 뿐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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